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개 팀의 주장을 교체하는 건 팀 성적 부진·사령탑 교체·사건 사고로 인한 징계 등 부정적인 상황을 타파하기 위해 꺼내는 선택지다. 그런데 ‘잘 나가는 팀’ FC서울이 시즌 도중 주장을 바꿨다. 잘 나가는 분위기에 탄력을 싣겠다는 의지였고, 선수의 뜻이 작용했다는 게 눈에 띈다.
서울은 지난 9일 K리그1 12라운드 광주FC전을 앞두고 주장 교체 소식을 전했다. 일류첸코(33)에서 오스마르(35)로 주장이 바뀌었다.
안익수 서울 감독은 주장 교체 이유에 대해 "기존 주장 일류첸코 본인의 요청이었다"고 밝혔다. 부진한 플레이로 자신감이 떨어진 일류첸코가 컨디션 회복에 집중하고 싶다고 했다. 안 감독은 “일류첸코는 과거부터 계속 선수들에게 모범이 되는 선수”라며 “앞으로도 그 모습을 보여줄 선수다”라며 주장 교체 요청을 받아들였다.
일류첸코가 주장이 된 것도 팀이 그의 프로 의식을 믿었기 때문이다. 일류첸코는 서울에 합류한 지 반 년밖에 되지 않았던 지난 2월 주장이 됐다. 그는 지난해 시즌 중인 7월 서울에 합류했는데, 서울 유니폼을 입고 2022시즌 16경기 7골을 터뜨리며 맹활약했다.
하지만 올 시즌 출전 시간이 줄어들어 컨디션 난조를 겪고 있다. 안익수 감독은 “나는 (주장 교체를) 계속 반대했지만, 선수 본인의 의지가 강했다.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설명했다. 한편 완장을 이어받은 ‘서울 9년차’ 오스마르는 이미 주장 경험이 있다. 지난 2016년 서울 구단 최초의 외국인 선수 주장을 맡았고, 그해 팀의 우승을 함께했다.
안익수 감독은 인터뷰실에 걸려 있는 한 액자를 가리키며 오스마르에 대해 “의심할 여지가 없는 선수”라고 말했다. 액자에는 2016년 우승을 차지한 서울 선수들의 모습이 담겨있었다.
한편 9일 광주전 승리 뒤 믹스트존에서 취재진과 마주한 오스마르는 주장을 맡게 된 것에 대해 “전혀 생각하지 못한 부분이라 놀랐다”며 “일류첸코와 대화했는데, 그는 이 선택이 ‘팀을 위한 베스트’라고 했다. 나도 놀랐지만 그를 존중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7년 만에 주장을 맡게된 심경을 묻자 오스마르는 “주장이 아니더라도, 팀을 이끌어야하는 몫이 있다. 그리고 내 나이가 되면 큰 차이는 없다”며 농담한 뒤, “경기 입장할 때 제일 먼저 나서고, 많은 팬 앞에 설 수 있으니 당연히 자랑스럽다”고 소감을 전했다.
안익수 감독은 ‘프로의식’이 뛰어난 두 외국인 선수의 영향력이 선수단 전체에 긍정적인 방향으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