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구단은 29일 김종국 감독과의 계약을 해지한다고 발표했다. 이미 예견된 조치다. 김 감독은 금품 수수 문제로 검찰 조사를 받는다는 사실이 알려진 28일 직무가 정지됐다. 그때만 하더라도 구체적으로 어떤 사건에 휘말렸는지 알 수 없었다. 구단이 즉각적인 계약 해지가 아닌 직무 정지로 대응한 이유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사건이 수면 위로 떠올랐고 구단도 결단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
29일 오전 서울중앙지검 중요범죄조사부(부장검사 이일규)는 '장정석 전 KIA 단장과 김종국 감독에 대하여 한국야구위원회(KBO)의 수사 의뢰 사건 및 해당 사건 수사 중 추가로 확인된 배임수재 등 혐의로 지난 24일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고 발표했다. 장정석 전 단장과 김종국 감독은 30일 오전 서울중앙지법에서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는다. 결과에 따라 구속 영장이 청구되면 현직 감독과 전 구단 고위 관계자가 동시에 구속되는 사상 초유의 일이 벌어지게 된다. 사안을 심각하다고 판단한 KIA는 피의자 심문 결과를 기다리지 않고 감독 계약 해지를 결정했다.
본지 취재 결과, 김종국 감독의 금품 수수는 장정석 전 단장과 연관된 것으로 알려졌다. 장 전 단장이 수취한 금액 중 일부가 김 감독에게 흘러 들어갔다는 정황을 확인한 서울중앙지검 중요범죄조사부에서 김 감독을 조사 중이다. 법조계에선 지난해 문제가 된 선수 계약 리베이트가 아닌 구단 광고 계약과 관련한 문제라는 얘기가 돌고 있다. KIA는 계약 해지 이후 '이번 사안에 대해 큰 책임을 통감하며 과오를 두 번 다시 반복하지 않기 위해 감독 및 코칭스태프 인선 프로세스 개선, 구단 구성원들의 준법 교육 등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 또한, 향후 구단 운영이 빠르게 정상화될 수 있도록 후속적인 조처를 할 것'이라면서 '프로야구 개막을 손꼽아 기다리시는 팬 여러분께 불미스러운 일을 전해드리게 되어 다시 한번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김종국 감독은 2021년 12월 KIA 제10대 사령탑에 선임됐다. 당시 구단은 '타이거즈 '원클럽맨'으로서 누구보다 팀과 선수를 잘 알고 있다는 점과 강단 있는 리더십으로 뛰어난 선수단 장악력을 보여줄 수 있다는 점을 높게 평가했다'고 밝혔다. 김 감독은 1996년 1차 지명으로 해태(현재 KIA)에 입단, 14시즌(1996~2009) 동안 타이거즈맨으로 뛰었다. 지도자로 변신한 뒤에는 KIA 작전·주루·수석 코치 등을 두루 역임했다, 팀 재건이 필요했던 KIA는 내부 승격을 통해 팀 안정화를 함께 도모하려고 했다. 김종국 감독은 취임 직후 본지와 인터뷰에서 "명가 재건이라는 임무를 부여받았다. 기쁘고 영광스러우면서도 책임감이 커지더라. 나는 팀과 선수의 장단점을 가장 잘 알고 있다고 자부한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결과는 '최악'이었다. 김종국 감독은 계약 기간 3년을 다 채우지 못하고 팀을 떠나게 됐다. 성적 부진은 문제가 아니다. 구속 영장이 청구되면 그동안 쌓아온 야구 인생이 무너질 수 있다. 말 그대로 '타이거즈 원클럽맨'의 몰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