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이성경의 기세가 시청자를 사로잡는데 성공했다. ‘찬너계’에서 매력적인 비주얼은 물론 까다로운 감정선까지 섬세하게 그려내며 확실한 존재감을 보여줬다. 제작발표회에서 그가 단언한 대로 ‘앓이’가 시작될 조짐이다.
지난 20일 첫 방송한 MBC 새 금토드라마 ‘찬란한 너의 계절에’(‘찬너계’)는 7년 전 사건으로 얽힌 여자와 남자가 만나면서 벌어지는 로맨스를 그린다. 이성경은 극중 스스로를 겨울에 가둔 여자 송하란 역을 맡았다. 외할머니 김나나(이미숙)가 이끄는 국내 최고 하이엔드 브랜드 ‘나나 아틀리에’ 수석 디자이너로 빼어난 외모에 출중한 실력까지 갖춘 똑 부러지는 인물이다. 그러나 내면은 상처로 메말랐다. 7년 전 남자친구가 폭발 사고로 사망하고, 비슷한 시기 부모님까지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나면서 지금 자신 옆에 남아있는 가족들까지 무슨 일을 당할까 항상 노심초사한다. 이런 마음의 짐을 만들지 않으려고 가족 아닌 주변인들과는 오로지 업무적으로만 교류하는 차가운 사람이 됐다.
이성경은 마네킹같이 딱딱하고 거리감이 느껴지는 분위기를 송하란의 얼굴에 담아냈다. 그러는 한편 죽은 남자친구를 떠올리게 하는 비행기구름을 볼 때, 비가 오는 날 잠시 사색에 잠길 때 순식간에 눈시울이 붉어지는 등 순간의 감정도 잘 표현했다.
소속사 판타지오 관계자는 “송하란은 평범한 듯 하지만 평범하지 않은 상황에 놓여 누군가를 사랑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캐릭터”라며 “말보다는 표정과 분위기로 내면의 혼란을 표현하기 위해 이성경이 적절한 연기톤을 잡으려고 매우 노력했다”고 전했다.
사진=MBC배우 이성경이 19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MBC에서 열린 MBC 새 금토드라마 ‘찬란한 너의 계절에’제작발표회에서 포토타임을 위해 무대에 올라 포즈를 취하고 있다.김민규 기자 mgkim1@edaily.co.kr /2025.02.19/ 그렇다고 ‘찬너계’는 암울하게만 전개되는 극은 아니다. 이성경은 남자 주인공인 선우찬을 연기하는 채종협과 붙게 되면 특유의 생기와 에너지를 발산하며 극의 톤을 한층 밝게 이끄는 역할도 해냈다. 2회에서 외할머니에게 선우찬에 대한 호기심을 들켰을 때 눈치를 보는 표정이나 선우찬을 스토커로 오해한 후 사과를 하며 머쓱해하는 장면 등 인간적인 면모를 드러내는 포인트로 극에 생동감을 더했다.
눈에 띄는 또 하나의 포인트는 패션이다. 수석 디자이너 역할을 맡은 만큼 이성경은 고급스럽고 세련된 오피스룩을 다수 선보이는데 모델 출신다운 훤칠한 기럭지와 비율로 매 장면 돋보였다. 이성경은 ‘치즈인더트랩’, ‘역도요정 김복주’, ‘낭만닥터 김사부’, ‘착한 사나이’ 등 다양한 로맨스 장르에 출연했지만 그동안의 작품은 학생이거나 통통 튀는 분위기의 캐릭터가 많았다면 ‘찬너계’는 이성경의 이지적인 매력을 볼 수 있는 작품이란 점에서 관전 포인트를 더한다.
‘찬너계’는 닐슨코리아 전국 가구 기준 1회 4.4%, 2회 3.5%를 기록, 경쟁작인 SBS ‘오늘부터 인간입니다만’ 보다 우위를 점하며 순조로운 출발을 알렸다. 향후 전개는 이성경과 채종협 사이의 퍼즐 조각이 맞춰지며 로맨스도 본격화할 예정으로, 흥행에 대한 기대감이 더욱 높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