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모델이냐고요? ‘라이크아임파이브’가 얼른 성장해서 제 모델료를 감당해야 할 텐데 말이에요.” 원조 국민요정이 폭소를 터뜨렸다. “화장품 브랜드 ‘라이크아임파이브’의 모델이냐”는 질문을 받은 뒤였다. 유진(38)에게는 별로 특별하지 않은 질문이었다. 걸그룹 SES의 멤버에서 방송 진행자와 배우로 종횡무진 중이다. ‘로희맘’이라는 애칭까지 얻은 그에게 홍보 모델은 늘 해왔던 활동이었다. 그런데 유진은 모델이라고 불리는 걸 원하지 않았다. “화장품 기획부터 출시까지 제가 직접 만든 브랜드에요. 제 아이가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는 화장품을 만들고 싶었어요. 그만큼 긴 시간과 노력, 정성이 들어갔어요.” 또박또박한 목소리에 좋은 화장품을 향한 열정이 담겨있었다.
일간스포츠가 친환경 유아 스킨케어 브랜드 라이크아임파이브의 유진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이하 CD)를 만났다. 그의 울고 웃었던 화장품 브랜드 론칭 이야기와 2019년 현재를 살아가는 유진에 대해 들었다.
로희가 바르니까…'엄마' 유진이 만든 화장품
- 연예인이 만든 화장품에는 편견이 붙는다. 직접 만들지 않고, 모델로 얼굴만 보여주는 것 아니냐는 선입견 말이다. “나 모델 아니다. 모델이 있으면 모델료를 받아야 하는데, 아직 라이크아임파이브가 나를 감당하지 못한다.(웃음) 얼른 라이크아임파이브가 성장을 해서 페이를 받고 모델도 해야겠다.”
- 유아 스킨케어 브랜드를 론칭한 이유는. “출산 뒤 아기가 사용할 화장품을 찾았는데 안심하고 쓸만한 것이 없었다. 좋은 성분이 들어가고, 나쁜 성분은 빠진 유아 화장품이 너무 적었다. 그 과정에서 ‘단순히 모델할 것이 아니라, 내 아이가 믿고 사용할 수 있는 화장품을 내가 직접 만들자’는 생각이 들었다. 혼자 콘셉트를 잡고 파트너를 찾기 시작했다. 운이 좋게 내가 진짜 원하는 것들을 이해하고 구현할 수 있는 투자자들을 만났다. 하나하나 꼼꼼하게 챙기다 보니 제품 기획만 1년 8개월이 걸렸다.”
- 라이크아임파이브는 엄마가 아니면 알 수 없는 톡톡 튀는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브랜드로 평가된다. “아이를 키우다 보면 밤에 세수를 시킬 수 없는 상황이 있다. 잠이 들었는데, 깨워서 씻기기가 얼마나 힘이 드는지 엄마들은 안다. 그렇다고 낮에 선크림을 발랐는데 닦지 않을 수도 없고…. ‘마일드선클렌징 패드(이하 패드)’도 이 부분에서 착안해 만들었다. 아기 얼굴을 닦아 내면 자극 없이 세정할 수 있다. 보습 성분이 들어있어서 얼굴이 많이 땅기지 않는다. 어른이 써도 된다. 우리 집은 온 가족이 함께 쓴다. 당연히 나도 화장 지우기 싫은 날이나 세수하기 싫은 날에 사용한다. 웬만한 데일리 화장품은 다 지워진다.”
- 육아하는 엄마들에게는 최고의 아이템이겠다. “엄마들로 구성된 체험단도 이 패드를 정말 좋아했다. 해외 시장에서도 이 패드와 ‘힐링 오일 밤’에 관심을 많이 갖는다고 안다. ‘탑투토포밍 워시’는 처음부터 거품이 나오도록 기획했다. 한 손으로 아기를 안고 있는 엄마가 양 손바닥을 비벼서 거품을 따로 내기 쉽지 않아서다. 제형, 용기, 디자인까지 아이 키우면서 쌓은 노하우를 담았다.”
- 요즘 소비자는 성분을 중시한다. “화장품을 기획하면서 ‘왜 이렇게 좋은 게 있는데 나쁜 성분을 쓰지’라는 의문이 들었다. 사업하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그 원료가 더 싸니까 쓰는 거다. 내 아이가 얼굴에 바르는 건데 비싸다고 안 쓰는 건 아니다 싶었다. 또 나쁜 성분이란 걸 알게 된 이상 쓸 수 없었다. 우리는 친환경, 천연 유례 성분을 선호한다. 하지만 좋다고 마구잡이로 넣으면 이 또한 자극되는 경우가 있다. 그래서 라이크아임파이브는 ‘정말 필요한 가장 좋은 성분만 담되, 필요 없는 건 덜어낸다’는 것이 목표다. 꼭 필요한 최소한의 성분만 넣는 것이다.”
- 가장 힘들었던 기억은. “기다림이다. 정말 생각보다 오래 걸렸다. 아이디어를 실현하기까지 까다로운 절차와 테스트가 참 많더라. 원래 6개월을 목표로 했는데 론칭까지 1년 8개월이 걸렸다. 하지만 내 가족이 쓰는 제품인데 빨리 출시하자고 대충할 수 없었다. 총 9종의 제품을 5개의 OEM(주문자위탁생산)사에 맡길 정도였다.(웃음) 투자자와 직원들에게 참 고맙다. 수없이 많았던 나의 요구를 다 들어주고 실현까지 해줬다.”
