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박지훈, 유해진이 19일 오전 서울 용산구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영화 '왕과 사는 남자' 제작보고회에 참석해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서병수 기자 qudtn@edaily.co.kr /2025.12.19/
배우 유해진과 박지훈이 ‘왕과 사는 남자’로 필모그래피에 나란히 ‘천만영화’를 추가한다. 유해진에게는 다섯 번째, 박지훈에게는 첫 천만영화로, 영화의 일등 공신에게 내려진 일종의 면류관이다.
6일 또는 늦어도 7일 1000만 관객 돌파를 확실시한 영화 ‘왕과 사는 남자’(이하 ‘왕사남’)는 ‘강물에 버려진 단종의 시신을 영월호장 엄흥도가 수습했다’는 역사서 한 줄에서 출발한 팩션 사극이다. 극중 유해진과 박지훈은 각각 엄흥도, 단종 이홍위로 분해 극을 이끌었다.
영화 ‘왕과 사는 남자’ 스틸 / 사진=쇼박스 제공◇유해진, 클래스는 영원하다
유해진이 연기한 엄흥도는 광천골 촌장이다. 실리를 좇는 인물로, 척박한 마을 살림에 숨통을 틔우고자 광천골을 유배지로 만든다. 하지만 고군분투 끝에 나타난 첫 유배자는 권세가가 아닌, 노산군으로 강등된 어린 선왕 이홍위다. 엄흥도는 예상치 못한 전개에 당황하지만, 곧 부성에 가까운 연민과 책임을 느낀다.
엄흥도를 달리 정의하면 유해진 연기의 집약체다. 엄흥도에는 코미디와 정극을 가로지르며 축적해 온 유해진의 연기 스펙트럼이 응축되어 있다. 유해진은 생활감 짙은 호흡과 과장으로 웃음을 끌어내는 동시에 밀도 높은 감정 연기로 서사의 깊이를 확보한다. 특히 유머와 비통 사이의 균형을 정교하게 조율하며, 배우로서 진가를 발휘한다.
윤성은 영화평론가는 “원래 잘하던 배우라 두드러지지 않았을 뿐, ‘왕사남’은 유해진이 하드캐리한 작품”이라며 “유해진은 특유의 유머 연기로 시작해서 분위기를 풀고, 후반부에는 호소력 있는 정극 연기로 엄흥도란 캐릭터를 잘 전달했다”고 평했다.
유해진의 성취는 단순 연기 호평에 그치지 않고, ‘오천만 배우’라는 명예로운 타이틀로 이어질 전망이다. ‘왕의 남자’(2005), ‘베테랑’(2015), ‘택시운전사’(2017), ‘파묘’(2024) 등 네 편의 천만영화 흥행이 축적된 결과로, 유해진은 자신의 쌓아 온 시간의 밀도와 무게를 5000만이란 숫자로도 재증명했다.
영화 ‘왕과 사는 남자’ 스틸 / 사진=쇼박스 제공◇박지훈, 새 시대를 열다
유해진이 영화에 안정감을 부여했다면, ‘왕사남’을 익숙한 사극 문법에 가두지 않는 힘은 박지훈에게서 왔다. 박지훈이 연기한 단종 이홍위는 조선 6대 왕이다. 아버지 뜻에 따라 세자가 되고 왕의 자리에 올랐으나, 숙부 수양대군에게 왕위를 찬탈당한 후, 16세에 강원도 영월 광천골로 유배된 ‘비운의 군주’다.
박지훈은 모든 걸 빼앗긴 어린 선왕의 슬픔과 두려움, 내면의 균열을 통과해 진정한 군주로 거듭나는 과정을 눈빛으로 웅축해 설득력 있게 그려낸다. 박지훈의 정제된 열연은 단종을 연약한 피해자가 아닌 역사의 비극에 정면으로 맞선 주체이자 이상적 지도자로 각인시킨다.
영화의 성취와 무관하게 이미 ‘단종 오빠’ 붐을 일으키며 화제의 중심에 섰던 박지훈은 ‘왕사남’의 1000만 관객 돌파로 커리어 정점도 경신했다. ‘프로듀스 101’ 시즌2 ‘저장남’보다 더 뜨겁고, ‘약한영웅 클래스’ 연시은보다 더 큰 파급력이다. 무엇보다 ‘왕사남’은 그의 첫 상업영화로, ‘변호인’(2013) 임시완, ‘파묘’ 이도현에 이어 데뷔작으로 천만 신화를 쓴 세 번째 배우라는 기록을 남겼다.
김성수 대중문화 평론가는 “박지훈은 이홍위를 통해 유약한 자로서 투정부터 정의로운 군주로서 신념까지 보여줬다. 아울러 액션을 잘하는 배우에서 리액션까지 가능한 배우임을 증명했다”며 “‘왕사남’은 박지훈의 커리어 전환점으로, 그의 연기는 앞으로 더욱 좋아질 것”이라고 극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