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라올 이대호(29·롯데)는 올라왔다. 이제 나머지 선수들이 이대호를 뒤쫓는 형국이 됐다.
이대호는 지난 5일 LG전에서 시즌 15호 홈런을 터뜨리는 등 3타점을 쓸어담았다. 시즌 47타점을 기록, 시즌 초부터 타점 부문을 독주하고 있던 이범호(KIA)를 제쳤다.
아울러 이대호는 타율(0.372) 홈런(15개) 안타(68개) 장타율(0.667) 출루율(0.471) 등 타격 6개 부문 1위에 올라섰다. 득점 부문에서만 LG 박용택에 3개 뒤진 2위(36개)다. 지난해 타격 7관왕 페이스가 올해도 재현되고 있다.
이미 홈런과 장타율 등은 독주 페이스를 갖췄다. 주요 타이틀에서 타격 2위 이용규(0.370·KIA)와 타점 2위 이범호(46개)가 이대호를 견제할 세력이다.
KIA 선수들은 최근 팀의 상승세와 맞물려 시너지 효과를 톡톡히 얻고 있다. 2009년 여름 이후 최희섭·김상현의 'CK포'가 그랬듯, 이용규가 안타를 치고 나가고 이범호가 득점타를 때리는 구도가 자리를 잡을 가능성이 높다.
2006년 최다안타 1위 이용규는 올해 타격 부문에서 돋보이고 있다. 허벅지 부상 탓에 4월 말부터 23일 공백을 가졌다. 이 때문에 안타는 51개에 그치고 있지만 타율은 개인 최고 기록(0.318·2006년)을 넘을 페이스다. 지난 주 규정 타석에 진입하자마자 이대호의 턱밑까지 다가왔다.
이용규는 "항상 시즌 초가 나빴는데 올해는 출발이 좋다. 방심하지 않고 끝까지 집중하겠다"면서 긴장의 끈을 놓지 않았다. 여름과 겨울에 맹타를 몰아치는 그의 특성상 시즌 끝까지 이대호와 경쟁할 가능성이 높다.
KIA 입단 뒤 클러치히터로 변신한 이범호의 타점생산능력도 무시할 수 없다. 그에게는 8개 구단 중 최강의 테이블세터(이용규·김선빈)가 있다. 이범호는 "타이틀 욕심보다는 경기당 타점 1개씩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겸손하게 말했지만 경기당 1타점은 타점왕을 향한 지름길. 지난해 이대호가 딱 경기당 1타점(133타점)으로 타이틀과 함께 역대 3위 기록을 세웠다.
동료들 덕을 톡톡히 보는 이범호와 달리 이대호는 올해 홍성흔·조성환의 부진으로 인해 외로운 타점 쌓기를 하고 있다. LG 이병규는 "이대호의 페이스가 워낙 뛰어나지만 타점 경쟁 결과는 알 수 없다. KIA의 1·2번이 너무 좋다"며 혼전을 예상하기도 했다. 이병규도 추격자다. 장타율 2위(0.603)에 올라 있고, 타율(0.369·3위)은 최근까지 1위였다.
이용규·이범호·이병규로서는 2011년 이대호와 함께 뛰는 것이 불행이라면 불행이다. 그러나 이들도 지지 않겠다는 듯 각자 생애 최고의 타격을 뽐내고 있다.
김식 기자 [seek@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