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민혁은 지난달 3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토트넘과의 쿠팡플레이 시리즈 1경기에서 팀 K리그 소속으로 선발 출전, 전반전 동안 그라운드를 누비며 활약했다. 팀은 전반까지 0-3으로 밀렸지만, 마지막까지 추격하며 최종 3-4 패배라는 성적표를 받았다.
사실 이날 경기의 최대 화두는 양민혁의 존재였다. 그는 지난달 28일 토트넘 입단이 확정, 오는 2025년 1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로 향한다. 사실상 이날 무대가 하나의 ‘쇼케이스’가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 배경이다. 심지어는 전방에 나선 주민규(울산 HD) 이승우(전북 현대)는 양민혁의 활약을 돕겠다며 공언하기도 했다.
양민혁은 경기 초반 잠잠했지만, 이후 번뜩이는 돌파와 드리블로 이목을 끌었다. 먼저 이승우와의 연계 플레이로 전진성을 보여줬고, 전반 22분에는 단독 플레이로 하이라이트를 찍었다. 절묘한 턴으로 에메르송 로얄을 따돌린 뒤, 윤도영을 향한 절묘한 패스까지 건넸다.
바로 1분 뒤엔 이동경(김천 상무), 주민규의 패스를 이어받아 단독 속공에 나섰다. 공을 잡은 양민혁은 박스까지 드리블 뒤, 강력한 왼발 슈팅을 시도해 토트넘의 수비진을 위협하기도 했다. 공이 골대 위로 향한 것이 유일한 아쉬움이었다.
하지만 토트넘에는 ‘주장’ 손흥민이 있었다. 쿨링 브레이크가 끝난 뒤, 손흥민의 날카로운 슈팅은 데얀 쿨루셉스키의 선제골로 이어졌다. 손흥민은 이후 두 번의 정확한 오른발 슈팅으로 팀 K리그의 수비를 무너뜨렸다. 사실상 손흥민이 지배한 전반전이었다.
양민혁은 후반 시작과 함께 교체돼 임무를 마치면서 아쉽게 응수하지는 못했다. 팀 K리그는 일류첸코의 멀티 골, 오베르단의 추격 골에 힘입어 화려한 난타전을 마쳤다.
경기 뒤 엔제 포스테코글루 토트넘 감독은 양민혁에 대한 직접적인 평가를 피했다. 대신 “후반기에도 활약을 이어가야 하고, 현 소속(강원)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짚었다.
이어 믹스트존에서 취재진과 마주한 양민혁은 이날 경기에 대해 “팀 K리그에 발탁돼 경기할 수 있어 영광이었다. 비록 져서 아쉽지만, 남은 경기들, 그리고 앞으로 가서 더 잘해야겠다고 느꼈다”라고 돌아봤다.
“(토트넘은) 확실히 다르다는 걸 느꼈다”고 털어놓은 양민혁은 앞으로의 발전을 재차 다짐했다. 특히 이날 손흥민과 대결은, 그에게 또 다른 목표를 제시한 모양새다. 양민혁은 “손흥민 선수가 정말 잘한다는 걸 느꼈다. 슈팅이 역시 달랐다. 나도 그 정도 레벨까지 올라가야 된다고 많이 느꼈다”라고 말했다.
한편 양민혁은 이승우와 함께 합작 세리머니를 펼칠 예정이었다. 공교롭게도 두 선수 모두 득점에 실패해 세리머니를 볼 순 없었다. 경기 뒤 이승우에게 관련 질문을 건넸으나, “비밀입니다”라고 웃어 보였다. 양민혁 역시 “골을 넣지 못해서 아쉬움을 느꼈다”라고 말했다.
끝으로 양민혁은 “짧은 시간이었지만, 역시 K리그에서 제일 잘하는 선수들이 모인 팀이었다. 토트넘에 밀렸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충분히 할만 하다고 느꼈다”라는 당찬 모습을 드러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