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인(파리 생제르맹·PSG)이 쓰러졌다. 허벅지 부상으로 인해 전열에서 이탈한다. 9월 A매치 평가전은 물론 항저우 아시안게임 출전도 불투명해졌다. 소속팀 PSG는 물론 클린스만호, 황선홍호 모두 비상이 걸렸다.
PSG 구단은 22일(한국시간) 구단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이강인이 왼쪽 대퇴사두근(넙다리네갈래근·허벅지) 부상을 당했다. 최소 A매치 휴식기가 끝날 때까지는 치료에 전념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PSG는 9월 4일 올림피크 리옹과 경기를 치른 뒤 A매치 휴식기를 거쳐 17일 니스와 경기를 치를 예정이다. 현지에선 최소 4주 이탈을 우려하는 전망도 있다.
최근 소속팀 경기에서 부상으로 쓰러진 적이 없어 언제 부상을 당했는지는 미지수다. 구단 역시 관련된 내용을 알리진 않았다. 이강인은 지난 13일 로리앙과의 프랑스 리그1 개막전, 툴루즈와 2라운드 모두 선발로 출전해 각각 81분과 51분을 소화했다. 툴루즈전은 생각보다 빨리 교체되긴 했지만, 0의 균형이 이어지는 답답한 경기 흐름 속 돌아온 공격수 킬리안 음바페의 투입을 앞당기기 위한 교체로 해석됐다.
이강인은 앞서 PSG 이적 직후 프리시즌에도 부상을 당해 한동안 전열에서 이탈했다. 르아브르와의 프리시즌 첫 경기이자 비공식 데뷔전에 선발로 출전했다가 전반 막판 부상을 당한 뒤 결국 하프타임 교체됐다. 햄스트링을 다쳐 한동안 프리시즌 경기를 제대로 소화하지 못하다 개막을 앞두고 마지막 친선경기였던 전북 현대전에서야 복귀전을 치렀다.
사실 전북전 역시도 정상적인 몸 상태는 아니었다. 후반 24분 교체돼 20여분을 소화하는데 그쳤다. 다행히 리그1 개막전부터 2경기 연속 선발로 출전하면서 부상을 털어낸 듯 보였다. 그러나 이번엔 다른 부위에 부상을 당하고 한동안 전열에서 이탈하게 됐다.
이강인의 부상은 각급 대표팀 입장에선 그야말로 ‘초대형 악재’다.
이강인은 9월 클린스만호와 황선홍호 모두 차출을 원해 대표팀 간 갈등 국면까지 맞았다. 황선홍 감독은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대비해 이강인의 조기 차출 협조까지 기대했으나,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은 이강인을 9월 A매치 평가전 2경기를 모두 소화한 뒤 아시안게임 대표팀에 보낼 것이라고 공표했다. 클린스만 감독은 부임 직후부터 이강인을 핵심 선수로 활용하고 있다. 아시안게임 금메달에 도전하는 황선홍 감독에게도 마찬가지다.
어느 대표팀에 차출될 것인지를 두고 논란이 있을 정도였던 만큼 이강인이 부상으로 전열에서 이탈했다는 소식은 두 감독 모두에게 큰 타격이 될 수밖에 없다. 구단 차원에서 A매치 휴식기까지 회복에 전념할 것이라고 발표한 터라 A대표팀 차출은 불가능해졌다. 회복 여부에 따라 아시안게임 출전 여부 역시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이강인의 대표팀 내 비중을 고려하면 클린스만호도, 황선홍호도 커다란 변수다.
비단 대표팀만이 아니다. PSG 구단도 이제 막 합류해 활용법을 찾으려던 이강인의 이탈은 시즌 초반 구상에도 악재가 될 수밖에 없다. 루이스 엔리케 신임 감독은 이미 이강인을 2경기 연속 선발로 출전시키며 중용 의사를 분명하게 나타냈다. 각각 오른쪽, 왼쪽 측면에 배치하면서 최상의 활용법을 찾으려 애쓰고 있던 터였다.
최근 구단과 갈등을 빚었던 음바페가 복귀했고, 5000만 유로(약 728억원)를 들여 영입한 우스만 뎀벨레도 본격적으로 팀 전력에 가세한 상황. 이들과 이강인의 공존법을 찾는 건 PSG 구단과 엔리케 감독의 중요한 과제 중 하나였다. 현지 언론들이 줄기차게 이강인의 중원 이동 가능성을 제기했던 것도 결국 이강인과 음바페·뎀벨레 모두 활용할 수 있는 공존법을 찾는 게 필요했기 때문이었다.
더구나 PSG가 원하는 창의적인 미드필더 영입이 무산될 경우 이강인이 그 역할을 맡을 것이라는 게 현지의 공통된 전망이었다. 오는 27일 랑스전에서 음바페와 뎀벨레가 양 측면에 선발 출전하고, 이강인이 중원에 포진해 공격의 중심에 서는 형태가 시험대에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던 것도 같은 맥락이었다.
그러나 이강인이 전열에서 이탈하면서 PSG의 시즌 초반 구상 역시도 변화가 불가피해졌다. 가뜩이나 개막 2경기 연속 무승부에 그친 만큼 새로 영입된 공격수들의 활약이 절실한데, 2200만 유로(약 321억원)를 들여 영입한 이강인 카드를 제대로 활용할 수 없다는 건 PSG 구단 입장에서도 분명한 악재다. 2경기 연속 선발 출전 등 시즌 초반부터 주전 입지를 다져가던 이강인에게도 마찬가지다.
김명석 기자 clear@e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