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사를 하던 두산 베어스 선수들의 눈이 테이블이 아닌 중앙 벽을 향한다. 벽을 등지고 앉은 선수들은 한 숟갈을 뜰 때마다 등을 돌려 스크린에 있는 영상을 응시한다. 재밌는 영상이라도 보는 걸까. 아니다. 두산을 제외한 9개 구단 '새 외국인 선수'들의 투구 영상이다.
시즌 중이라면 상대 팀의 투구 영상을 틀어 놓는 건 흔히 볼 수 있다. 홈 팀 선수들이 그라운드에 나와 타격 훈련을 할 때 전광판에 상대 선발 투수나 주요 선수들의 영상을 틀어 놓는다. 당일 상대할 선수들의 투구 동작과 변화구 궤적 등을 눈으로 보며 익숙해지기 위해서다.
하지만 두산 선수단은 벌써부터 전력 분석이 한창이다. 투구 동작은 물론, 화면 밑 모서리에 정리된 변화구의 종류와 구속들을 번갈아 보며 공부에 나섰다.
특히 처음 상대하는 새 외국인 투수들의 영상이라면 선수들에게 확실히 큰 힘이 된다. 시즌 돌입 후, 경기 전 전력분석 때 잠깐 보는 것보단 오래전부터 미리 눈에 익혀두는 것도 좋은 방법. 밥 먹으랴 영상 보랴 눈이 바쁘지만, 생소한 투수의 특징을 미리 적응해 두는 것만으로 큰 수확이다.
이는 구단 전력분석파트와 외국인 담당인 국제팀이 선수들을 위해 준비한 영상들이다. 올 시즌 신규 외국인 선수 13명의 경기 영상을 준비해 선수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구단 관계자는 "선수들이 올 시즌 새롭게 상대할 외국인 선수들과 조금이라도 익숙해질 수 있도록 준비했다"며 "집중해서 한 명 한 명을 뜯어볼 수는 없지만, 한두 개의 이미지만이라도 익힐 수 있다면 효과가 있을 거라고 판단했다"며 배경을 설명했다.
선수들은 물론, 이승엽 두산 감독 및 코치진도 만족해했다는 후문이다. 선수들도 영상을 통해 새 외국인 선수들에게 관심을 보이면서, 전력분석팀에게 선수 분석에 관한 질문을 하는 등 좋은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이제 막 1차 스프링캠프(호주 시드니)가 끝나고, 2차 캠프(일본 미야자키)를 앞두고 있는 상황. 아직 캠프가 중반인데도 두산 선수들은 초반부터 상대 투수들의 영상을 눈으로 익히고 또 익히며 새 시즌을 준비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