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KBO 포스트시즌 키움히어로즈와 SSG랜더스의 한국시리즈 4차전이 5일 오후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렸다. 6대 3으로 4차전을 승리, 시리즈 2대 2 균형을 맞춘 키움선수들이 경기 종료 후 자축하고 있다. 고척=김민규 기자 mgkim1@edaily.co.kr /2022.11.05/ 핏빛 투혼으로 점철되는 키움 히어로즈의 가을. 창단 첫 우승을 향한 선수들의 정신력이 만신창이가 된 몸을 이겨내고 있다. 홍원기 키움 감독은 뛰어난 위기 대처 능력을 발휘하며 선수단 투지를 빛나게 만들었다. 그들은 이미 올해 포스트시즌(PS) 주인공이다.
키움은 지난 5일 홈구장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SSG 랜더스와의 한국시리즈(KS·7전 4승제) 4차전에서 6-3으로 승리, 2승(2패)째를 거두며 시리즈 균형을 맞췄다.
'이정후 원맨팀'으로 평가받던 키움은 이번 PS를 앞두고도 전망이 밝지 않았다. 선수단과 코치진 모두 가을 야구 경험이 상대적으로 적었다. 객관적인 전력도 떨어지는 게 사실이었다. 그러나 키움은 준플레이오프(PO·5전 3승제)에서 최종전을 치른 끝에 KT 위즈를 제압했고, PO(5전 3승제)에선 정규시즌 2위 LG 트윈스에 1차전 패배 뒤 3연승을 거뒀다. 13일(10월 16~28일) 동안 9경기를 치르며 체력이 고갈된 상태로 맞이한 KS에서도 올 시즌 최강팀 SSG에 밀리지 않고 있다.
키움은 PS 첫 경기부터 악재를 맞이했다. KT와의 준PO 1차전에 나선 안우진이 오른쪽 손가락에 물집이 잡힌 탓에 88구를 던지고 마운드를 내려온 것. 4-0으로 앞서 있던 키움은 7·8회 초 수비에 불펜이 흔들리며 동점을 내줬다.
이 상황에서 팀 명 '히어로즈'에 걸맞게 새 영웅이 등장했다. 8회 말 공격에서 송성문이 적시타, 김준완이 희생플라이를 치며 앞섰고, 7회 대타로 투입된 임지열이 KT 마무리 투수 김재윤으로부터 투런 홈런을 치며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임지열은 시리즈 전적 1승 1패로 맞선 채 치른 LG와의 PO 3차전에서도 키움이 3-4로 지고 있던 2사 1루에서 대타로 나서 투수 이정용을 상대로 역전 투런 홈런을 쳤다.
불펜에선 우완 사이드암 투수 김동혁이 빛났다. 정규시즌 3홀드 평균자책점 4.73에 그쳤던 그는 PO 승부처마다 마운드에 올라 제 몫을 다했다. 2~4차전 3연투에 나서 1승 2홀드를 챙겼다. 4차전에선 4-1로 앞선 8회 초 1사 1·2루에 등판, LG 주축 타자 채은성을 상대로 병살타를 유도하며 완벽하게 임무를 완수했다.
2022 KBO 포스트시즌 키움히어로즈와 SSG랜더스의 한국시리즈 4차전이 5일 오후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렸다. 6대 3으로 4차전을 승리, 시리즈 2대 2 균형을 맞춘 키움홍원기 감독이 경기 후 김재웅을 안아주고 있다. 고척=김민규 기자 mgkim1@edaily.co.kr /2022.11.05/ 홍원기 감독은 2년 차 감독 같지 않은 과감한 마운드 운영으로 승부사 기질을 보여주고 있다. 준PO 5차전에선 4-2로 앞선 7회 초 '선발 자원' 요키시를 투입해 허리 싸움을 주도했다. 양현·김태훈 등 1이닝을 맡기기 위해 내세운 불펜 투수들이 흔들리면, 오래 기다리지 않고 바로 교체했다.
반드시 실점을 막아야 할 땐 타자 유형에 연연하지 않고 가장 믿을 수 있는 투수를 내세워 경기 긴장감을 유지하고 있다. PO 2차전 6회 말엔 좌타자가 줄지어 대기하고 있는 LG 타선에 우완 최원태를 투입해 2이닝을 맡겼다. 최원태는 김현수·홍창기·서건창 등 LG 주축 타자를 삼진과 범타로 돌려세웠다. KS 3차전 7·8회도 추신수·최정 등 좌우 강타자가 번갈아 포진한 SSG 타선을 최원태에게 맡겨 리드를 지켜냈다.
키움 선수들은 KT·LG를 차례로 꺾으며 한층 단단해졌다. 홍원기 감독의 용병술과 투수 교체도 공격적이고 과감해졌다. 그렇게 쌓은 힘이 SSG와의 KS 1·4차전에서 유감없이 드러났다.
키움은 1차전에서 선발 투수로 나선 안우진이 3회 투구 중 오른 중지 물집이 터진 탓 불펜진을 일찍 가동해야 했다. 요키시를 다시 한번 구원으로 투입하는 등 8회까지 불펜 투수 5명을 내세워 실점을 최소화했다. 그리고 4-5로 패전 위기에 놓인 9회 초 1사 1루에서 홍원기 감독이 꺼내 든 대타 카드 전병우가 역전 투런 홈런을 치며 경기를 뒤집었다. 김재웅이 9회 말 김강민에게 동점 홈런을 내줬지만, 전병우가 연장 10회 초 또 적시타를 치며 7-6으로 1차전을 잡았다.
2·3차전 연패를 당한 뒤에도 키움의 기세는 꺾이지 않았다. 4차전 3회 말 공격에서 상대 투수 숀 모리만도를 상대로 5안타를 치는 등 5득점 빅이닝을 만들며 승기를 잡았다. 8회 초 2사 만루에서 김재웅이 손가락 출혈로 마운드를 내려갔다. 그러나 최원태가 등판해 추신수를 뜬공 처리하고, 9회도 실점 없이 막아내며 승리(스코어 6-3)를 지켜냈다.
주축 투수 안우진과 김재웅이 출혈로 강판된 두 경기에서 키움은 승리했다. 이미 수 차례 방전됐어도 이상하지 않지만, 다시 투지를 발휘해 원기를 충전했고, 기어코 KS를 원점으로 만들었다.
남은 경기에도 악재는 많다. 7일 5차전 선발로 나서는 안우진은 손가락은 여전히 걱정이다. 김재웅도 KS가 시작된 뒤 이전보다 피안타가 많아졌다. 그러나 체력이 떨어져도 기세는 꺾이지 않는 키움의 야구는 더 강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