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 만의 미국 메이저리그(MLB)에 전격 콜업되자마자 감격적인 세이브를 신고한 케이시 켈리(35)가 아버지(팻 캘리)와 나눈 특별한 사연을 전했다.
지난달 LG 트윈스에서 방출된 케이시 켈리(35)가 평생 잊을 수 없는 하루를 보냈다.
켈리는 25일(한국시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의 PNC파크에서 열린 2024 MLB 피츠버그 파이리츠와 원정 경기에 팀이 10-2로 앞선 7회 말에 등판해 3이닝 동안 퍼펙트 투구를 했다. 2018년 9월 27일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전(5이닝 6피안타 2실점) 이후 2159일 만의 등판에서 개인 첫 세이브를 기록했다.
켈리는 지난달 20일까지 KBO리그 LG 소속이었다. 정상 수성을 목표하는 LG는 올 시즌 5승 8패 평균자책점 4.51로 다소 부진했던 켈리와 6년 동행에 마침표를 찍기로 했다. 켈리는 7월 20일 눈물의 고별전을 치렀다.
켈리는 한국을 떠나기 전 "미국, 대만 등 여러 선택지를 검토해 볼 것이다. 여전히 마운드 위에서 공을 던지고 싶다. 어딘가에서 야구하고 있지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켈리의 새 행선지는 신시내티 산하 트리플A 구단인 루이빌 배츠였다. 이 팀의 사령탑은 아버지 팻 켈리가 맡고 있다. 켈리의 합류하 발표나자 미국에서도 켈리 부자의 동행에 큰 관심을 드러냈다. 켈리는 트리플A 두 차례 등판에서 평균자책점 4.50을 기록했다.
팻 켈리는 현지시간으로 금요일 경기가 끝난 뒤 아들 켈리에게 "토요일(한국시간은 일요일인 25일)에 뭐 할 거니"라고 물었다. 켈리는 "(트리플A 경기에) 선발 등판하겠죠"라고 답했다. 그러자 아버지 켈리는 "빨리 준비해서 피츠버그로 가라"라고 말했다. 이는 켈리의 빅리그 합류를 의미하는 얘기였다. 이를 직감한 켈리는 "아버지가 내게 'MLB로 올라가라'고 말씀하신 뒤 우리 둘은 몇 초 동안 서로를 응시했다"며 "아버지가 울기 시작했고, 나도 울었다"고 떠올렸다.
신시내티는 이날 우완 투수 앨런 부세니츠를 양도지명 처리하면서 켈리를 26인 로스터에 등록했다. 불펜진에 부하가 컸던 신시내티는 10-2로 앞선 7회 말에 켈리를 마운드에 올렸다.
개인 첫 세이브를 올린 켈리는 "한 달 사이에 내 삶이 소용돌이쳤다"고 회상했다. 이어 "나조차 'MLB 마운드에 설 수 있을까'라고 의심했다"고 털어놨다.
켈리는 이날 포심 패스트볼 최고 구속 149㎞/h를 기록했다. 이 외에 슬라이더, 체인지업, 커브, 커터, 싱커 등 여러 구종을 던졌다. AP통신은 "직구와 커브에 의존하던 켈리는 KBO리그에서 체인지업과 슬라이더를 연마했다. 같은 타자를 한 경기에서 3∼4번 상대하는 법도 익혔다"고 설명했다.
켈리는 "내 최고의 순간 중 하나다. 오늘 나는 내가 원하는 리그에서, 내가 원하는 공을 던졌다"며 "MLB는 정말 살아나기 힘든 리그다. 내 공이 통하지 않는 날도 있을 것이다. 그래도 내 투구에 자신이 있다.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지 기대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