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중심타자 이성열(36)이 개막 준비를 마치고 본격적인 카운트다운을 시작했다. 2004년 LG 유니폼을 입고 데뷔한 뒤 두산과 넥센(키움), 한화를 거치면서 16년간 프로에서 산전수전을 다 겪은 베테랑 타자. 그런 그에게도 2020년 봄은 낯설기만 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라는 악재가 닥치면서 시즌 개막이 연기됐고, 스프링캠프 종료 후에도 두 달 가까이 타 팀 선수들과 만나지 못하고 오직 팀 자체 청백전만 치러야 했다.
대전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기약 없이 몸을 만들고 있던 이성열은 그간의 어려움과 현재 상황을 최대한 긍정적으로 해석하려 노력하고 있다. "개막을 앞두고 처음 겪는 상황이라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었다"면서도 "캠프를 다녀온 후 스스로에게 만족스럽지 못한 부분들이 있었는데, 그런 점들을 보완할 시간을 벌게 된 면도 있다고 생각한다. 컨디션도 조금 더 올라왔고 마음도 편해졌다"고 했다.
이성열에게는 올해가 조금 더 특별한 시즌이기도 하다. 지난 시즌을 마친 뒤 처음으로 프리에이전트(FA) 자격을 얻어 원 소속팀 한화와 2년 최대 14억원에 사인했다. 계약금 3억원, 연봉 총액 9억원, 옵션 총액 2억원이 세부 조건. 올해가 그 계약의 첫 시즌. 어떻게든 지난해(129경기 타율 0.256 홈런 21개 85타점)보다 좋은 성적을 올리겠다고 마음 먹고 있다.
이성열은 "청백전을 치르면서 공수에서 팀에 도움이 되는 플레이를 해야 한다는 생각이 강했다"며 "수비 때는 최대한 집중력을 높여 실수를 줄이고 안정적인 플레이를 하는 데 중점을 뒀고, 타석에서는 출루와 타점 생산 등 팀이 기대하는 역할을 해낼 수 있도록 노력했다"고 털어 놓았다.
이제는 진짜 개막이 다가오고 있다. 빠르면 5월 1일 출발의 총성이 울린다. 이에 앞서 오는 21일부터는 '미니 시범경기' 격인 팀 간 교류전이 시작된다. 이성열은 "팀 내 청백전만 진행하다 오랜만에 다른 팀과 경기를 하게 되니 기대도 많이 되고 설레기도 한다"며 "개막을 앞두고 타 팀과 경기하는 마지막 기회이기 때문에 컨디션을 조금 더 끌어올릴 수 있도록 최대한 집중할 계획"이라고 했다. 이어 "연습경기에서는 장타가 많이 나오지 않았지만, 정규시즌에 들어가면 좋은 모습이 나올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고 낙관했다.
한화는 2018년 11년 만의 포스트시즌에 진출했지만 지난해 다시 9위로 떨어지는 아쉬움을 겪었다. 올해는 선수단 전체가 팀 분위기를 쇄신하고 다시 도약하겠다는 의지로 뭉쳐 있다. 고참급인 이성열도 그 단합을 주도하는 선수 중 하나다. 동시에 젊은 선수들의 성장을 보며 기분 좋은 자극도 받고 있다.
이성열은 "자체 청백전에서 젊은 선수들과 퓨처스(2군)에서 올라온 선수들이 좋은 모습을 보여줘서 나도 긴장을 늦추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그래도 젊은 선수들의 기량이 성장하는 모습을 보니 선배로서 참 뿌듯하다"며 "선배들과 후배들이 밝은 분위기 속에서 서로 격려하며 경쟁하는 팀이 좋은 팀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팀이 현재 그런 분위기다"라고 귀띔했다.
또 "올해는 개인적인 목표보다는 팀이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는 데 기여하고 싶다. 한 시즌 동안 부상 없이 매 경기 최선을 다해, 꾸준하게 팀에 도움이 되는 선수가 되고 싶다"며 "코로나19로 고통을 받은 야구팬들을 위해, 야구선수로서 야구로 조금이나마 기쁨을 드리고 싶다"는 의지를 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