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장률이 광기 어린 연기로 신스틸러에 등극했다.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몸값’은 서로 몸값을 두고 흥정하던 이들이 갑작스런 지진으로 무너진 건물에 갇힌 후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치는 이야기다. 동명의 단편영화가 원작으로 6부작 드라마로 재탄생했다. 장률은 아버지를 위해 몸값 흥정에 뛰어든 효자 고극렬을 연기한다.
고극렬은 죽음을 코앞에 둔 순간에도 장기제공자가 된 노형수(진선규 분)에게 신장을 내놓으라고 위협한다. 추락해 물에 빠지고, 온몸에 피가 철철 흘러도 다시 일어나 ‘좀비설’까지 얻은 장률은 원작에 없던 새로운 인물을 제 것으로 만들면서 호평을 얻었다. 장률은 인터뷰에서 연기에 가장 신경 쓴 부분으로 “선함을 잃지 않는 것이었다. 악에 받치는 순간이 있는데, 이 인물의 목표가 보여주는 선한 마음, 굳은 의지와 사명감에 초점을 두려고 했다”고 강조했다. -고극렬은 어떤 인물인가. “유도 선수로 생활했다. 유도를 포기하는 순간도 있었을 거고, 어려운 가정환경에서 아버지 원망하는 순간도 있었다. 병으로 누워 있는 아버지 바라볼 때 죄책감을 가졌다. 아버지를 한 번도 기쁘게 해드리지 못해, 신장을 구해 아버지를 살리는게 목에 금메달을 걸어드리는 게 아닌가 생각했던 인물이다.”
-어떻게 캐릭터를 구현했나. “집요함에 중점을 뒀다. 극한 상황에 내몰렸을 때 굉장히 집요해진다. 집요함은 두려움에서 출발한다고 생각했고, 이 두려움을 이겨내려는 마음이 집착을 만들어낸 것 같다.”
-신경 쓴 부분이 있다면. “재난 상황이다 보니 인간의 본능적 순간들이 나올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그 인물이 가진 목표, 선한 마음, 굳은 의지와 사명감에 초점을 두고 잃지 않으려고 했다. 감독님이 들끓고 있는 가마솥 같은 느낌이었으면 좋겠다고 하시더라. 안에 뭐가 들어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계속 뜨겁게 타오르고 있는 가마솥이 어떤 느낌일까 상상했던 것 같다.”
-전우성 감독이 ‘디테일하고 성실하다’고 극찬했는데. “연기할 때 스스로 질문을 계속하는 타입이다. 그렇게 안 하면 노력을 안 했다는 느낌이 든다. 인물 근간에 있는 심정, 원념들에 대해 더 깊이 있게 들여다보려고 한다. 스스로 괴롭힐 때도 있다. 내가 생각하는 건 한계가 있다고 생각해서 같이 작업하는 배우들, 감독님과 끊임없이 질문하는 편이다.” -진선규, 전종서와의 호흡은 어땠나. “사랑하고 존경하는 진선규 선배와 같이 (연기)하는 것만으로도 행복했다. 인물을 준비할 때 선배에게 많은 질문을 했는데 다 받아들여 주더라. 고극렬이라는 인물을 찾아갈 수 있게 길잡이가 돼줬다. 전종서는 워낙 동물적이다. 내가 생각해온 장면과 전혀 다르게 느껴지도록 해줬다. 그래서 전종서가 표현하는 주영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고극렬에게 집중이 됐다. 두 배우에게 굉장한 에너지를 받았다.”
-원테이크 작품에 부담감은 없었나. “큰 도전이 될 거라 생각했다. 처음에 ‘언제 또 이렇게 연기해보나’ 하면서 임했다. 리허설 과정을 많이 거치고 아이디어 회의도 하고 여러 가지를 생각하면서 작업을 해갔다. 연습 과정 자체는 공연을 준비하는 느낌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지만 촬영 현장은 카메라와 함께 호흡하는 거라 스태프, 배우들과 함께 공유해야 했다.”
-가장 마음에 드는 장면은. “1부 경매장 신이다. 들어서는 순간 고극렬의 절실한 순간을 표현해야 하기 때문에 집중력 필요한 장면이었다. 더군다나 모든 배우들이 호흡을 맞추는 첫 순간이었다. 신기한 게 집중되는 호흡이 생기면 모든 배우와 스태프들, 촬영, 조명의 합이 맞아떨어지는 순간이 있다. ‘컷!’ 하는 순간 모두가 모니터로 향한다. 하나의 목표를 가지고 다 같이 가고 있다는 게 아름다웠다. 박수치고 격려하는 장면이 아직 잊히지 않는다.”
