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이승엽 감독이 2023 KBO 프로야구 두산베어스와 롯데자이언츠의 경기가 열리는 2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경기 전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잠실=김민규 기자 mgkim1@edaily.co.kr /2023.04.02/
“(로하스에게)공을 양보하려고 했는데, 케이스에 넣어서 다시 돌려 보내주더라고요.”
이승엽 두산 베어스 감독이 ‘특별한 선물’을 받았다.
이승엽 감독이 이끄는 두산은 지난 1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롯데 자이언츠와의 개막전에서 12-10 짜릿한 끝내기 승리를 거뒀다. 11회말 터진 호세 로하스의 끝내기 3점포가 이승엽 감독의 첫 승을 이끌었다.
하지만 이내 두산은 행복한 고민에 빠졌다. 로하스의 첫 홈런과 이승엽 감독의 사령탑 첫 승. 누구에게 승리구를 줘야할지 고민이었다. 이에 이승엽 감독은 로하스에게 공을 넘겼다. KBO리그 첫 홈런 그리고 끝내기포, 선수에게 더 값진 선물이라 여겼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공은 케이스에 고이 담긴 채로 이승엽 감독에게 돌아왔다. 로하스가 이승엽 감독을 위해 돌려준 것. 2일 만난 이승엽 감독은 “로하스가 통역 매니저를 통해서 공을 주더라. ‘자기는 첫 안타 공을 받았다’면서 (감독으로서) 의미 있는 공이니 다시 받아달라며 줬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지난 21일 시범경기에서 안타를 치고 있는 두산 로하스. IS 포토
이승엽 감독은 “속으로는 갖고 싶었다. 하지만 선수가 갖는 게 맞는 것 같아 줬는데, 다시 돌려 받았다. 로하스에게 고맙고, 소중하게 간직하겠다”라고 이야기했다.
이승엽 감독은 ‘국민타자’로서 수많은 기념구가 있다. 하지만 감독으로서 받는 기념구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 감독은 “이건 또 선수 때와 느낌이 다르다. 지도자로서 첫 승으로 받는 공 아닌가. 개막전 승리는 잊을 수 없다”라고 이야기했다.
두산은 전날 3-8까지 끌려가며 어려운 승부를 펼쳤다. 하지만 7회 5득점 빅이닝에 11회말 끝내기 3점포로 승리를 거뒀다. 전날 경기를 돌아본 이 감독은 “이겼으니 다행이다”라면서도 “선수들이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다. 5점차 열세에도 충분히 따라갈 수 있다는 걸 보여줬고, 끌려가는 경기에도 절대 포기하지 말아야 한다는 걸 다시 한 번 깨달은 경기였다”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