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만 눈앞 ‘베테랑2’ 빈집털이로 성공?…No, 극장가 붐업 ‘일등공신’ [IS포커스]
류승완 감독의 ‘베테랑2’가 추석 극장가를 점령했다. ‘빈집 털이’라는 일부 지적을 비웃듯 추석 연휴 관객수를 전년 대비 67.5%까지 끌어 올리며 모처럼 극장가에 활기를 불어넣었다.
19일 영진위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베테랑2’는 추석 연휴가 시작된 지난 13일부터 18일까지 엿새 동안 443만 5040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누적관객수는 445만 3536명이다.
이로써 ‘베테랑2’는 개봉 6일 만에 손익분기점(400만명)을 넘어서며 단숨에 올해 흥행작 5위에 랭크됐다. 400만 돌파 속도는 올해 천만 영화 전당에 이름을 올린 ‘파묘’는 물론, 1341만명을 동원한 전편 ‘베테랑’(2015)보다 빠르다.
물론 대개의 속편들이 그렇듯 ‘베테랑2’ 역시 관객 평가는 극명하게 갈린다. 전편 대비 코미디 등 대중적 재미 요소가 사라졌다는 게 불호 표를 던진 이들의 중론이다. 일각에서는 이를 근거로 ‘베테랑2’의 성공이 ‘빈집 털이’에 불과하다는 폄하 목소리도 들린다.
실제 ‘베테랑2’는 유난히 대진운이 좋았다. 명절 연휴라는 준성수기에 개봉했음에도 불구, 이렇다 할 경쟁작 없이 홀로 극장에 걸렸다. 투자 위축에 따른 신규 영화 제작이 감소하면서 꺼낼 만한 작품도 없었을뿐더러, ‘베테랑2’가 일찌감치 개봉일을 선점하며 타 투자배급사에서 전체적으로 몸을 사린 까닭이다.
다만 ‘베테랑2’ 흥행을 단순 경쟁작 부재로 단정 짓기에는 무리가 있다. 영화 자체의 힘으로 추석 극장가 파이를 훌쩍 키웠기 때문이다. 지난해 추석 연휴는 올해와 동일하게 엿새간 이어졌다. 화려한 배우와 감독 등이 포진한 블록버스터들이 줄줄이 선을 보였다. 연휴 전날에만 ‘1947 보스톤’, ‘거미집’, ‘천박사 퇴마 연구소: 설경의 비밀’ 등이 동시 개봉했다. 그러나 이 기간 극장가를 찾은 총 관객수는 311만 3156명에 불과했다.
반면 올 추석 연휴 극장을 찾은 전체 관객수는 521만 3265명으로 집계됐다. 전년 대비 67.5% 증가한 수치로, 이 중 85.1%가 ‘베테랑2’를 찾았다. 볼 작품이 ‘베테랑2’ 밖에 없어서가 아닌, 발 빠른 입소문 속 영화에 대한 관심과 궁금증이 그만큼 컸다는 걸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빈집 털이’가 아니라 오히려 ‘베테랑2’ 덕분에 극장에 모처럼 관객이 몰려왔다는 뜻이다.
영화에 대한 호평도 상당하다. 특히 류승완 표 설계형 액션에 새 빌런으로 합류한 정해인의 활약에 대한 찬사가 끊이지 않고 있다. 안정된 길보다 새로운 변화를 추구하는 류승완 감독은 이번에도 차별화된 액션 설계로 관객을 사로잡는 데 성공했다. 그 중심에 서 있는 정해인은 액션은 물론, 섬세한 눈빛 연기를 펼치며 ‘안광 열연’ 장인이라는 극찬을 받고 있다.
무엇보다 9년만에 속편을 내놓으면서 영화 속 시간(디제시스)와 영화 밖 시간(논디제시스)을 일치시켜 주인공 서도철(황정민)의 서사를 강화한 지점은 한국 영화 시리즈에선 볼 수 없는 성장서사였다는 점에서 류승완 감독의 고민이 느껴진다는 평을 받고 있다.
영화계에선 ‘베테랑2’의 향후 흥행 전망 역시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10월까지 개봉을 앞둔 상업 영화가 많지 않은 데다 현재 관객을 만나고 있는 영화들 역시 뒷심이 완전히 빠졌거나 특정 팬덤을 타깃으로 한 콘서트 실황 영화, 재개봉 영화뿐이기 때문이다. ‘베테랑2’를 향한 대중의 관심도가 여전히 뜨겁다는 점도 힘을 싣는다. ‘베테랑2’의 개봉 7일 차 예매율은 54%(19일 오전 11시 기준)로, 압도적인 1위를 유지 중이다.
멀티플렉스 한 관계자는 “당장 개봉 예정인 영화 없는 만큼 ‘베테랑2’가 계속 예매율 1위를 가져갈 것”이라며 “게다가 10월 초에는 임시공휴일, 개천절, 한글날과 연결된 황금연휴가 두 번이나 껴 있어서 꾸준히 관객을 유입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짚었다.
장주연 기자 jang3@e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