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23시즌 유럽 축구에서 최고의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팀은 바로 SSC나폴리(이탈리아)다.
올 시즌 김민재가 이적한 팀인 나폴리는 2022~23시즌 이탈리아 세리에A 우승을 예약해놓았다. 리그 23경기를 치른 현재, 나폴리(승점 62)는 2위 인터 밀란(승점 47)에 15점 앞서 있다. 그야말로 압도적인 선두다. 나폴리는 디에고 마라도나가 뛰던 1990년 이후 33년 만의 우승을 목전에 뒀다.
나폴리의 놀라운 점은 현대 유럽축구 현실에서 거의 불가능해 보이는 ‘저비용 고효율’을 이뤄냈다는 것이다.
올 시즌 나폴리를 이끄는 주요 선수들은 신입생들이다. 김민재를 비롯해 공격수 흐비차 크바라츠헬리아, 미드필더 앙드레프랑크 잠보 앙귀사 등이 지난해 여름 이적시장을 통해 입단했다.
나폴리는 이들을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품었다. 김민재는 1805만 유로(250억원), 앙귀사는 1500만 유로(208억원), 크바라츠헬리아는 1000만 유로(139억원)의 이적료를 기록했다.
첼시가 이달 초 구단의 역대 최고 가격으로 영입한 엔조 페르난데스의 이적료가 1억2000만 유로(1664억원)였다. 극단적인 비교이긴 하지만, 나폴리가 얼마나 저렴한 가격으로 알짜 선수를 영입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나폴리가 저비용 고효율로 대성공을 한 건 선수의 잠재력을 제대로 파악했기 때문이다. 이탈리아 매체 가제타 델로 스포르트에 따르면, 나폴리는 2019년 김민재가 중국 리그에서 뛸 때부터 그를 관찰했다.
나폴리의 성공 비결에 대해 K리그 현직 구단 관계자들의 의견을 들어봤다. 김병지 강원FC 대표이사는 “활발한 투자와 선수를 발굴할 수 있는 환경, 지도자 능력이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 단지 스카우트만 잘해서 (나폴리의 돌풍이) 이뤄진 건 아니라고 본다. 어떻게 보면 감독의 역량이 더 중요할 수도 있다”고 봤다.
인천 유나이티드의 선수단 구성에 관여하는 임중용 전력강화실장은 “단지 돈만 있다고 좋은 선수를 영입할 수 있는 건 아니다. 많은 데이터를 갖고 있어야 한다”며 “감독, 코치진, 실무자가 함께 논의한 후 선수를 선택하는 것 같다. 저비용으로 좋은 성적을 내는 팀은 충분히 자료를 수집한 후 소통한다”고 했다.
이들은 올 시즌 나폴리가 2015~16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우승팀 레스터 시티를 떠올리게 한다고 분석했다. 레스터 시티는 EPL 대표 ‘돌풍의 팀’으로, 당시 유명 선수가 없었지만 팀으로 똘똘 뭉쳤고, 빠른 역습을 앞세워 EPL 우승까지 차지했다.
2023시즌 K리그1에서도 나폴리의 돌풍과 같은 이변이 일어날 수 있을까. K리그1은 오랜 기간 투자 비용이 큰 전북 현대, 울산 현대의 양강 구도다. 올해도 전북과 울산이 우승을 다툴 것으로 예상하는 전문가가 대부분이다.
김병지 대표는 “유럽 빅리그에서 100~200억 이상을 투자해서 선수를 영입하면 우리보다 성공 확률이 높다. K리그는 외국인을 데려와도 100만 달러(13억원) 이하에서 찾지 않는가. 정보화 사회에서 진주 같은 선수를 데려오기는 힘들다”고 짚었다.
임중용 실장은 “축구는 변수가 많은 스포츠 중 하나”라면서도 “우승하려면 좋은 선수도 영입해야 하지만, 구단과 선수단 그리고 팬의 화합이 중요하다. (우승 경쟁에서) 울산과 전북을 이기긴 상당히 힘들다. 단기간에 될 수 없고, 지속해서 현장 스텝과 구단 관계자들이 팀 색깔을 논의해야 한다”고 했다. 언더독의 반란도 한 방향으로 끈덕지게 밀고 나갈 때 비로소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