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두 달 전의 일이다. 6월 5일 수원 경기 후 벤치 클리어링이 발생했다. KT 위즈의 베테랑 야수들이 한화 이글스 선수단을 향해 다가가며 한 선수를 불렀고, 이를 제지하던 선수들이 뒤엉켜 어수선한 분위기가 만들어졌다.
당시 경기 도중, 큰 점수 차(10점)로 앞선 상황에서 등판한 한화 투수 박상원이 KT 타자들을 연거푸 삼진 처리한 뒤 과도한 세리머니를 펼친 것이 화근이었다. 두 팀간 쌓인 감정의 골은 이튿날(6일) 박상원이 KT 선수단을 찾아 사과하면서 일단락됐다.
그로부터 약 두 달 뒤인 7월 30일, 박상원이 '논란의' 수원 마운드에 다시 올랐다. 한화가 6-4로 근소하게 앞선 6회 2사 2루 상황서 마운드에 오른 박상원은 공교롭게도 당시 벤치클리어링에서 자신을 불러낸 황재균을 첫 타자로 맞았다. 직전 열린 대전 경기에선 연장 결승타를 허용하며 고개를 숙인 바 있었다. 하지만 이날은 달랐다. 3구 만에 우익수 플라이로 황재균을 돌려 세웠다.
7회엔 위기가 찾아왔다. 1사 후 문상철을 몸에 맞는 볼로 내보낸 뒤, 2사 후 강백호에게 2루타를 맞으며 2사 2·3루 위기를 맞았다. 그리고 맞이한 상대는 김상수. 또 공교롭게도 두 달 전 마지막 삼진을 잡고 포효한 상대가 김상수였다. 박상원은 김상수를 2루수 앞 땅볼로 잡아내며 실점 위기에서 벗어났다. 이닝을 마치는 아웃 카운트가 올라가자 박상원은 안도의 포효를 내지르며 마운드를 내려왔다.
자신의 사과로 일단락됐다고는 하지만, 일련의 사건을 마주한 사람이라면 주눅이 들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박상원은 달랐다. 꿋꿋하게 제 공을 던졌고, 이번엔 논란 없을 2점차, 2·3루 상황을 막아내면서 마음껏 크게 포효했다.
경기 후 만난 박상원은 당시를 돌아보면서 "벤치클리어링 자체가 팀에게도 안 좋고 바라보는 사람들한테도 좋은 모습은 아니다. 황재균 선배가 저보다 선배이기 때문에 제가 100% 잘못한 거라고 생각한다"라고 전했다. 이어 그는 "(포효는) 나도 모르게 나왔던 모션이다. 상대를 자극하지 않기 위해 신경을 쓰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승부는 승부, 박상원도 자신이 해야 할 역할이 있다. 냉정을 찾기 위해 노력했다. 그는 "경기를 이기기 위해선 개인적인(주눅드는) 감정이 들어가면 안된다고 생각한다"라면서 "타자가 누구든 내 피칭을 열심히 하려고 했던 게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라고 말했다.
2점 차 상황에서 박상원에게 1이닝 이상을 믿고 맡긴 건 김경문 감독의 승부수였다. 7월 7경기에서 평균자책점 6.30(10이닝 7자책)으로 부진하고 있던 그였기에, 2점 차는 다소 부담스러울 수 있었다. 한 주의 시작이라 다른 불펜 투수들도 많았지만, 김경문 감독은 그를 믿고 7회를 온전히 맡겼다.
박상원은 "최근 경기에 비해서도 오늘 투구가 솔직히 만족스럽진 않다"라면서도 "지난주에 (우천 취소 등으로) 사흘 이상 쉰 게 힘이 많이 됐다. 감독님이 끝까지 믿어주시고 그 기대에 부응할 수 있어서 만족하고 감사하다"라며 소감을 전했다.
이어 그는 "김경문 감독님이 많이 믿어주시고 기회도 많이 주신다. 동기부여를 확실하게 만들어주시고 내가 좋아질 수 있는 많은 방법으로 운용을 해주신다. 지금 행복하게 던지고 있다"라며 감사의 뜻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