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엽 감독이 이끄는 두산은 지난 1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롯데 자이언츠와의 개막전에서 12-10 짜릿한 끝내기 승리를 거뒀다. 11회말 터진 호세 로하스의 끝내기 3점포가 이승엽 감독의 첫 승을 이끌었다.
하지만 이내 두산은 행복한 고민에 빠졌다. 로하스의 첫 홈런과 이승엽 감독의 사령탑 첫 승. 누구에게 승리구를 줘야할지 고민이었다. 이에 이승엽 감독은 로하스에게 공을 넘겼다. KBO리그 첫 홈런 그리고 끝내기포, 선수에게 더 값진 선물이라 여겼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공은 케이스에 고이 담긴 채로 이승엽 감독에게 돌아왔다. 로하스가 이승엽 감독을 위해 돌려준 것. 2일 만난 이승엽 감독은 “로하스가 통역 매니저를 통해서 공을 주더라. ‘자기는 첫 안타 공을 받았다’면서 (감독으로서) 의미 있는 공이니 다시 받아달라며 줬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이승엽 감독은 “속으로는 갖고 싶었다. 하지만 선수가 갖는 게 맞는 것 같아 줬는데, 다시 돌려 받았다. 로하스에게 고맙고, 소중하게 간직하겠다”라고 이야기했다.
이승엽 감독은 ‘국민타자’로서 수많은 기념구가 있다. 하지만 감독으로서 받는 기념구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 감독은 “이건 또 선수 때와 느낌이 다르다. 지도자로서 첫 승으로 받는 공 아닌가. 개막전 승리는 잊을 수 없다”라고 이야기했다.
두산은 전날 3-8까지 끌려가며 어려운 승부를 펼쳤다. 하지만 7회 5득점 빅이닝에 11회말 끝내기 3점포로 승리를 거뒀다. 전날 경기를 돌아본 이 감독은 “이겼으니 다행이다”라면서도 “선수들이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다. 5점차 열세에도 충분히 따라갈 수 있다는 걸 보여줬고, 끌려가는 경기에도 절대 포기하지 말아야 한다는 걸 다시 한 번 깨달은 경기였다”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