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이원인터내셔널컴퍼니·그린나래미디어 제공
“좋은 이야기를 가진 작품들이 더 많은 관객과 만났으면 하는 마음이죠.”
배우 정일우가 본업인 연기를 넘어 외화 수입 투자자로서 보폭을 넓혔다. 탁월한 안목을 바탕으로 완성도 높은 작품을 국내에 소개하며, 영화 시장 스펙트럼 확장에 기여하고 있다는 평가다.
정일우는 최근 요아킴 트리에 감독의 노르웨이 영화 ‘센티멘탈 밸류’를 국내에 소개했다. ‘센티멘탈 밸류’는 영화감독 아버지와 두 딸이 한 편의 영화를 계기로 다시 묶이며 자신과 마주하는 이야기를 담았다. 제78회 칸국제영화제 심사위원대상 수상작으로, 이달 열리는 제98회 아카데미시상식에서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등 9개 부문 후보에 오른 화제작이다.
물론 해외 영화제에서만 주목하는 작품은 아니다. 지난달 18일 국내에서 개봉한 ‘센티멘탈 밸류’는 평단과 관객의 견고한 지지를 확보하며 흥행 저력을 입증하고 있다. 실제 ‘센티멘탈 밸류’는 예술영화라는 장르적 한계와 제한적 스크린 수에도 불구하고, 지난 3·1절 연휴 4만 관객 돌파에 성공했다. CGV 골든에그지수 역시 96~97%로, 동시기 박스오피스 상위권에 포진한 상업영화 대비 높은 관객 만족도를 보이고 있다.
영화를 접한 이들은 “작년과 올해 본 영화 중 최고라고 말하고 싶다”(nsc2****), “다시 또 보고 싶은 영화”(youn****) 등 반응을 보이며 ‘센티멘탈 밸류’를 ‘인생작’으로 호명했다. 또 “가족만이 줄 수 있는 용서와 화해와 그 너머 뜻깊은 감정”(jung****), “말하지 않아도 너무 잘 알아서 때로는 밉고 더 싫기도 한 법이다. 가족이란 이름이 그렇다”(ghtl****) 등 가족이란 관계성의 양가적 감정을 짚어낸 메시지에 깊은 공감을 표했다.
정일우가 ‘센티멘탈 밸류’에 매료된 이유도 동일하다. 그는 일간스포츠에 “‘센티멘탈 밸류’는 인간의 불완전함을 섬세하게 바라본다는 면에서 매력적으로 다가왔다”며 “가족으로부터 받은 상처, 공허함이 어떻게 예술로 승화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것 같았다”고 전했다.
영화 ‘센티멘탈 밸류’(위)·‘투게더’ 스틸 / 사진=그린나래미디어 제공
정일우가 투자자로 나선 건 이번이 두 번째다. 앞서 그는 지난해 9월 미국 인디영화 ‘투게더’를 극장에 걸며 남다른 콘텐츠 선구안과 작품 선별 역량을 입증한 바 있다. ‘투게더’는 관계의 한계에 부딪힌 오랜 커플이 서로의 몸이 점점 붙어버리는 기이한 현상을 그린 이야기로, 바디 호러 로맨스라는 독창적 장르 안에서 사랑과 관계의 본질을 질문하며 평단의 호평을 끌어냈다.
투자자로 성공적인 출발을 알린 정일우는 외화 수입 사업에 뛰어든 이유에 대해 “누구나 마음속에 오래 남는 소중한 영화가 있을 거다. 나 역시 관객으로서 그런 경험을 소중히 여기고 있다”며 “많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좋은 이야기와 작품들이 더 많은 관객과 만났으면 하는 마음에서 자연스럽게 (투자에) 관심을 두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투자할 때도 배우일 때와 동일하게 ‘이야기가 내 마음을 움직이느냐’를 먼저 생각한다. 다만 조금 더 관객의 시선에서 이야기가 얼마나 오래 남을 수 있을지 고민한다”고 부연했다.
정일우의 이 같은 행보는 단순 취미 생활이 아닌, 상업영화 중심의 극장 산업에서 작품의 다양성 확대를 도모한다는 점에서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특히 중소·독립·예술 영화의 배급 및 상영 기회가 구조적으로 제한된 상황에서, 스타 배우의 전략적 투자 참여는 시장 내 다양성 생태계 강화에 기여하는 촉매로 작용할 수 있다.
정일우에 앞서 소지섭 역시 수입사 찬란과 함께 작품성 중심의 다양성 영화를 지속적으로 투자하며 국내 영화산업의 구조적 편중을 완화한 바 있다. ‘미드소마’, ‘유전’, ‘존 오브 인터레스트’, ‘서브스턴스’ 등 소지섭이 수입에 힘을 보탠 영화들은 팬들 사이에서 큰 화제를 모으며 괄목할 만한 성과를 냈다.
정지욱 영화평론가는 “독립·예술 영화를 수입하는 것 자체가 산업의 다양성에 기여하는 것이다. 근데 그것을 티켓파워가 있는 배우들이 한다면 더 큰 효과를 누릴 수 있다. 관객을 마니아층에서 일반 대중으로 확대시키는 등의 홍보 효과도 상당하다. 굉장히 훌륭한 일”이라고 반색하며 “이런 흐름이 이어진다면 독립·예술 영화 수입·배급사, 그리고 한국 영화 시장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일우는 앞으로도 연기와 투자 활동을 병행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그는 “아직 투자란 단어가 어색하게 느껴진다”면서도 “진심으로 공감할 수 있는 작품이라면 다양한 방식으로 계속 함께하고 싶다. 배우로서 이러한 과정에 힘을 보탤 수 있는 지점이 생긴다면 더욱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