-액션신은 어떻게 준비했나. “진선규 선배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선배가 몸을 워낙 잘 쓴다. 고등학교 때 선배의 연극을 처음 봤는데 ‘어떻게 저렇게 몸을 쓸까’ 생각한 적도 있다. 내가 부족해서 다치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잘 맞춰줬다. 무술 감독님과도 대화를 많이 하면서 사실감 있는 움직임을 만들어갔다.“ -실제로 재난 상황을 맞닥뜨린다면. “낙오되지 않았을까. 그 현장에 있다면 상상하기가 어렵다. 어쨌든 빨리 밖으로 도망쳐서 나가야지 않겠나(웃음).”
-‘몸값’의 인기 비결은. “단순히 재난 상황을 보여주기보다 인물들이 어떤 과정을 겪는지 초점이 맞춰진 작품이다. 원테이크 특성상 카메라가 인물을 따라가다 보니 밀착감도 있고 다음에는 무슨 일이 벌어질지 기대하게 되는 재미가 있다. 세 명의 인물들이 극한의 상황에 놓이고 여러 가지 감정들과 기류를 나누면서 알게 모르게 미운정 고운정이 쌓여간다. 그런 면들이 재미있는 게 아닐까.”
-촬영 에피소드가 있다면. “매 순간 몸이 힘든 장면을 찍다 보니 근육들이 긴장되기도 하고 물 분장도 많이 해서 체온도 많이 떨어지는 현장 상황들이 있었다. 근데 스태프들이 정말 많은 도움을 줬다. 또 피지컬 팀이 있었다. 근육도 많이 풀어주고 신체를 봐주는 선생님들이 계셔서 감사하게 촬영했다.”
-생존력의 비결은 무엇인가. “유일하게 자기의 생명보다 아버지의 생명을 이야기한다. 고극렬은 아버지가 사는 게 더 중요하다고 봤다. 사람이 어떤 의지와 힘이 나올 때는 나를 위하기보다 남을 위할 때 더 강한 에너지가 나온다는 생각이 들더라. 아버지의 생존이 곧 나의 생존이라고 생각했다.” -아쉬운 점이 있나. “아쉬운 점들이 더 보인다. 그런 점들이 성실하게 작품에 임할 수 있게 하는 원동력이다. 가끔은 나를 칭찬해야 하는 순간도 온다. 그러지 않았을 때는 시간이 흐르고 반향이 오더라. 지금은 너무 잘했다. 고생했다고 칭찬하고 싶다.”
-오랜만에 선역을 맡았는데. “너무 좋다. 맹목적이고 강렬한 목표를 가진 인물들을 맡아왔는데 고극렬이라는 인물은 아주 효자, 선한 마음이 기본적인 인물이다. 관객분들께 다가가는 것에 있어서도, 연기하는데에도 좋았던 것 같다. 친한 옆집 아들, 오빠 느낌으로 다가갔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있었다.”
-관전 포인트가 있다면. “원테이크로 촬영한 작품들이 많지는 않아서 새로움을 드릴 수 있다. 촬영도 처음부터 끝까지 작품의 흐름대로 촬영했기 때문에 흐름 속에 같이 있다는 느낌도 받게 될 거다. 주말 밤에 가족 혹은 친구들과 같이 몰입해서 볼 수 있는 콘텐츠로 기억됐으면 좋겠다.”
-‘몸값’ 시즌2가 나온다면. “아직까지 상상은 안 된다. 아버지를 살려야겠다는 일념으로 마지막까지 가는 인물이다. 이야기가 어떻게 풀릴지, 형수와 어떤 관계로 발전할지도 궁금하다. 만약에 이야기가 이어진다면 아버지의 안위가 가장 걱정될 것 같다.”
-장률의 원동력은 무엇인가. “가족 같다. 요즘 부모님에 대한 생각이 많이 든다. 예전에는 이런 생각을 많이 못했었다. 부모님께 많은 사랑을 받고 대화하는 시간도 많았는데, 그런 감정의 교류 속에서 내가 관객들과 나눌 수 있는 감정을 선물처럼 주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