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문도 많았고 악재도 끊이지 않았다. 후반작업 기간이 보편적으로 길어지면서 촬영 후 개봉까지 다소 시간이 걸리는 작품이 그렇지 않은 작품에 비해 더 많아졌지만 '루시드 드림(김준성 감독)'은 이상하리만치 개봉지연 꼬리표가 길게 따라 붙었다.
그 사이 어디에 하소연도 하지 못한 채 묵묵히 자신의 첫 작품을 갈고 닦았을 김준성 감독의 심정은 오죽했을까. 하지만 '루시드 드림'을 둘러싼 소문과 별개로 김준성 감독은 '루시드 드림'이 오픈 되기도 전 차기작으로 연이어 의도치 않은 주목을 받아야 했다.
소문이란 늘 그렇듯 진실과 오해가 뒤섞여 있다. 그간의 심경을 '루시드 드림' 개봉과 함께 모두 털어낸 김준성 감독이다. 한국판 '인셉션'이라 비교되며 영화는 결국 관객들의 외면을 받았지만 도전 자체로 의미 있다는 평. 그에 대한 충무로의 기대감은 여전하다.
- 오래 기다렸던 개봉이다. 반응도 찾아봤나.
"좋은 것 위주로만 봤다. 호불호가 갈리는 것은 안다. 소재 때문에 아무래도 '인셉션'과 많이 비교되는데 시작 단계부터 다르게 기획된 작품이고 예산도 차이가 크다. '이 소재를 이 예산으로 어떻게 잘 전달할 수 있을까'에 대해 고민했다. 때문에 '인셉션'을 기대했던 분들에게는 다른 느낌으로 다가가는 것 같다."
- 시각의 차이가 있는 것 같다.
"VIP시사회 때 친구들이 왔는데 사실 시나리오를 쓸 때 캐릭터 이름을 실제 지인들 이름에서 차용하는 경우가 많다. 설경구 선배님이 연기한 방섭도 실제 경찰 친구의 이름이고, 차기작 '서울'의 주인공은 아버지 이름이다. 아는 분들은 또 그런 점에서 재미있게 봐 주더라."
- 총 준비 기간이 얼마나 걸린 것인가.
"2013년에 기안을 쓰고, 2014년에 준비를 시작하고, 2015년에 찍었다. 년수로 따지면 5년 걸렸다고 볼 수 있다. 설레임과 걱정이 공존하고 있다. 나름대로는 대중 분들의 눈높이를 맞추기 위해 노력했는데… 따뜻한 시선이 필요하다."
- 생각보다 예산이 아주 크지는 않다.
"공식적으로 총제 59억에 손익분기점이 168만 명이다."
- 촬영 후 개봉까지 기간만 따져도 2년이다.
"예산은 곧 작업량과 비례한다. 신인감독 치고는 그래도 비교적 큰 예산이었지만, 전체적으로 따져 봤을 때는 예산이 적다 보니까 작업자 수도 많을 수는 없었다. 근데 눈높이는 또 높다 보니까 대충 넘어갈 수 없고 결국 기간이 길어졌다. CG 작업이 길어지고 바뀌면 믹싱·녹음도 다시 해야 한다. 하지만 그 스태프들이 우리 영화에만 매달려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스케줄을 맞추다 보면 연기되고 또 연기되는 과정이 반복되더라."
- '루시드 드림'은 감독으로서도, 한국 영화로써도 굉장한 도전이라 볼 수 있다.
"신인감독이고 젊다 보니까 오히려 기회를 주셨던 것 같다. 기성 감독님들이 잘하는 부분이 있다면 내 나이대 할 수 있는 작품이 있을테니까. 처음부터 끝까지 결국은 관객을 만족시켜야 한다는 목표를 가장 크게 생각했다. 작전을 짰다."
- 편집도 여러 번 바뀌었나.
"편집은 많이 했지만 기본적으로 끌고 나가야 하는 틀이 명확했기 때문에 뼈대를 바꿀 수는 없었다. 시나리오 자체가 그렇게 짜여졌다. 그래서 편집할 때 고민이 됐던 것은 '초반에 어느정도 설명을 해줘야 할 것인가'였다. 관객들이 '루시드 드림'에 함께 올라 타야 하는데 가능할까 싶었다."
