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국이 지난 20일 전북의 클럽하우스에서 얼음물을 뒤집어 쓰는 `아이스버킷챌린지`를 했다. 35살의 나이에도 단단한 복근이 눈에 띈다. 전북 현대 제공
내 보약은 '잠'이다. 평균 9시간은 자는 것 같다. '잠꾸러기'라고 놀릴 수 있다. 그러나 그렇게 충전한 몸으로 나는 골을 넣는다(웃음)."
2009년 전북 이적 후 181경기만에 프로축구 사상 네 번째로 한 클럽 100골의 금자탑을 쌓은 이동국(35·전국 현대). 'K리그의 전설'로 평가받는 그가 자신을 '잠보'라고 소개했다. 그는 시즌 10골로 21일 현재 득점 단독선두다. 최근 경기마다 환상적인 플레이로 눈을 사로잡는다. 서른 다섯인 그가 K리그를 주름 잡는 원동력이 궁금했다.
이동국의 1년 후배 차두리(34·FC서울)는 "탄산음료를 끊으니 몸이 달라지더라"고 말한 적이 있다. 이동국과 동갑인 설기현(인천)은 운동 후 냉찜질을 하루도 안 빼놔 후배들의 탄성을 자아낸다. 이동국 정도면 수도승같은 삶으로 한 시즌을 보낼 줄 알았다. 하지만 예상은 빗나갔다. 21일 전화 인터뷰를 한 이동국은 "나는 탄산음료도 마시고 가끔은 맥주도 가볍게 한 잔 한다"고 했다. 이동국의 말을 들어보니 '축구에만 매달리고 집착하지 않는 것'이 비결이었다.
- 몸 관리를 위한 사이클이 궁금하다.
"잠은 충분히 잔다. 낮잠 포함해 8시간에서 10시간은 잔다. 하루 하루 몸 관리에 연연하지는 않는다. 탄산음료도 마시고 가끔 맥주도 가볍게 한 잔 한다. '축구에만 매달리지 말고 재미 있게 살자'고 마음 먹는 편이다. 하고 싶은 거 하고 축구 외 생활도 즐긴다. 축구에만 집착하면 경기력이 안 좋을 때 그만큼 좌절감도 크다."
-그렇다면 축구외 생활이란 무엇인가. 둘째 딸 재아가 테니스 신동이라던데.
"첫째 가족이다. 와이프, 애들과 산책하고 맛있는 거 먹고 그런다. 딸 재아는 이제 초등학교 1학년인데 신동은 아니고….(웃음) 테니스는 한 학년 선배 이기는 게 하늘의 별 따기라고 하더라. 재아가 한 포인트라도 따고 신나서 오면 즉석 삼겹살 파티를 벌인다. 두 포인트 따는 날은 케이크라도 잘라야 한다. 그런 재미에 산다."
이동국은 '페이스가 꾸준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는 이 얘기를 어떻게 받아들일까. "늘 그렇지는 않다. 큰 부상만 없이 '가자'라는 마음이다. 후반기 들어 팀이 좋아지면지면서 찬스도 많이 생긴다"고 했다. 그래도 그의 나이를 생각하면 정말 대단하다. 정말 '잠'으로만 체력관리가 해결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든다. 그는 "못 먹는 음식은 없다. 그렇다고 따로 보양식을 먹는 것은 아니다. 아내가 정성스럽게 챙겨주는 음식이 최고다"며 "단지 비타민과 건강 보조식품 정도는 먹는다"고 말했다.
- 선수로서 철칙은 무엇인가.
"일희일비하지 말자는 것이다. 잘할 때 우쭐대지 말고 못할 때 주눅들지 말자고 다짐한다."
- 가족·지인들이 편하게 경기 볼 수 있게 매 시즌 스카이박스(연간 1000만원 수준)를 구매하는 것으로 안다.
"어렸을 때는 가족들이 와서 경기 보는 게 참 싫었다. 요즘은 안 그렇다. 앞으로 뛸 경기가 많지 않다는 생각이 드니 가족들이 축구장 분위기도 즐기고, 애들은 아빠가 열심히 뛰고 박수받는 모습을 봤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그럴 때 확실히 책임감도 더 생긴다."
- 가족들에게 좋은 모습만 보여줄 수는 없지 않은가.
"아까 원칙이 일희일비하지 말자라고 하지 않았나. 가족들도 일희일비하지 않는다(웃음)."
- 20골 돌파와 5년만의 득점왕도 충분히 가능해 보인다. 도움(현재 6개)도 2011년 도움왕(15개)을 차지한 시즌을 빼고는 가장 많다.
"매 시즌 득점왕을 목표에 둔다. 이 흐름이면 충분히 도전할 만하다. 도움은 평범한 패스를 골로 연결시켜주는 동료들 덕분이다. 늘 고맙다."
- 팀이 우승할 수 있을 것 같나.
"지금 분위기면 마지막 몇 경기 앞두고 우승을 확정지을 수도 있을 거라 본다. 우리처럼 스쿼드가 좋은 팀은 8·9월 경기가 많은 게 오히려 기회다."
- 주말(23일) 서울과 홈경기를 치른다. 작년 5월 5일 이후 서울을 한 번도 못 이겼다.
"올 시즌 과거 안 좋은 기록을 다 깨고 있다. 감독님이 '팀이 좋으면 징크스나 전적같은 것은 큰 의미 없이 언제든 엎을 수 있다'고 하시더라. 요즘 경기하다 보면 '상대가 왜 이렇게 약하지'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우리도 모르는 순간 팀이 그렇게 강해졌다."
이동국은 이제 또 하나의 기록을 앞두고 있다. 25일 발표되는 9월의 두 차례 평가전 명단에 이름을 올려 그라운드를 밟게 되면 센추리 클럽(A매치 100경기 출전)에 가입하게 된다. 역대 아홉 번째 영예다.
"축구를 끝내는 순간까지 최고의 목표는 대표팀이어야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실력이 아닌 다른 어떤 이유로 뽑히는 것은 전혀 원치 않는다. 그렇게 되면 그 전에 뛰었던 99경기의 가치가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나는 그 가치를 추구하는 선수다."
윤태석 기자 sportic@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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