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일 만에 입국한 뒤 닷새 만에 다시 출국한 위르겐 클린스만(독일) 감독이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경기 예측 인터뷰에 나섰다. 자막엔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으로 소개됐고, 화면 왼쪽엔 코리아(KOREA) 머플러까지 장식했다. 주말 내내 K리그가 뜨겁게 펼쳐지는 시기, 클린스만 감독은 미국 자택에서 실시간 인터뷰에 여념이 없었다.
ESPN이 공개한 인터뷰 영상에 따르면 클린스만 감독은 24일 오후 10시(한국시간) 영국 런던의 에미레이츠 스타디움에서 열리는 아스널과 토트넘의 2023~24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6라운드 ‘북런던 더비’를 앞두고 패널들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클린스만 감독의 패널들과 인터뷰 내내 의견을 밝혔고, 원정팀 토트넘의 2-1 승리를 전망했다.
비단 북런던 더비 프리뷰뿐만 아니라 율리안 나겔스만 감독의 독일 축구대표팀 감독 선임설이나 바이에른 뮌헨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경기 등에 대한 의견도 밝혔다. 유럽축구와 관련된 다양한 주제로 자신의 의견을 전한 것이다.
문제는 클린스만 감독을 소개한 자막이나 머플러가 말해주듯 대한민국 축구 대표팀 사령탑이고, 현재 국내에서 K리그가 한창이라는 점이다. 국내 현장을 돌며 새로운 선수를 찾거나 기존 대표팀 선수들의 활약을 점검하며 바빠야 할 시점. 본업은 뒷전으로 미룬 채 유럽축구와 관련된 인터뷰에 여념이 없는 셈이다.
유럽 A매치를 마치고 지난 14일 잠시 귀국했던 클린스만 감독은 지난 라운드에선 연이틀 K리그 경기장을 돌았다. 그런데 이마저도 무려 3개월 만에 찾은 K리그 현장이었다. 나아가 그는 귀국한 지 닷새 만에 다시 미국 자택으로 향해 EPL 등 유럽축구에 대한 인터뷰에 집중했다. 클린스만 감독은 ‘세계 축구의 흐름 파악’이나 ‘인터내셔널’ 등 표현을 앞세우고 있지만 오는 주말 열리는 아스널과 토트넘의 북런던 더비를 예측하는 것, 독일 축구대표팀의 나겔스만 선임설을 언급하는 것이 과연 대한민국 대표팀과 어떠한 영향이 있는지는 고개를 갸웃할 수밖에 없다.
더 큰 문제는 클린스만 감독의 이같은 논란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클린스만 감독은 앞서 대부분의 시간을 미국 자택에 머무를 때마다 ESPN 등 외신들과 유럽축구와 관련된 인터뷰로 시간을 보냈다. 심지어 축구대표팀 명단 발표 기자회견은 생략하고 UCL 조 추첨식에 참석해서도 인터뷰에 나서며 팬들의 분노를 들끓게 했다.
그렇다고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의 경기력이나 결과가 좋은 것도 아니다. 부임 5경기 연속 무승(3무 2패)의 역대 최초 불명예 기록은 클린스만 감독이 가지고 있고, 최근 유일한 승리마저도 사우디아라비아에 거둔 ‘진땀승’이었다. 대표팀 경기력과 결과마저 좋지 못하니 '그럴듯한 말'로 포장하는 건 설득력을 얻기 어려운 시점이다.
지난 3월 부임 후 대표팀 소집 훈련이나 평가전 기간 등을 포함해 단 70여일 만 국내에 머무를 만큼 한국 상주에 대한 약속은 지켜지지 않고 있는 상황. 나아가 대표팀 사령탑으로서 업무는 뒷전으로 둔 채 유럽축구 등 외신 인터뷰에 몰두하는 논란이 계속 이어지고 있는데도 대한축구협회(KFA)는 아무런 제지도 못하고 있다. 그야말로 총체적 난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