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토트넘)은 포르투갈전에서 2-1 역전승을 거두고 그야말로 대성통곡했다. 하지만 경기 후에는 감정을 추스르고 침착하게 인터뷰에 응했다.
한국은 포르투갈전 후반 45분이 될 때까지 1-1로 비긴 상황이었다. 무조건 이기고 다른 경기 결과를 기다려야 16강에 가는 한국은 사실상 16강행과 멀어진 듯했다.
그러나 후반 추가시간 손흥민의 스프린트에서 한국 축구의 역사가 바뀌었다. 손흥민은 빠르게 미드필드를 질주했고, 문전 근처에서 포르투갈 선수들이 순식간에 손흥민을 에워싸듯 수비하자 절묘하게 돌아들어가는 황희찬에게 공을 찔러줬다. 이를 황희찬이 골로 연결했다. 역전 결승골이었다.
벤치에 있던 한국 선수들이 뛰어나오고, 관중석은 들썩였다. 이전 경기 레드카드 때문에 VIP석에서 경기를 보던 파울루 벤투 감독마저 소리를 지르며 흥분했다. 손흥민은 엎드려서 통곡하듯 울었다.
그러나 한국은 같은 시간 열린 우루과이-가나전 결과를 체크해야 했다. 우루과이가 2-0으로 앞선 가운데 그대로 끝나면 한국의 16강 진출 확정. 선수들이 숨죽이고 휴대폰 중계로 그 경기를 지켜보는 동안 손흥민은 "우리는 충분히 16강에 갈 만하다. 너희가 자랑스럽다. 고맙다"고 말했다.
손흥민은 믹스트존 인터뷰에서는 흥분이 좀 가라앉은 듯 차분한 모습이었다. 그는 "우리가 충분히 즐길만 하니까 오늘까지만 들떠 있고 내일부터는 16강전을 잘 준비할 것이다. 아직 월드컵이 끝난 게 아니다"라고 했다.
경기 막판에 마스크를 벗고 뛴 손흥민은 16강행이 확정된 후에야 속내를 조금 내비쳤다. 그는 "사실 벗으면 안된다. 이제 수술한지 한 달 정도다. 뼈가 붙으려면 최소 세 달은 걸린다. 오늘 경기에서 순간적으로 벗었다고 해서 벗고 뛰어도 되는 게 아니다. 엄청난 리스크를 갖고 하는 것"이라고 했다.
손흥민은 한국이 선제골을 내주고 끌려가다가 동점골을 넣었을 때도 세리머니를 하지 않고 선수들에게 '빨리 경기에 복귀하라'고 독려했다. "1분 1초가 아까웠다"고 돌아본 손흥민은 "끝나기 전에 찬스가 한 번은 날 거라고 믿었나"라는 질문에 "당연하다. 그렇지 않으면 공격을 할 수가 없다. 포르투갈을 상대로 찬스가 많이 나오진 않는다. 조그만 찬스를 믿고 경기하면 결정적인 순간을 맞이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자신감있게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