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NC 다이노스전에선 '희대의 오심' 나왔다. ABS에서 스트라이크로 판정된 공을 문승훈 주심이 볼로 선언한 것이다. NC 측에서 판정에 항의하자 심판들끼리 모여 "음성은 분명히 볼로 인식했다고 들으세요(하세요). 우리가 빠져나갈…그거밖에 없는 거예요"라고 입을 맞추는 장면이 중계 카메라에 고스란히 잡혀 조작 논란으로 이어졌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사실 관계를 파악한 뒤 징계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눈여겨 볼 부분은 '어필 시효'이다. 14일 심판진은 강인권 NC 감독의 항의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민호 1루심은 "규정상 다음 투구가 이뤄지기 전에 어필해서 정정해야 하지만 어필 시효가 지나 카운트(원심)대로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문제의 상황은 3회 말 2사 1루 이재현 타석 2구째 발생했는데 NC 측 항의는 5구째 이후였다. 어필 시점이 지났다는 심판 판정이 틀린 건 아니다. 다만 현장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판단이라는 지적이다.
KBO는 올해 ABS를 도입하면서 각 구단에 태블릿 PC를 함께 제공했다. 더그아웃의 선수들은 태블릿 PC 내 2D 화면으로 ABS 판정을 확인한다. 원칙적으로 ABS 판정 결과는 최종적이며 이의를 제기할 수 없다. 하지만 문제라고 생각한 부분을 문의하는 건 가능하다. 김태형 롯데 자이언츠 감독은 지난 13일 ABS 판정이 이상하다고 판단, 더그아웃을 박차고 나와 심판과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문제는 투구 내용이 바로바로 태블릿 PC에 찍히지 않는다는 점이다. 본지가 직접 확인한 결과, 투구 뒤 최소 13초 이상 지나도 ABS 결과가 전송되지 않았다. 14일 경기에서 NC 측 항의가 늦었던 이유기기도 하다. 이민호 1루심이 밝힌 '다음 투구가 이뤄지기 전 어필'이라는 부분이 실현 불가능에 가까운 셈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어필 시효'가 의미 없다는 얘기가 나온다.
이에 대해 KBO 관계자는 "TV 중계에 (빠르게 ABS가) 찍히는 건 중계 전용 회선을 이용해서 그렇다. 태블릿 PC는 무선이다 보니 (시간) 차이가 존재한다"며 "처음보다 조금 빨라지긴 했는데 시간 단축을 위해서 굉장히 노력하고 있다. 방법을 고민해 보겠다"고 밝혔다.
한 구단 단장은 "스트라이크와 볼의 음성 전달을 심판이 독점하고 있지 않나. 심판이 판정에 따른 액션을 해야 하니까 먼저 듣는 건 맞지만 1~2초 뒤에는 그 음성(ABS 판정)을 양쪽 더그아웃에서 모두 들을 수 있도록 전달하는 게 나을 거 같다"며 "그게 아니라면 (무선의 시간 차를 없앨 방법으로) 태블릿 PC에 나오는 ABS 결과를 전광판에 바로 쏘는 거다. 그러면 팬들도 바로 납득하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