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력이 왕성한 음식을 먹어야 몸과 마음이 건강해진다.” 강대인(57) 우리원식품(www.wooriwon.co.kr) 대표는 ‘건강한 쌀’을 위해 30년 넘게 유기농으로 쌀농사를 짓고 있다. 벼가 지닌 자연의 생명력을 최대한 발휘하게 하는 농법이다. 그의 농사법을 듣고 나니 밥만 잘 먹으면 건강해질 것 같은 느낌이다.
▲내가 살기 위해 유기농법
강대인 대표 ‘돈을 벌기 위해서가 아니라, 아버지처럼 농약 후유증으로 죽을 수 없다’는 결심에서 유기농을 했다. 25살 때 덜컥 가업을 물려받았다. 그 당시에는 화학비료와 농약을 쓰지 않는 유기농이라는 개념조차 없었고 쌀값도 차이가 없었다. 수확이 적은 유기농에 매달렸으니 “미쳤다”는 소리를 들었다. 실패의 연속이었다.
오리•우렁이•잉어 농법 등 안 해본 것이 없었다. 논 귀퉁이 네 곳에 ‘우주의 기를 끌어 들인다’는 대나무까지 꽂았다. 독일에 농사법을 배우러 갔다. 그들은 별자리에 맞춰 씨를 뿌리고 수확한다고 했다. 우리나라 전통 농사법의 시기와 일치했다. 씨는 보름 전에 뿌려야 잘 자라고, 고초일(枯焦日)에 파종하면 싹이 안 튼다. 오래 보관하는 곡식은 그믐에 수확한다. 조선시대 농경서 ‘산림경제’에 있는 내용을 경험으로 확인했다.
“유기농은 토양•품종•육모 세 박자가 맞아야 한다.”
땅심을 북돋기 위해 쌀겨•숯 등을 묻었고, 병충해에 강한 신품종을 200여종이 넘게 만들었다. 모종을 발아시키는 것부터 남다르다. “일반 농가에서 볍씨를 24시간 담가서 싹을 틔우는 것과 달리 밤에는 물을 뺀다. 이렇게 해야 건강한 뿌리가 나온다.”
눈 녹은 물을 모아뒀다가 볍씨를 발아시킬 때 쓴다. 묘종은 한 곳에 서너 개만 심는다. 이렇게 심은 벼는 자라면서 포기를 늘려 일반 농가에서 20개 묘종을 심은 것보다 포기가 많아진다.
강 대표는 “다른 논에서 농약을 치면 유기농 논으로 해충이 몰려온다고 하는 데 그렇지 않다. 농약으로 부드러워진 잎에 길든 벌레들은 유기농으로 자란 억센 잎을 싫어한다”고 강조했다. 그의 논은 옆의 논과 달리 밟으니 푹신했다.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 그의 생명농법을 배우러 온다.
강 대표는 “유기농은 남는 장사다. 쌀의 무게가 10% 정도 더 나간다. 비용이 30% 적게 들고 수확량은 10% 많고 판매가는 2.5배가 높다. 영양도 높다. 야생의 기운이 살아있는 살이다. 쌀 덕분인지 아이디어가 샘솟는다. 여전히 할 일이 많다”고 말했다. 펄에서 바닷물을 먹고 자라는 함초로 변비에 좋은 발효액을 만들었다.
▲자연이 만든 오색 쌀
오색 쌀은 강씨가 아끼는 품종이다. 흑미는 중국에서 가져온 종자를 토착화시킨 것이다. 재래종 흑미는 단종이 됐다. 중국 것보다 알이 약간 검붉고 향이 나 흑향미라 이름을 붙였다. 백미보다 칼슘과 비타민 B1, B2가 더 많이 들어 있다.
자색미는 자연의 선물이었다. 흑향미 옆에 백미를 심었는데 자색미가 나왔다. 단백질•지방 함유량이 백미보다 높다. 녹미는 진도에서 재배되는 것을 품종 개량했다. 동의보감은 녹미가 비위를 좋게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했다.
강 대표는 “색이 다른 만큼 영양분도 달랐다. 백미가 부족한 영양분을 골고루 섭취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흑향미•자색미•녹미•찰현미•찹쌀을 혼합한 ‘생명의 쌀’을 올해 처음 출시했다. 기대이상의 반응”이라면서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