- 삭제된 신들도 많겠다.
"예를 들면 원래는 고수 캐릭터의 가족사도 따로 준비돼 있었다. 완성된 영화에서는 가족 이야기가 특별하게 설명되지는 않는다. 와이프가 죽는 꿈 같은 것도 있었는데 고심 끝에 결국엔 넣지 않았다. 흐름상 그 지점이 중요하지는 않다고 생각했다. 선을 정하는 것이 쉽지 않더라."
- 개연성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다.
"관객들이 생소한 소재를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보편적인 감성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뭐가 있을까'에 대한 고민이 첫 번째였다. '루시드 드림'은 결국 '믿음'에 관한 이야기이기 때문에 믿음이 바탕에 깔려있는 관계를 생각했고 그 중 부성애를 선택했다. 미스터리 구도를 갖고 있는 작품이라 평형 구조로 가기는 싫었다. 그 과정에서 어느 정도 충돌이 있을 수는 있다고 판단했다."
- 그래도 죽음을 꿈 속에서 표현하는 장면은 인상 깊었다.
"'이 꿈은 어떤 꿈이다'라는 것을 전달하는 것이 중요했다. 때마다 색깔을 조정했고, 죽음도 마찬가지다. 선명했던 꿈이 의식을 잃으면서 점점 흐려진다. 파괴되는 공간도 그 연장선상으로 생각했다. 돈을 쏟아부을 수 없기 때문에 정해진 예산 안에서 아이디어를 짜내야 했다."
- '다름'의 차이는 말하기는 쉽지만 표현하기는 분명 어려울 것이다.
"맞다. 기본 적인 배경 속에서 부성애의 충돌이 갖고 오는 변화도 표현해야 했다. 음악, 영상, 감정 포텐까지 모든 것이 중요했다. 어떤 화려함 보다는 자연스럽게 보여지고 공감되길 바랐다. 그래야 흔히 말하는 '카타르시스가 느껴지지 않을까' 싶었다. 그 지점 만큼은 놓치고 싶지 않았다."
- 꿈 속 도시는 어떤 특정 도시를 벤치마킹 한 것인가.
"그렇지는 않다. 다만 독특한 공간 보다는 누구든 쉽게 인지할 수 있는 모습이면 더 좋을 것 같았다. 일반적으로 '도시' '도심' 했을 때 떠오르는 공간이 있지 않나. 고층빌딩 속에 홀로 서 있는 듯한 그런 느낌. 그 느낌을 그려내 봤다."
- 엔딩신도 신경을 많이 썼을 것 같다.
"걱정도 많았고 신경도 많이 쓰였다. 감정적으로 중요한 지점인데 잘못하면 하늘을 나는 자세가 슈퍼맨처럼 보일 수 있을까. '피식'거릴 수 있는 지점이라 여러 버전으로 촬영하기도 했다. 글을 쓸 때는 나 혼자 상상할 수 있었지만 영화는 관객들과 공감을 해야하지 않나."
- 시행착오가 필요한 작업이다.
"고수 형이 고생을 많이 했다. 허공에 매달려 있으면 카메라가 움직이는 방식이었다. 사실 할리우드에서는 대수롭지 않은 장면일 수 있는데 우리는 아니지 않나. 배우의 감정은 깨지 않는 선에서 비주얼적으로도 잘 보여주고 싶었다."
- 아들을 3년간 찾지 못한다는 설정도 영화적이긴 하다.
"그렇게 느껴질 수 있다. 주인공이 깨어나는 모습도 안 보여줬는데 그 이유는 꿈일 수도 있고, 현실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시계를 가져다 놓을까 생각하기도 했는데 그냥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려 했다. 결국 '루시드 드림' 자체가 꿈 같은 이야기니까. 현실이면 좋을 것이고, 해피엔딩을 보여주고 싶기도 했지만 꿈 꿀 수 있는 지점도 놓치고 싶지는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