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주민규가 1일 울산문수경기장에서 열린 울산과의 하나은행 K리그1 2025 18라운드 원정 경기에서 승리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프로축구연맹 프로축구 K리그1 대전하나시티즌 공격수 주민규(35)의 발끝은 친정팀을 상대로도 자비가 없었다.
주민규는 1일 울산문수경기장에서 열린 울산 HD와의 K리그1 2025 18라운드 원정 경기에서 2-2로 맞선 후반 11분 교체 투입, 이후 7분 뒤 팀의 결승 골을 터뜨렸다. 대전은 주민규의 골에 힘입어 3-2로 이기며 리그 단독 1위(5승1무1패·승점 16)를 지켰다. 이 경기는 오는 6월에 열릴 예정이었으나, 울산이 2025 국제축구연맹(FIFA) 클럽 월드컵에 참가하게 되면서 일정이 앞당겨졌다.
울산과 대전의 맞대결은 ‘주민규 더비’로 불린다. 지난 2시즌 울산에서 주전 공격수로 활약한 주민규가 올 시즌을 앞두고 대전 유니폼을 입었기 때문이다. 주민규는 지난 2023년부터 2년간 울산 유니폼을 입고 팀의 연속 우승에 기여했다. 하지만 젊은 선수들로 팀을 구성하기로 한 울산이 과감히 주민규와 결별했다.
공교롭게도 대전의 올 시즌 개막전 상대가 울산이었다. 당시엔 울산의 젊은 공격수 허율이 골 맛을 보며 주민규 앞에서 웃었다. 하지만 예정보다 빨리 찾아온 맞대결에선 대전이 이전 패배를 완벽히 설욕했다.
무엇보다 주민규가 결승 골을 터뜨린 것이 뜻깊었다. 정재희가 머리로 연결해 준 공을 재차 머리로 컨트롤한 뒤, 강력한 오른발 슈팅으로 이어가 국가대표 골키퍼 조현우를 뚫었다. 주민규의 리그 6호 골. 이미 지난 시즌 리그 득점(10골)의 절반을 넘겼다.
1일 울산문수경기장에서 열린 울산과 대전의 하나은행 K리그1 2025 18라운드. 대전 주민규(오른쪽 세 번째)의 득점이 터진 뒤 선수단이 환호하고 있다. 사진=프로축구연맹 올 시즌 주민규의 ‘킬러 본능’은 빼어나다. 7경기에서 8개의 유효슈팅을 기록했는데, 이 중 6개가 득점으로 연결됐다.
주민규는 득점 후 울산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화려한 득점에도 세리머니를 하지 않고 양해를 구하는 듯한 자세를 취했다. 경기 뒤엔 울산 출신 임종은과 함께 홈 서포터스석으로 향해 인사를 건넸다.
주민규는 승리 뒤 방송사 인터뷰를 통해 “세리머니를 하고 싶었지만, 울산에서 많은 사랑을 받았기 때문에 감사한 마음이 있었다. 절대 (세리머니를) 못할 것 같았다”라고 털어놨다. 또 “올 시즌을 앞두고 갑작스럽게 이적하게 돼 팬들에게 인사를 드리지 못했다. 울산 팬들의 응원 소리는 여전한 것 같다. 대전도, 울산도 같이 잘 됐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드러냈다.
지난 시즌 힘겨운 강등권 싸움을 벌였던 대전은 올 시즌 환골탈태했다. 최근 5경기 무패(4승 1무) 행진으로 단숨에 1위를 꿰찼다. 주민규는 “우리가 추구하는 축구를 얼마나 유지하고 끝까지 가느냐가 성적을 좌지우지할 것 같다. 최대한 대전의 축구에 몰입하려 하고 있다”라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