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인(22·마요르카)의 새로운 행선지로 유력한 파리 생제르맹(PSG·프랑스) 새 사령탑에 루이스 엔리케(스페인) 감독이 선임됐다. 엔리케 감독은 부임 첫날부터 어린 선수들에게 기회를 주겠다고 공언했다. 이강인에게는 더없이 반가운 약속이다.
엔리케 감독은 5일(한국시간) PSG 감독 취임 기자회견에서 “PSG 구단은 어린 선수들에게 많은 투자를 해왔다. 나는 어린 선수들을 신뢰하는 스타일이다. 선수들이 헌신하고, 또 큰 야망을 가졌으면 좋겠다. 그런 모습을 보여주는 이들에게 기회를 주는 걸 선호한다”고 밝혔다.
PSG 이적을 앞둔 이강인 등 어린 선수들에게는 반가운 멘트다. PSG는 워낙 세계적인 선수들이 즐비하기 때문이다. 이강인이 PSG로 이적하면 출전 시간이 크게 줄어들 것이라는 현지 우려가 나왔던 것도 같은 이유였다. 그러나 엔리케 감독은 헌신·야망 등을 보여주는 모습에 따라 나이를 떠나 출전 기회를 주겠다고 공언했다. 이강인이 마요르카 시절에 보여줬던 모습이 엔리케 감독이 원하는 선수상과 딱 맞다.
물론 나이를 떠나 실력만으로도 이강인은 PSG 주전 경쟁을 펼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현지 전망이다. 앞서 스페인 마르카는 이강인이 PSG의 4-3-3 전형 중원의 왼쪽 미드필더 자리를 꿰찰 것으로 내다봤다. 이런 가운데 어린 선수들에게 출전 기회를 주겠다는 감독의 공언은 이강인의 출전 비중을 그만큼 키울 수 있게 하는 대목이다.
더구나 엔리케 감독은 스페인 국적이다. 10년 넘게 스페인에서만 거주한 이강인은 한국어보다 스페인어가 더 익숙하다. 감독과 의사소통이 원활하다는 건 최고 강점이 될 수 있다. 새로운 팀으로 이적해 적응해야 하는 상황이라 반가운 요소가 될 수 있다. PSG에 합류하는 이강인에겐 어쩌면 최고의 감독 조건을 갖춘 셈이다.
엔리케 감독은 이날 공식적으로 PSG 지휘봉을 잡았다. 전임 크리스토프 갈티에(프랑스) 감독이 물러나고 후임 사령탑으로 선임됐다. 사실 엔리케 감독의 선임을 오래전부터 기정사실이 됐다. PSG 감독은 갈티에 감독과 계약을 해지하고 엔리케 감독을 선임할 계획이었는데, 최근 인종차별 및 무슬림 비하 발언으로 체포돼 다소 지연됐다. 결국 PSG는 엔리케 감독을 경질하고 엔리케 감독에게 새롭게 지휘봉을 남겼다. 계약기간은 2025년 6월까지 2년이다.
엔리케 감독은 취임 기자회견에서 “새로운 경험을 위해 파리에 도착하게 돼 기쁘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파리에서 생활하고, 새 언어를 배우고, 무엇보다 PSG를 지휘하게 돼 매우 흥분된다”며 “공격적인 정체성은 타협할 수 없는 나의 철학이다. 내 임무는 선수들의 최선을 끌어내는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엔리케 감독은 선수 시절 레알 마드리드, 바르셀로나에서 모두 뛰었던 사령탑이다. 스페인 연령별 대표팀도 두루 거쳤다. 2008년 바르셀로나 B팀(2군) 사령탑을 시작으로 AS로마, 셀타 비고, 바르셀로나를 이끌었다. 최근에는 4년 간 스페인 대표팀을 이끌었지만 월드컵 16강 탈락 이후 사퇴했다.
바르셀로나 감독 시절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우승과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우승 2회, 국왕컵 우승 3회, 국제축구연맹(FIFA) 클럽 월드컵 우승 1회 이름을 올렸다. 2015~16시즌엔 바르셀로나의 ‘트레블’을 이끈 사령탑이기도 하다.
엔리케 감독은 PSG의 프랑스 리그1 챔피언 수성은 물론 UCL 우승을 목표로 팀을 꾸려갈 예정이다. 그리고 이강인도 그 여정에 함께한다. 이강인의 PSG 이적은 기정사실이 된 상태다. 최근엔 PSG와 마요르카 구단 간 이적료 합의를 마치면서 모든 절차를 끝냈다. 이적료는 2200만 유로(약 312억원)에 향후 이강인과 PSG 팀 성적에 따른 옵션이 더해지는 형태다.
이강인도 PSG와 개인 합의를 일찌감치 끝냈다. 5년 계약에 400만 유로(약 57억원)의 연봉을 받는 조건으로 알려져 있다. 메디컬 테스트까지 이미 통과한 상태다. 남은 건 이강인이 프랑스 파리로 출국해 계약서에 서명한 뒤 이른바 ‘옷피셜’과 함께 이적이 공식 발표되는 것이다.
엔리케 감독의 선임이 발표되면서 이강인의 PSG 이적도 조만간 공식화될 것이라는 게 현지 전망이다. 이강인을 포함한 6명의 이적은 이미 확정이 된 상태지만, PSG는 새로운 감독부터 먼저 발표하기 위해 선수들의 이적 발표는 늦추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엔리케 감독이 이날 공식적으로 지휘봉을 잡으면서 이강인의 PSG 이적도 그야말로 초읽기에 들어가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