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언 터틀’ 박준용(32)이 ‘최초’에 도전한다. 평소 기록에는 큰 관심이 없는 박준용이지만, 많은 게 달린 한판을 앞뒀다.
미국 종합격투기(MMA) 단체 미들급(83.9㎏) 파이터 박준용은 10일(한국시간)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UFC 에이팩스에서 열리는 ‘UFC 파이트 나이트: 송 vs 구티에레스’에서 브라질리언 주짓수(BJJ) 블랙벨트(최상위 띠) 안드레 무니즈(33·브라질)와 주먹을 맞댄다.
어찌 보면 UFC 입성 후 박준용에게 가장 중대한 일전이다. 한국 MMA 역사에 길이 회자할 기록을 남길 기회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5월 에릭 앤더스(미국)를 시작으로 조셉 홈즈(미국) 데니스 튤튤린, 알버트 두라예프(이상 러시아)를 연파한 박준용은 현재 ‘전설’ 김동현과 UFC 한국인 파이터 최다 연승(4연승) 타이를 이뤘다. 박준용이 무니즈까지 꺾는다면, 연승 부문에서 홀로 빛날 수 있다.
2019년 UFC와 계약 후 옥타곤에서 7승 2패의 전적을 쌓은 박준용은 이번이 미들급 랭킹(15위 이내) 진입 기회로 여겨진다. 인상적인 경기력으로 연승 행진을 달리고 있는 것은 물론, 상대인 무니즈는 지난 10월까지 랭킹 14위를 마크한 선수다. 현재는 공식 랭킹(15위까지)밖으로 밀려났어도, 10위권에는 있는 것으로 평가받는다.
만약 박준용이 무니즈까지 잠재운다면, 4년 만에 랭커로 발돋움할 가능성이 크다. 최상의 시나리오가 현실이 된다면 ‘최초’ 타이틀이 따라온다. 한국인 파이터 중 박준용 입성 전 UFC 미들급에서 활약한 이는 양동이가 유일하다. 그러나 그 역시 랭킹에 이름을 올리진 못했다. 박준용이 한국 미들급 파이터 최초 UFC 랭커가 될 수 있는 셈이다.
박준용은 그간 옥타곤에서 ‘롱런의 가치’를 가장 높이 샀지만, 랭킹 진입은 그 자체로 의미가 크다. 신체적 한계가 있는 아시아 선수들은 그동안 ‘괴물’이 득실대는 UFC 중량급에서 힘을 쓰지 못했다. 김동현이 빼어난 그라운드 기술로 웰터급(77㎏) 랭킹(최고 6위)에 든 것은 희귀 케이스다. 랭킹 진입은 고사하고 한국 중량급 파이터가 UFC에 진출하는 것도 많지 않았다. 이미 기량을 인정받고 있는 박준용이지만, 랭킹 진입은 또 다른 한국 중량급 강자의 탄생을 알리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새 역사 작성을 목전에 두고 만난 무니즈의 저력은 만만찮다. 최근 2연패로 기세가 한풀 꺾였지만, 이전까지 옥타곤 5연승을 질주했다. 주짓수 블랙벨트인 만큼 그라운드 능력이 탁월하다. UFC 5승 중 3승을 암바로 끝낼 정도로 서브미션 캐치 능력이 출중하다. 웰라운드 파이터인 박준용은 타격에서 상대보다 우위에 있다고 평가된다.
박준용이 출전하는 이 대회에는 로드 투 UFC 시즌1 플라이급(56.7㎏) 우승자인 박현성이 섀넌 로스(호주)를 상대로 UFC 첫선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