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국생명은 권순찬(48) 감독의 경질 후폭풍에 휘청이고 있다. 구단은 지난 2일 권순찬 감독과 김여일 단장의 동반 사퇴 소식을 알렸는데, 사실상의 경질이다.
임형준 구단주는 "구단이 가고자 하는 방향과 부합하지 않아 부득이하게 권순찬 감독과 헤어지기로 했다"고 밝혔다. 구단이 밝힌 작별의 이유였다.
하지만 흥국생명의 '윗선'이 선수 기용에 개입하고, 권순찬 감독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 이 사태를 일으켰다는 설이 배구계에 나돌았다.
새롭게 부임한 신용준 흥국생명 단장은 5일 인천삼산체육관에서 열린 GS칼텍스전에 앞서 기자회견을 자청했다. 일부 오해가 있어 바로 잡겠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논란만 더 키웠다. 신용준 단장은 "선수 기용이 아니라 경기 운영에 대해 (권순찬) 감독과 (김여일) 단장의 갈등이 있었다"며 "로테이션에 있어 서로 의견이 맞지 않았다. (전임 김 단장은) 팬들이 원하는 것은 전위에 김연경과 옐레나가 같이 있는 게 아니라고 여겼다. 여기서 (감독과) 이견이 있었고, 갈등이 발생한 듯하다"고 밝혔다. 구단이 "감독에게 선수 기용에 관해 지시하거나 간섭한 적은 없다"고 재차 강조했다.
김연경과 김해란은 경기를 마친 뒤 무거운 표정으로 기자 회견장에 들어섰다.
리베로 김해란은 "이전부터 (김여일) 단장의 (선수 기용) 개입을 느꼈다. 사실 선수들은 (이번 사태가 발생하기) 이전부터 알고 있었다. 구단의 개입으로 마음 상한 선수들이 많았다. 나 또한 역시 그랬다"고 털어놓았다.
김연경 역시 "이번 시즌에도 개입이 있었고, 이에 따라 패한 경기도 있었다"고 말했다. 신용준 단장의 해명과는 정면 배치된다.
김해란은 "감독님 입장에선 무시당하는 느낌을 받았을 것 같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었으면 한다"고 했다. 김연경도 "너무 놀랍고 안타깝다. 과연 이런 팀이 또 있을까 싶다. 최근 흥국생명에서 발생하는 일이 너무 부끄럽다"며 "이런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았으면 한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