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대구 SSG전에서 KBO리그 통산 400세이브 금자탑을 쌓은 오승환. 삼성 라이온즈 제공
삼성 라이온즈가 마무리 투수 김재윤을 자유계약선수(FA) 계약으로 영입하면서 뒷문 고민을 지웠다. 지난 시즌 불펜 평균자책점 최하위(5.16), 최다 역전패(38회)의 불명예를 얻은 삼성은 김재윤의 영입으로 단숨에 약점을 지워냈다.
김재윤의 영입 효과는 단순히 불펜 강화에 그치지 않는다. 삼성이 오랫동안 고민해 왔던 ‘포스트 오승환’ 찾기의 실마리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삼성은 지난 수년간 ‘제2의 오승환’ 발굴에 열을 올렸다. 2014년 오승환이 일본에 진출한 이후 다양한 선수에게 뒷문을 맡겼으나 만족스럽지 못했다. 김윤수(상무)와 좌완 이승현 등 젊은 선수들의 성장을 기대했으나, 마무리 투수를 온전히 맡길 만큼의 기량까지 이르진 못했다.
삼성 좌완 이승현. 삼성 제공
최근 오승환이 에이징 커브(일정 나이가 되면 운동능력이 저하되며 기량 하락으로 이어지는 현상)로 부진을 겪고 있는 와중에도 삼성은 실타래를 풀지 못했다. 41세 오승환의 은퇴 시기가 다가오는 가운데 삼성의 고민은 깊어져만 갔다.
이를 김재윤이 단숨에 해결했다. 1990년생 33세 젊은 나이의 김재윤이 팀에 합류하면서 ‘중간 다리’가 생겼다. 2021년부터 3년 연속 30세이브를 기록했고 현역 세이브 3위(169개)에 오를 만큼 실력도 출중하다. 오승환이 팀에 남는다면 그와 ‘더블 스토퍼(마무리 투수 2명)’를 맡을 가능성이 높다. 오승환에서 김재윤으로 자연스럽게 세대교체가 가능해졌다.
김재윤과 이종열 삼성 단장. 삼성 라이온즈 제공
또한 김재윤의 영입으로 젊은 선수들이 성장할 시간도 벌었다. 올 시즌 오승환이 부진했을 때 삼성은 좌완 이승현을 '예비 마무리 투수'로 낙점했다. 그러나 그는 심적 부담감을 이겨내지 못하고 부진했다. 프로 3년 차 투수에겐 버거운 역할이었지만, 오승환의 은퇴를 대비하느라 조급해진 삼성은 그에게 당장의 성과를 기대했다. 하지만 김재윤이 합류하면서 보다 편한 상황에서 유망주들의 성장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
이종열 삼성 단장은 “젊은 선수들이 성장하기 위해선 롤모델과 시간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오승환이라는 ‘롤모델’과 김재윤이 벌어준 ‘시간’으로 삼성은 포스트 오승환 로드맵을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