무비위크
'추석 빅매치' 마동석 웃고 박정민 안도, 차승원 울었다(종합)
영화 분위기대로 흘러간 추석 빅매치다. 사이다 액션은 통쾌한 흥행을 맛 봤고, 목숨을 부지한 도박판 팀플레이는 더도 덜도 없는 본전을, 코미디로 감싼 신파극은 눈물만 남았다. 영화 '나쁜 녀석들: 더 무비(손용호 감독)'와 '타짜: 원 아이드 잭(권오광 감독)', '힘을 내요, 미스터 리(이계벽 감독)'가 올 추석 빅3로 지난 11일 동시 개봉한 가운데, 최종 승자 자리는 '나쁜 녀석들: 더 무비'가 차지했다. 개봉 첫날 1위로 출발한 '타짜: 원 아이드 잭'이 하루만에 무너지면서 '나쁜 녀석들: 더 무비'가 치고 올라섰고, '나쁜 녀석들: 더 무비'는 4일 내내 1위를 놓치지 않으며 가장 먼저 손익분기점을 돌파했다. 영화진흥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에 따르면 11일부터 15일까지 개봉 후 추석연휴 포함 5일간 '나쁜 녀석들: 더 무비'는 265만4557명을 끌어모아 누적관객수 267만9781명을 기록했고, '타짜: 원 아이드 잭'은 166만6145명을 동원해 누적관객수 168만2757명, '힘을 내요, 미스터 리'는 85만5418명의 선택을 받으며 누적관객수 88만4520명을 나타냈다. '나쁜 녀석들: 더 무비'는 사상 초유의 호송차량 탈주 사건 발생 후, 사라진 최악의 범죄자들을 잡기 위해 다시 한번 뭉친 나쁜 녀석들의 거침없는 활약상을 그린 작품이다. 2014년 방영된 OCN '나쁜 녀석들'의 영화화 버전으로, 개봉 전 '드라마보다 못한 영화'라는 호불호 갈리는 평가를 받았지만, 적절한 유머를 동반한 통쾌한 액션극에 관객들의 마음이 동했다. 가족단위 관객이 많은 연휴 기간 가장 볼만한 영화로 시장 포인트를 제대로 노렸다는 분석이다. '나쁜 녀석들: 더 무비'는 5일만에 공식 손익분기점 255만 명을 넘어서면서 추석 연휴가 끝남과 동시에 추석 승자 타이틀과 흥행작 타이틀을 모두 따냈다. 가뿐하고 깔끔하게 알짜배기 성적표를 받은 것. '나쁜 녀석들: 더 무비'의 흥행이 의미있는 이유 중 하나는 '드라마의 영화화'를 대표하는 성공적 사례로, 향후 콘텐츠의 영역을 확장 시킬 가능성이 높다는데 있다. '나쁜 녀석들: 더 무비'를 배급한 CJ엔터테인먼트는 tvN, OCN 등 수 많은 자사 드라마를 영화로 재탄생 시킬 문을 활짝 열어놓게 됐다. 특히 CJ엔터테인먼트는 '나쁜 녀석들: 더 무비'를 추석 1위 흥행작 반열에 올려 놓으며, 올해 설 연휴 '극한직업(이병헌 감독)' 1626만, 5월 비수기 '기생충(봉준호 감독)' 1008만, 여름시장 '엑시트(이상근 감독)' 938만(15일 기준)에 이어 추석 연휴까지 메인 시즌 100% 흥행 타율을 자랑할 수 있게 됐다. 최근 3년간 흉작 길을 걸었던 CJ엔터테인먼트는 2019년 기대 이상의 풍족한 농사로 국내 최대 배급사 명성을 되찾은 것은 물론, 겨울 시장에 대한 기대감까지 높이고 있다. 이와 함께 '나쁜 녀석들: 더 무비' 주역 마동석은 2017년 '범죄도시'에 이어 또 한번 추석 반전 흥행에 성공, 명실공히 '추석의 남자'로 입지를 다졌다. 