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한 팀만 차지할 수 있는 우승의 영광, 그리고 시간을 개막전으로 되돌리고 싶을 강등 팀들의 슬픔까지 올 시즌도 희로애락이 가득했다.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에서는 바르셀로나가 최종전까지 가는 접전 끝에 통산 24번째 우승을 차지했고, 독일에서는 바이에른 뮌헨이 4연패를 달성하며 분데스리가 역사를 갈아치웠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도 돌풍의 레스터시티가 기어코 우승컵을 들어올리는 기염을 토했다.
독주와 이변 속에서 흥미진진했던 유럽 3대 리그, 그 9개월 간의 대장정을 우승팀 중심으로 1~3회에 걸쳐 결산해 본다. 첫 번째 결산은 바르셀로나의 우승으로 막을 내린 스페인 프리메라리가다.
◇라리가, 시작과 끝을 장식한 바르샤
38라운드 최종전까지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었던 프리메라리가의 우승 경쟁은 바르셀로나의 승리로 끝났다.
최종 라운드 전에 우승 팀이 결정된 분데스리가나 EPL과 달리 프리메라리가는 1위 바르셀로나와 2위 레알 마드리드가 승점 1점 차로 치열한 추격전을 펼쳤다. 최종전 결과에 따라 레알 마드리드의 역전 우승도 얼마든지 가능한 상황이었기에 두 팀 모두 38라운드에 모든 것을 걸어야 했다.
그리고 바르셀로나는 15일(한국시간) 스페인 그라나다의 누에보 로스 카르메네스에서 열린 2015~2016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최종전 그라나다와 경기서 3-0 완승을 거두며 우승을 확정지었다. 레알 마드리드 역시 최종전에서 데포르티보를 2-0으로 꺾었지만 승점 1점 차를 뒤집지 못하고 바르셀로나의 통산 24번째 리그 우승을 지켜보게 됐다.
2014~2015시즌에 이어 리그 2연패를 달성한 바르셀로나는 오는 23일 열리는 코파 델 레이(스페인 국왕컵) 결승에 올라 있어 '더블' 가능성도 충분하다.
사실 시즌 초반까지만 해도 바르셀로나의 리그 2연패는 확실해 보였다. 바르셀로나는 막강 화력의 'MSN', 리오넬 메시(29)-루이스 수아레스(29)-네이마르(24)를 앞세워 개막 4연승으로 시즌을 시작했고, 한 때 2위와 승점 차를 10까지 벌려 일찌감치 우승을 확정짓는 듯했다.
하지만 영원한 라이벌 레알 마드리드가 바르셀로나의 앞을 가로막았다.
잘 나가던 바르셀로나는 지난달 18일 안방인 캄프 누에서 열린 31라운드 레알 마드리드와 '엘 클라시코'에서 1-2 패배를 당했다. 라이벌에 당한 패배라 뼈아픈 것은 둘째치고 대기록 달성도 무위로 끝났다. 공식전 39경기 연속 무패로 리그 최다 기록을 갈아치우며 승승장구 중이던 바르셀로나는 이 패배로 유벤투스가 보유하고 있던 유럽 최다 무패 기록(43경기·2012년) 경신 도전에 실패했다.
더구나 레알 마드리드 패배 이후 레알 소시에다드-발렌시아를 상대로 줄줄이 패하는 등 '후폭풍'에 시달렸다. 바르셀로나가 3연패를 당한 것은 2003년 2월 이후 13년 만일 정도로 드문 일이다. 결과적으로 우승 팀이 바뀌지는 않았지만, 레알 마드리드전 패배의 나비효과가 프리메라리가의 우승 경쟁을 최종전까지 끌고 온 셈이 됐다.
위기는 이뿐만이 아니었다. 한창 우승을 향해 질주하던 3~4월, 팀의 주축인 메시와 네이마르의 탈세 논란이 연달아 불거졌다. 안그래도 MSN의 체력 저하 문제를 우려하던 상황에서 탈세 논란까지 수면 위로 떠오르자 바르셀로나의 분위기는 주춤했다.
이전에도 탈세와 관련해 도마에 오른 바 있었던 메시는 비난에 시달렸고 구단의 이미지도 동반 추락했다.
설상가상으로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4강에서 탈락하며 '트레블'의 꿈도 무산됐다. 만약 리그서 우승하지 못했다면 바르셀로나에는 최악의 시즌이 될 수도 있었다.
주춤하던 바르셀로나를 우승으로 이끈 '막판 스퍼트'의 주인공은 수아레스였다. 수아레스는 우승컵의 행방이 달린 마지막 5경기서 14골을 몰아치며 해결사의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올 시즌 리그에서만 6번의 해트트릭을 기록한 수아레스는 35경기 40골로 '피치치(득점왕)'에 등극하며 그동안 메시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30·레알 마드리드)가 양분해 온 프리메라리가의 '신계'에 입성했다. 라리가에서 메시, 호날두가 아닌 선수가 득점왕에 오른 것은 2008~2009시즌 디에고 포를란(37·CA 페냐롤) 이후 7년 만이다.
초반 예상과 달리 결코 바르셀로나가 우승으로 향하는 길은 결코 순탄치 않았다. 그러나 끝내 웃은 쪽은 바르셀로나였다.
루이스 엔리케(46) 바르셀로나 감독은 "시즌 전체로 보면 우리는 높은 수준의 경기를 펼쳤다. 39경기 무패행진 기록은 물론이고 어려운 상황을 극복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 준 만큼 우승할 자격이 있다"고 자축했다.
또한 "2년 연속 두개 이상 대회에서 우승을 하는 것은 역사적인 일이다. 리그 우승 기쁨은 잠시 접어두고 국왕컵 우승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며 '더블'에 대한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