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지난 A매치 데뷔전을 평가해 달라는 취재진 질문에 황재원(22·대구FC)은 이렇게 답했다. 8일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진행된 축구 대표팀 오픈 트레이닝을 앞두고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다. 황재원은 “너무 기다렸고 간절했던 기회였다”면서도 “너무 떨렸던 것 같다. 개인적으로 아쉬운 부분이 많았다”고 돌아봤다. 그동안 꿈에 그렸을 국가대표 데뷔전을 치렀지만, 스스로 생각하기에 조금도 만족할 만한 경기력을 보여주지는 못했다는 것이다.
앞서 황재원은 지난 6일 싱가포르와의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에 선발로 나섰다. 4-2-3-1 전형의 오른쪽 측면 수비수 역할을 맡았다. 기존 풀백 자원이었던 설영우(울산 HD) 김문환(알두하일) 등이 모두 빠지면서 무주공산이 된 자리에 김도훈 임시 감독의 부름을 받았고, 이날 A매치 데뷔전을 선발로 출전할 기회까지 받았다.
다만 황재원은 70분 동안 이렇다 할 존재감을 보여주지는 못했다. 아직은 익숙하지 않은 포백 전술에서의 풀백 역할, 여기에 오른쪽 라인에 함께 배치된 이강인(파리 생제르맹)의 팀 내 비중과 전술적인 움직임 등을 고려하면 황재원의 장점이 발휘될 만한 장면이 많지 않았다. 설상가상 A매치 데뷔전이라는 긴장감 탓에 실수까지 더해졌다. 스스로 “점수를 많이 못 줄 것 같다”며 “저의 모습을 거의 못 보여드린 것 같았다. 공격적인 부분도, 수비적인 부분도 그랬다. 볼 터치도 되게 적었던 것 같다”고 자책한 이유였다.
오는 11일 오후 8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중국과의 2차 예선 최종전. 치열한 내부 경쟁 속 ‘두 번째 기회’가 찾아오기를 황재원은 그래서 더 간절하게 바라고 있다. 지난 A매치 데뷔전에서 보여주지 못했던 장점들을 유감없이 보여주고, 그래서 스스로도 만족하지 못했던 지난 데뷔전의 아쉬움을 털어내고 싶다는 의지다.
물론 이를 위해선 훈련 등을 통해 치열한 내부 경쟁을 이겨내야 한다. 당장 싱가포르전에서 자신 대신 투입됐던 박승욱(김천 상무)을 비롯해 아직 A매치 데뷔전을 치르지 못한 최준(FC서울)도 대기 중이다. 박승욱과 최준 모두 국가대표 발탁은 이번이 처음이라 황재원만큼이나 A매치 기회가 간절하다. 훈련장 등에서 김도훈 감독의 마음을 얼마나 사로잡느냐가 중요하다.
황재원은 “(박)승욱이 형뿐만 아니라 (최)준이 형도 너무나도 잘하는 형들이다. 항상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다. 누가 나서든 팀이 승리하는 게 더 중요한 게 당연하고, 경쟁 역시도 당연히 감수해야 할 부분”이라면서도 “저도 부족한 점이 너무나도 많지만, 나이가 어린 만큼 활동량만큼은 형들보다 자신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자신했다.
그러면서 “두 번째 경기에 기회가 와서 나서게 된다면, 그래도 첫 경기보다는 긴장을 덜할 거라고 생각한다”며 “그때는 공격적인 오버래핑이나 크로스, 연계, 안정적인 수비력 등 제가 못 보여줬던 모습들을 보여드리고 싶다. 제 원래 모습을 더 보여줄 수 있도록 잘해야 될 거 같다”고 다짐했다. 국가대표 차세대 풀백 시험대에 오른 황재원이 자신의 진짜 모습을 보여주겠다는 자신감에 '독기'까지 품은 채 다음 경기를 벼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