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영은 올 시즌 KBO리그에서 가장 뜨거운 타자다. 지난 3~4월 한국야구위원회(KBO)가 선정한 월간 최우수선수(MVP)였던 그는 6월 다시 한번 월간 MVP 트로피를 손에 넣었다. 5월 성적(타율 0.326)도 준수했다는 걸 고려하면 사실상 '전반기 MVP'나 다름없었다. 지난 9일 시작한 후반기에도 흐트러짐 없이 꾸준하다.
김도영의 타격 성적 중 눈여겨볼 부분은 구종이다. 야구통계전문업체 스포츠투아이에 따르면, 23일 기준으로 김도영을 상대한 투수들이 가장 많이 던진 구종은 직구(포심 패스트볼·35.2%)와 슬라이더(24.1%)다. 두 구종의 비중 합계가 60%에 이른다. 직구와 슬라이더는 대부분의 투수가 1·2구종으로 삼는 공이다. 그만큼 타자가 가장 자주 접하는 투구다.
두 구종에 대처하는 김도영의 타격이 놀랍다. 그의 직구 타율은 0.417, 슬라이더 타율도 0.357에 이른다. 이에 대해 이순철 SBS스포츠 해설위원은 "김도영은 게스 히팅(구종을 예측한 뒤 타격)을 하는 스타일이 아니다. 일단 빠른 공에 초점을 맞춰 타이밍을 잡다가 느슨하게 꺾이는 슬라이더를 빠른 공 타격하듯이 때려낸다. 그러니까 직구에도 강하고 슬라이더에도 강한 거"라며 "4월에 때려낸 홈런 10개도 대부분 직구를 받아친 거였다. 타격 스타일상 그런 결과가 나오는 거다. 김도영에게 빠른 공이나 슬라이더를 던질 때는 (투수들이) 엄청나게 조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도영의 강점이 잘 드러난 경기가 바로 지난 23일 광주 NC 다이노스전이다. 이날 경기에 3번 타자·3루수로 선발 출전한 김도영은 1회 안타, 3회 2루타, 5회 3루타, 6회 홈런을 차례로 때려내는 '내추럴 사이클링 히트(단타부터 홈런까지 차례로 때려내는 기록)'를 달성했다. 사이클링 히트는 KBO리그 역대 31번째였고, 메이저리그(MLB)에서도 희소한 내추럴 사이클링 히트는 1996년 김응국(당시 롯데 자이언츠) 이후 28년 만이자 역대 두 번째 대기록이었다.
이날 김도영은 3회(투심 패스트볼)를 제외한 나머지 타석 모두 직구와 슬라이더를 받아쳤다. 특히 6회에는 NC 불펜 배재환의 4구째 직구(148㎞/h)에 반응(파울)한 뒤 5구째 슬라이더(132㎞/h)를 펜스 밖으로 날려버렸다.
약점이 없는 건 아니다. 김도영의 포크볼 타율은 0.174로 낮다. 고교 시절 김도영을 지도한 김재덕 광주동성고 감독은 "타구 속도도 빠르고 타격이 워낙 뛰어난 선수였다. 아무래도 나이가 어린 선수들은 빠른 공을 잘 치지 않겠나. 김도영은 이제 프로 3년 차"라며 "베테랑 타자처럼 경험이 쌓이면 변화구도 노련하게 대응할 수 있을 거다. 아직 그런 면이 부족해도 (빠른 공을 잘 공략하는 건 김도영이) 과감하고 파워풀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올 시즌 김도영은 '프로야구 히트상품'이다. KBO리그 역대 5번째 전반기 20(홈런)-20(도루) 클럽에 가입한 데 이어 후반기 출발도 산뜻하다. 전반기 타율(81경기·0.341)보다 후반기 타율(12경기·0.455)이 더 높다.
이순철 위원은 "배트 스피드, 파워, 타격 타이밍 등 뭐 하나 부족한 게 없다. 못 때려내는 공(구종)이 없을 정도"라며 "투수들이 상대하기 매우 버거운 상대다. 이보다 더 좋은 타격감을 보여주기 힘들 정도의 선수"라고 극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