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피겨 샛별' 서민규(15·경신고 입학예정)가 한국 피겨의 새 역사를 썼다. 한국 남자 선수로는 최초로 주니어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우승하며 차준환(고려대)의 후계자로 확실히 자리매김했다.
서민규는 지난 2일 대만 타이베이 아레나에서 열린 2024 국제빙상경기연맹(ISU) 피겨 주니어 세계선수권대회 남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에서 기술점수(TES) 73.45점, 예술점수(PCS) 76.72점, 합계 150.17점을 받았다. 앞서 29일 쇼트프로그램에서 얻은 80.58점을 합해 최종 총점 230.75점으로 2위 나카타 리오(일본·229.31점)를 제치고 금메달을 차지했다. 키스 앤드 크라이존에서 점수를 확인하자마자 벌떡 일어나 주먹을 불끈 쥐며 우승을 기뻐했다.
대회 첫 출전에서 깜짝 우승으로 일을 냈다. 한국 남자 선수가 주니어 세계선수권대회 싱글 시상대에 오른 건 최초다. 남녀 선수를 통틀어도 이 대회 우승을 차지한 건 2006년 김연아(은퇴) 이후 18년 만이다. 한국 남자 싱글 간판 차준환(고려대)조차도 주니어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메달을 딴 적 없다. 2017년 대회 5위가 최고 성적이었다.
'피겨퀸' 김연아의 등장 이후 한국 여자 피겨는 유영, 김예림, 임은수, 이해인, 신지아 등 새로운 얼굴이 꾸준히 등장하고 있다. 남자 피겨는 상황이 다르다. 휘문중학교 재학 시절부터 두각을 나타낸 차준환이 종합선수권 8연패를 차지할 정도로 10년 가까지 경쟁자 없이 독주하고 있다.
서민규의 주니어 세계선수권 금메달이 더욱 값진 이유다. 저변도 좁고 선수도 적어 불모지나 다름 없던 남자 피겨의 새로운 희망으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피겨 남자 샛별로 불리는 서민규는 이번 대회 우승으로 차준환의 후계자로 확실히 인정받게 됐다. 서민규는 최근 회장배 랭킹대회, 종합선수권대회에서 시니어 선수들과 경쟁 끝에 시상대에 오르며 두각을 나타냈다.
서민규는 기술력이 점점 좋아지고 있다. 지난 시즌까지 국제대회에서 세 바퀴 반을 회전하는 트리플 악셀 점프를 단 한 번도 성공하지 못했으나, 지난해 9월 열린 ISU 주니어 그랑프리 3차 대회에서 트리플 악셀을 앞세워 개인 최고점 231.30점을 받아 차준환 이후 7년 만에 금메달을 차지했다. 이번 대회 쇼트프로그램에서 트리플 악셀 단독 점프를 성공시켜 1위에 올랐다. 프리스케이팅에선 트리플 악셀에 더블 토루프 점프까지 붙이는 콤비네이션 점프를 훌륭하게 수행했다. 섬세한 연기력도 박수갈채를 끌어내기에 충분했다.
10대 후반에 전성기를 맞는 여자 선수들과 달리 남자 피겨는 20대 이후에 최고의 기량을 자랑한다.
고교에 입학하는 서민규가 향후 4회전 점프를 장착하고 표현력까지 업그레이드 한다면 시니어 무대에서도 충분히 경쟁력을 보일 전망이다.
서민규는 소속사인 올댓스포츠를 통해 "프리스케이팅에서 실수가 하나 나와서 아쉽지만, 뒤에 있는 과제들을 집중해서 수행하기 위해 노력했다"며 "처음 출전한 주니어 세계선수권대회에서 금메달을 획득했다는 것이 꿈만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