함께 호흡 맞춘 김상중, 김아중에 대한 관객들의 신뢰도 높아졌고, '나쁜 녀석들: 더 무비'로 스크린 데뷔 신고식을 치른 장기용은 사실상 이번 영화 최고 수혜자로 영화계에 첫 발을 들이자마자 대표작을 품게 됐다. 전통의 추석 강호이자 대표적 흥행 프렌차이즈로 군림했던 '타짜: 원 아이드 잭'은 추석 시장 1위 포문을 연 후 '나쁜 녀석들: 더 무비'를 바짝 뒤따랐다. 청소년관람불가라는 등급 핸디캡은 '타짜: 원 아이드 잭'의 발목을 잡을 수 있을 것이라 이미 예견됐던 바. 이름값은 살아 있었고, 중·장년층 관객들의 꾸준한 지지 속 실패를 최소화 하며 2위 자리를 끝까지 굳혔다. '타짜' 세번째 시리즈 '타짜: 원 아이드 잭'은 인생을 바꿀 기회의 카드 원 아이드 잭을 받고 모인 타짜들이 목숨을 건 승부에 올인하는 이야기를 그렸다. 옹골차게 긴장감 넘치는 선수들의 도박판이 아닌, 사회 초년생, 도박 입문생의 시작을 다루면서 앞선 두 편이 내세웠던 쫄깃한 상업적 성격과는 조금 거리가 멀어진 것이 사실. 하지만 '타짜: 원 아이드 잭'은 1대 타짜 조승우를 잇는 완벽 캐스팅으로 호평받은 '3대 타짜' 박정민이라는 큰 수확을 남겼다. 박정민은 '타짜: 원 아이드 잭'의 139분을 이끌며 팀 플레이 속에서도 '타짜: 원 아이드 잭'의 진정한 주인공이자 히든카드임을 스스로 입증시켰다. 영원히 기록되고 회자 될 3대 타짜의 주인공이 박정민이라 천만다행이다. 문제는 '럭키'하지 못했던 차승원의 '힘을 내요, 미스터 리'다. '힘을 내요, 미스터 리'는 하루 아침에 딸이 생긴 남자가 자신의 미스터리한 정체를 찾아가면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다뤘다. 최근 극장가를 휘몰아친 코미디 장르의 대성공으로 '힘을 내요, 미스터 리' 역시 개봉 전에는 코미디 장르로 열심히 포장했지만 이는 결과적으로 마케팅의 패착이 됐다. 그다지 웃기지도 못한데다가 애써 감췄던 반전이 신파로 전락하면서 특별한 반향도 불러 일으키지 못했다. 유해진과 손 잡은 '럭키'를 통해 기적의 700만 축포를 쏘아 올렸던 이계벽 감독의 두번째 도전은 아쉽게 막을 내릴 전망. 과거 충무로 코미디 부흥기를 이끌었던 차승원의 야심찬 컴백도 기대보다 못한 성과를 거뒀다. 다만 연휴에는 경쟁작들에 처절하게 밀렸지만 아직 빅매치 자체가 끝난 것은 아니다. 진정성 넘치는 입소문을 통해 뒷심을 발휘할지 주목된다. 추석 빅매치에 대해 충무로 관계자는 "올해 추석 연휴는 주말이 포함되면서 기간이 짧았던 만큼 각 영화들은 초반에 치고 빠지려는 분위기가 강했다. '나쁜 녀석들: 더 무비'가 전략의 승자가 됐다. 큰 이변이나 반전은 없는, 예상 가능한 결과 아닌가 싶다"며 "다만 날이가면 갈 수록 '극장가 메인 시장에 등판하는 영화들이 하향평준화 됐다'는 이야기가 끊임없이 들리고, 관객들도 '볼만한 영화가 없다'는 반응을 내비치고 있다. 추석 빅3로 묶인 세 작품도 빠짐없이 한번 씩은 본 듯한 작품이었다. 매 시즌 승자는 나오기 마련이지만 납득할만한 성공인지는 물음표다"고 전했다. 조연경 기자 cho.yeongyeong@jtbc.co.kr
2019.09.16 10: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