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6월 출범한 종합격투기(MMA) 단체 블랙컴뱃은 등장부터 화려했다. 검정(박평화) 블랙컴뱃 대표는 지난해 2월 유튜브 채널 무채색 필름(현 블랙컴뱃)을 통해 2014 인천 아시안게임 복싱 금메달리스트 신종훈과 MMA 대결 영상을 올리면서 화제 몰이에 성공했다. 당시 일반인인 검정 대표와 엘리트 복싱 선수와의 대결은 팬들을 끌어모았다.
‘블랙컴뱃1’에서 폭발적인 반응을 끌어낸 검정 대표는 프로 파이터를 모아 오디션을 진행, 콘텐츠로 만들면서 대중의 관심을 끌었다. ‘블랙컴뱃2’도 검정 대표와 MMA 프로 선수인 정도한의 대결이 팬들의 눈길을 사로잡으면서 성공했고, 이 대회에서 공식 단체로의 출범을 알렸다.
승승장구했다. 2년이 채 되지 않는 시간에 벌써 9번째 넘버링 대회 개최를 앞뒀다. 최근 본지와 블랙컴뱃 본관에서 만난 검정 대표는 “모두가 알고 있는 것처럼 (블랙컴뱃이) 만화, 드라마 보듯 볼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매력 아닐까. 드라마나 만화는 완결이 나기 전까지 계속 보지 않는가. 시즌1 때부터 서사가 이어지고 있어서 좋아해 주시는 것 같다”고 비결을 밝혔다.
검정 대표는 1년 전 본지를 통해 블랙컴뱃에 관해 “프로야구를 위협하는 단체로 만들겠다”고 자신 있게 말했다. 실제 블랙컴뱃은 당시보다 팬덤이 더 커졌다. 초기에는 관중 2000명 가량 수용 가능한 인천 파라다이스시티에서 대회를 열었는데, 18일에 열리는 블랙컴뱃9 대회는 9000명이 입장할 수 있는 인천 남동체육관에서 개최된다. 대회를 열 때마다 티켓이 매진돼 더욱 큰 장소를 대관한 것이다.
검정 대표는 “9000명은 부산 UFC 대회 때도 안 왔던 인원이다. 만약 이번 대회 때 9000명이 다 찬다면, (이는) 엄청난 일”이라며 ‘만석’을 기대했다.
최근에는 아마추어·세미프로 대회를 열었는데, 역시나 200여 장의 표가 동났다. 국내에서는 프로 MMA 경기도 관심이 크지 않은 게 현실인데, 아마추어·세미프로 대회 유료 티켓을 매진한 건 최초의 일이다. 역시 비결은 ‘호기심 자극’이다. 검정 대표는 “아마추어, 세미프로라고 해도 아는 사람이면 궁금하다. 선수들에게 적당한 서사를 입혀서 영상을 통해 사람들이 알게 만든다”고 했다.
출범 1년 5개월이 지난 현재, 블랙컴뱃이 국내 MMA 단체 중 으뜸이라는 칭찬이 주를 이룬다. 약점으로 지적됐던 얇은 선수층도 일본 MMA 단체 딥(DEEP)과 두 차례 대결에서 모두 이기면서 쏙 들어갔다.
검정 대표는 “(한일전 승리가) 너무 좋았다. 이루 말할 수 없었다. 딱 꿈꿨던 대로 실현됐고, 모든 것을 보상받은 느낌이었다. 그런데 리더는 마냥 좋아할 수만은 없다. 다음 전장을 생각해야 해서 생각도 많아졌다”고 떠올렸다.
검정 대표는 블랙컴뱃이 최고라는 팬과 선수들의 의견에 동의하냐는 물음에 “동의는 의미가 없는 것 같다”고 답했다. 하지만 이내 검정 대표는 “사람마다 최고라고 정의하는 기준이 달라서 그렇게 이야기했다”며 “이 업계에서 일하면 내가 진다는 생각을 하면 안 된다. 객관적인 지표로 보면 블랙컴뱃이 현재는 국내 1위 단체임을 증명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자부했다.
그는 지난해에 이어 또 한 번 ‘1년 뒤’를 묻는 말에 한참을 고민하다가 답을 내놨다. 검정 대표는 “지금은 국내 1위라는 이야기를 많이 듣고 있지 않은가. 우리는 스스로 1위라고 한 적이 없는데 말이다. 1년 후에는 아시아 1위 이야기가 나오지 않을까 싶다. ‘아시아 1위는 이 단체야, 블랙컴뱃이야?’ 이런 말이 나올 것 같다”고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