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KBS
배우 박용우가 KBS2 새 토일드라마 ‘은수 좋은 날’에서 극의 무게중심을 단단히 붙들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베테랑 형사 장태구 역을 맡아 긴장과 블랙코미디가 공존하는 작품의 색깔을 선명하게 살리고 있다.
지난달 20일 첫 방송된 ‘은수 좋은 날’은 평범한 학부모 강은수(이영애)와 두 얼굴의 선생 이경(김영광)이 우연히 손에 쥔 마약 가방을 둘러싸고 벌이는 처절한 동업기를 그린다. 박용우는 극중 광남경찰서 마약과 에이스 팀장 장태구로 등장, 초반부터 긴장감을 조율하며 극에 진입했다.
그는 마약 밀매 조직의 실체를 추적하는 베테랑 형사로 시청자의 눈길을 끌었다. 고무줄을 습관처럼 사용하는 시그니처로 첫 등장부터 강렬한 인상을 남기더니 범인과의 추격전, 몸을 던진 액션으로 몰입도를 높였다. 폭력보다 언변으로 상대를 압박해 자백을 받아내는 수사 방식은 실제 형사를 연상케 했고, 직감에 움직이는 그의 모습은 향후 전개를 예상치 못하게 흐르게 하면서 재미를 더했다.
무엇보다 박용우의 연기는 ‘은수 좋은 날’의 블랙코미디적 색채와 맞물리며 살아났다. 그간 묵직한 캐릭터로 눈도장을 찍은 그는 이번 작품에서 날것의 형사 이미지에 유연함을 얹었다. 덕분에 초반 다소 미약했던 김영광 캐릭터의 존재감을 자연스럽게 보완했고, 이영애와 김영광의 불안한 공조 구도 위에서 무게추 역할을 했다.
사실 박용우는 형사 역할에 일가견이 있다. 1995년 MBC 24기 공채 탤런트로 데뷔한 뒤 줄곧 무게감 있는 연기를 선보였는데 특히 영화 ‘투캅스3’, ‘조용한 세상’, ‘뷰티풀 선데이’에서 연이어 형사 역을 맡으며 몸으로 뛰는 연기에 강점을 보였다. 해당 작품들과 비교해 ‘은수 좋은 날’은 또 다르다. 마약이라는 소재 속에서 냉철함과 베일을 동시에 지닌 캐릭터에 도전하면서 자신의 연기 스펙트럼을 한 단계 확장하는 도전에 나섰다.
이영애와의 호흡도 인상적이다. 이영애가 연기하는 은수는 평범한 주부에서 예기치 못한 사건의 소용돌이에 휘말리는 인물로, 장태구가 은수를 유심히 지켜보기 시작하면서 이야기가 본격 시작됐다. 박용우는 특유의 압박감과 미묘한 심리 묘사로 극적 긴장감을 고조시키고 있다. 김승하 ‘은수 좋은 날’ CP는 “박용우가 연기하는 장태구는 반전이 있는 캐릭터”라며 “극이 진행될수록 장태구는 은수의 감정을 추동하는 지렛대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김성수 대중문화 평론가는 “박용우는 이번 작품에서 단순히 사건을 좇는 형사에 머무르지 않는다. 은수와 이경을 둘러싼 갈등의 축을 형성하며 드라마의 서사를 입체적으로 만든다”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