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운전 교통사고로 큰 부상을 입고 결국 은퇴까지 한 유연수(25)를 위해 제주 유나이티드 팬들이 나섰다. 사과와 반성조차 없는 음주운전 가해자의 '엄벌'을 재판부에 요청하는 탄원서 서명 운동을 진행하고 있는 것이다. 제주에서 시작된 움직임은 다른 구단 팬들과 선수 등이 힘을 보태면서 축구계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16일 제주 서포터스 귤케이노와 구단 등에 따르면 최근 온·오프라인을 통해 음주운전 교통사고로 유연수에게 심각한 부상을 입힌 가해자에 대한 엄벌 탄원서 서명 운동이 진행되고 있다. 음주운전이라는 중대한 범죄를 저지른 데다 유연수를 향해 제대로 된 사과나 반성조차 없는 것에 대한 책임을 가해자가 제대로 질 수 있도록 해달라는 취지의 탄원서다.
탄원서에는 “피해자(유연수)는 하반신 마비라는 큰 부상을 입어 25살이라는 젊은 나이에 학창 시절 때부터 누구보다 열심히 준비한 축구선수의 생활을 마감해야만 했다. 휠체어와 간병인 없이는 생활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며 “피고인의 사과와 반성 없는 태도에 큰 절망감을 느끼고 있다. 유연수 선수와 그의 가족이 고통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것을 헤아려 음주운전이라는 중대한 범죄를 너무나도 쉽게 생각하고 있는 피고인을 엄벌해 달라”는 내용이 담겼다. 서명 운동은 온라인은 물론 제주의 남은 홈·원정 경기 등 각종 오프라인 현장에서도 진행될 예정이다.
이같은 소식이 소셜 미디어(SNS)와 축구 커뮤니티 등을 통해 알려지면서 서명 운동 동참 분위기는 축구계 전반으로 이어지고 있다. 제주뿐만 아니라 다른 K리그 구단 서포터스나 팬들도 온라인은 물론 경기장에서도 서명을 받아 제주 서포터스 측에 전달키로 했고, K리그에서 뛰는 선수들 역시 소셜 미디어(SNS)를 통해 관련 내용들을 공유하고 있다. 한국프로축구선수협회는 올해 자선경기에 유연수를 초청해 수익금을 전달하는 등 재활을 돕기로 했다. 제주 구단 직원들과 선수들은 이미 지난달 진정서를 전달한 상황이다.
서명 운동을 직접 진행하고 있는 제주 서포터스 귤케이노 회장(룡삼촌)은 “유연수의 부상이 이 정도로 심각한지 제주 팬들도 몰랐다. 교통사고로 인한 부상 이후 재활만 하고 있는 줄 알았다. 팬들은 그의 은퇴 소식을 듣고 넋이 나갔다. 상황이 너무 안타깝고 화가 나서 서명 운동을 시작하게 됐다”며 “현재 6500명 정도 서명을 받았다. 이달 말까지 목표인 3만명을 채워 선수 변호사를 통해 제출할 예정이다. 귤케이노 인스타그램 계정(jejuutd_gyulcano) 프로필 링크에 탄원서 링크가 있다. 많은 분들의 동참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제주 팬들뿐만 아니라 도와주시려는 분들이 워낙 많다. 다른 구단 서포터스나 일반 팬분들, 선수나 선수 배우자분들도 따로 연락을 주셔서 서명을 받아주시겠다고 한다. 이렇게 좋은 생각을 가진 분들이 많으신지 몰랐다. 제 작은 외침이 이렇게 큰 나비효과로 이어질 줄은 몰랐다”며 “이번 주말에는 유연수 선수 돕기 피켓을 들고 집에서 성산포까지 42.195㎞ 혼자 걸으면서 SNS에 인증도 하고 서명 운동도 독려하려고 한다. 유연수 선수에게 힘이 되면 그걸로 더할 나위가 없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유연수는 지난해 10월 팀 동료들과 차를 타고 이동하다 제주 서귀포시 표선면 가시리 일대에서 음주운전 차량에 교통사고를 당해 크게 다쳤다. 사고 후유증으로 하반신 마비 증상까지 보여 결국 사고 1년 만이자 25살의 나이에 은퇴를 결정했다. 특히 선수 인생을 망가뜨린 음주운전 가해자는 ‘감옥에 갔다 오면 그만’이라며 사과와 반성 없는 태도로 일관한 것으로 알려져 더욱 공분을 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