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은 이번 FA 시장에서 꽤 적극적이다. 내부 FA로 풀린 내야수 이원석(34)과 투수 우규민(35)을 모두 잔류시킬 방침이다. '합리적인 금액'이라는 조건을 달았지만, 이들을 놓치지 않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삼성의 눈은 이제 바깥으로 향한다. 메인 타깃은 FA 1루수 오재일(34)이다. 홍준학 삼성 단장은 지난달 30일 대구 모처에서 이예랑 리코스포츠에이전시 대표를 만났다. 우규민의 에이전트인 이 대표를 만나 FA 협상을 시작했다. 일간스포츠 취재 결과, 이 자리에서 삼성은 오재일의 얘기를 테이블 위에 올렸다. 이 대표는 오재일의 대리인이기도 하다. 삼성으로선 한 자리에서 두 선수에 대한 논의가 가능했다.
구체적인 계약 조건이 오간 건 아니지만, 일단 협상의 물꼬를 텄다. 눈길을 끄는 행보다. 삼성은 외부 FA 영입에 소극적이었다. 2017년 11월 포수 강민호(롯데→삼성)를 영입한 후 지갑을 닫았다. 최근 2년 동안 FA 시장에서 투자한 금액이 28억원(총액 기준). 웬만한 중급 FA 한 명의 계약 총액에도 미치지 못한다. 이마저도 2019년 내부 FA 김상수(3년 총액 18억원), 윤성환(1년 총액 10억원)을 잡는 데 쓴 것이다. 지난해는 FA에 전혀 투자하지 않았다.
기류가 약간 바뀌었다. 지난 3월 원기찬 전 삼성카드 대표가 구단주 겸 대표이사에 선임된 뒤 선수단 내부에선 "이전과 달리 구단이 투자할 것 같다"는 얘기가 돌았다. 이전과 달리 삼성이 FA를 비롯해 선수 영입에 적극적으로 나설 거라는 의미였다.
원기찬 대표이사는 지난달 26일 경산 볼파크에서 열린 종무식에서 구단 직원과 선수단 전원을 한 자리에 모아놓고 행사를 진행했다. 한 구단 관계자는 "보통 직원과 선수를 분리해서 진행했는데 이번엔 아니었다. 평상시에도 고참급 선수들의 고충을 들어주는 등 소통하려는 게 약간 남다르다. 의지가 있으신 분"이라고 말했다. 구단 안팎에서도 FA 투자에 대한 기대가 꽤 높다.
삼성은 외부 FA 보강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첫 번째 영입 후보는 1루수 오재일이다. 삼성은 외국인 타자 다린 러프가 팀을 떠난 올 시즌 확실한 1루수 없이 1년을 보냈다. 외국인 타자 타일러 살라디노를 비롯해 이성규, 이원석, 이성곤 등을 다양하게 투입했다. 누구 하나 합격점을 받지 못했다. 이들 모두 1루가 주 포지션이 아니다.
1루를 보강하는 가장 간단한 방법은 외국인 타자 영입이다. 그러나 삼성은 외국인 타자를 외야수로 뽑고 1루수는 FA로 채우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 중이다. 이미 삼성은 외국인 타자 계약을 사실상 끝낸 상황이라서 오재일 영입에 집중할 수 있다. 오재일이 삼성 라이온즈 파크에서 유독 강했다는 점도 높게 평가하고 있다.
삼성은 2016년부터 5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다. 올 시즌 허삼영 감독 체제로 새 출발 했지만, 8위에 머물렀다. 8월 1일 8위로 추락한 뒤 반등하지 못했다. 전력 보강에 대한 필요성을 어느 해보다 강하게 느끼고 있다. 홍준학 단장은 일간스포츠와 통화에서 "이 시기(코로나 19)에 '오버 페이'하는 구단이 있을지 잘 모르겠다. 적정한 금액이라면 보강을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1루수 보강을 생각하고 있냐"는 질문에 "맞다"고 대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