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장다웠다. 삼성 라이온즈의 '캡틴' 구자욱이 통증을 참고 뛰었다. 그냥 뛰기만 한 게 아니다. 홈런 포함 3안타 3타점 3득점 맹타를 휘두르며 플레이오프 1차전 승리까지 이끌었다. 구자욱이 주장의 품격을 제대로 보여줬다.
구자욱은 지난 13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2024 신한은행 SOL 뱅크 KBO리그 포스트시즌(PS) 플레이오프(PO·5전3선승제) 1차전에서 3번 타자·좌익수로 선발 출전, 4타수 3안타 1홈런 3타점 3득점 만점 활약을 펼쳤다. 1회 내야 안타로 선취점 기회를 살린 구자욱은 3회 무사 1, 3루에서 3점 홈런을 쏘아 올리며 승기를 가져왔다. 8회 추가 안타와 폭투 득점까지 만들어내며 팀의 10-4 승리를 이끌었다. 구자욱의 활약에 힘입어 삼성은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 개장 이후 첫 PS 승리를 거뒀다.
하지만 구자욱은 승리 후에도 활짝 웃을 수 없었다. 1차전 최우수선수(MVP)에 뽑혔지만 기자회견과 사진 촬영도 참석하지 못했다. 경기 후 구토 증세를 보여 곧바로 병원으로 이동했기 때문이다. 병원에서 수액을 맞았다. 박진만 삼성 감독은 "경기 중에 표정이 좋지 않더라. 경기 후에 몸 상태에 대해 보고를 받았는데, 이를 감추고 뛴 거 같다"며 걱정했다. 박 감독은 "몸이 아픈데도 잘 뛰더라. 역시 팀의 주장이구나 싶었다"라고 덧붙였다.
다행히 2차전 결장은 피했다. 14일 예정됐던 경기 전 만난 구자욱은 "어제보다는 좋은 컨디션이다. 괜찮아진 것 같다. 어제는 경기 전부터 컨디션이 안 좋고 두통도 있었는데, 최대한 쉬고 경기에 나섰다"며 "어지러워서 표정이 안 좋았는데, 팀에 피해를 줄까 봐 걱정이었다"라고 고백했다. 이내 그는 "내가 빠지면 팀에 피해를 주게 된다. 이런 아픔은 참고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라며 덤덤하게 말했다.
구자욱은 오히려 동료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했다. 주장으로서 평소엔 구자욱이 분위기 메이커 역할을 했다면, 구자욱의 컨디션이 좋지 않았던 1차전에선 강민호와 박병호 등 고참 선수들이 그 역할을 대신 잘 해냈다. 구자욱은 "또 어린 선수들이 벤치에서 파이팅을 많이 내줬다. 내가 딱히 하지 않아도 좋은 분위기였다. 선수들에게 너무 고맙다"라고 전했다.
삼성은 1차전 승리로 한국시리즈(KS) 진출 75.8%의 확률을 잡았다. 역대 5전 3선승제로 치러진 33번의 PO에서 1차전을 이긴 팀 중 25팀이 KS에 진출할 정도로 확률이 높다. 이에 구자욱은 "당연히 KS에 올라가는 게 목표다. 최대한 빨리 분위기를 잡아서 최소 경기로 끝내고 KS에 오르고 싶다. 그래야 투수들도 충분히 쉴 수 있다"라며 강한 열망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