- 라이크아임파이브란 브랜드명은 어떻게 탄생했나. “’내가 다섯 살인 것처럼 설명해 주세요(Explain Like I'm 5)’라는 관용어에서 착안했다. 아이의 눈높이에 맞춰 만들겠다는 뜻을 가졌다. 최소한의 성분을 최소한의 쉬운 처방으로 하자는 의미도 담겼다. 상징 컬러는 연보라색이다. 원래는 보다 핑크에 가까웠는데, 막상 나와보니 연보라색이었다. 마음에 들었다. SES 시절, 팬들이 들던 풍선 색도 연보라였다.”
- 화장품은 유명인이 도전하기에 까다로운 제품군이다.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 “최근 캐나다에서 만든 친환경 브랜드의 세정제에서 가습기 살균제 성분이 검출됐다. 심지어 나도 쓰던 제품이었다. 그런데 이 세정제 원료에 살균제 성분은 없었다고 한다. 생산 제품에 천연 원재료 일부에서 해당 성분이 혼입된 사고였다. 순간 겁이 덜컥 났다. 우리 화장품도 이런 식으로 혼입될 수 있는 것 아닌가 싶더라. 그때부터 처방 원료도 아닌데 제품에 혼입될 가능성에 대해 끝없이 알아봤다. 생산라인과 연구진으로부터 그럴 가능성이 절대 없다고 확인받았다.”
- 직원들이 힘들었겠다. “라이크아임파이브는 여러 사람이 투자를 했고 그들의 시간과 땀, 노력이 들어갔다. 그래서 더욱 품질에 있어서 타협은 안 된다고 생각했다. 유아 화장품 업계는 상당히 보수적이다. 한 번 특정 브랜드의 화장품을 결정하면, 잘 바꾸지 않는다. 라이크아임파이브가 성공하려면 처음부터 정말 괜찮은 화장품을 만들겠다는 신념을 갖고 밀고 나가야 소비자인 엄마들이 알아줄 것이라고 생각했다. 나도 엄마다. 아이를 키우는 엄마의 마음은 다 같다. 긴 호흡을 갖고 걸어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분들께 감사하다.”
- 해외 진출 계획은. “현재 미국과 일본, 중국, 태국에서 판매하고 있다. 지난 6월에는 태국 센트럴 백화점 등 ‘마더케어’ 채널에 입점하며 오프라인 판매도 시작했다. 홍콩과 대만은 내년 3월께 론칭을 목표로 한다. 현재 해당 나라에 맞는 승인을 기다리는 곳도 있다. 이후 본격적인 홍보를 시작할 예정이다.”
- 최종 목표는. “좋은 제품을 합리적인 가격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공급하고 싶다. 라이크아임파이브의 제품력을 인정받아 글로벌을 향해 나가고 싶다. 소외된 계층도 우리 제품을 쓸 수 있도록 기부할 수 있는 정도의 비즈니스 볼륨을 목표로 한다.”
누군가의 엄마, 아내, 그리고 배우 유진
- 유진은 성공한 가수이자 배우다. 그리고 엄마다. 이미 정말 바쁘다. 사업하기 귀찮지 않았나. “나는 귀찮지 않았다. 나 때문에 라이크아임파이브를 함께 만든 파트너들과 직원들이 귀찮았겠지.(웃음) 뭐 하나 그냥 넘어가는 법이 없었으니까. 심지어 위생 모자 쓰고 가운을 갖춰 있고 생산 공장까지 찾아 다녔다. 당연히 회의는 물론 모든 과정이 즐겁고 좋았다.”
- 2019년은 유진에게 어떤 해인가. “작년과 같다. 아이를 키우고, 일하고…. 독박육아는 힘들다. 나는 가끔 일도 하고, 일할 때는 아이 없이 하루를 보내기도 한다. 남편도 잘 도와주고, 엄마가 아이들을 잘 챙겨주신다. 그래서 육아를 즐길 수 있는 것 같다. 물론 그런데도 힘들 때가 있다. 얼마 전 남편과 이런 대화를 나눴다. ‘지금을 즐기자. 아이가 크면 더는 안아달라고 하지 않는다. 이것도 몇 년 후에는 못한다. 지금을 행복하게 보내자’고…”
- 10년 뒤 유진은 뭘 하고 있을까. “남편과 여행을 다니고 싶다. 잠깐, 10년 뒤면 로희가 아직 열다섯 살인데…. 안될 것 같다. 한창 바쁘겠다. 그때는 아이들과 함께 정말 여행을 다녀야겠다. 지금도 가끔 여행을 가지만 아이들이 어리다 보니 충분히 쉬지 못한다.”
- 솔직한 편인가. “소탈한 편이다. 사실 나는 조금 덜 솔직할 필요가 있는데.(웃음) 혼자 모든 일을 해내는 이 땅의 엄마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 지금 행복한가. “행복하다. 행복한 가정이 있고 일을 계속할 수 있다. 둘 중 하나에 욕심을 부리면 망가진다. 일에 대한 욕심이 과했다면, 아직 결혼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랬다면 일적인 커리어는 더 쌓아 올렸을 수 있다. 하지만 나는 지금의 남편을 사랑했고, 그래서 결혼했다. 자녀를 둘 낳으니 그것도 좋더라. 물론 셋까지 낳는 것은 무리인 것 같고.(웃음) 간혹 일 욕심이 날 때도 있다. 하지만 그러면 가정에 소홀해질 것 같다. 지금은 그 중심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M토크 ②] 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