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발 300m 고지, 거문오름의 능선이 병풍처럼 둘러싸인 제주 서귀포의 올티스(Orteas) 다원에 들어서니 정갈한 차밭이 탄성을 자아냈다.
이곳은 약 2만3000평 규모의 대지에 자연 숲을 보존하며 차나무를 재배하는 유기농 다원으로, 제주에서만 느낄 수 있는 분위기가 가득한 장소였다. 이곳의 핵심 콘텐츠는 티클래스 ‘티마인드’다.
지난 6일 찻자리의 주인을 뜻하는 ‘팽주’의 안내에 따라 차가 익어가는 시간을 경험할 수 있었다. 기계가 아닌 사람의 손으로 직접 수확한 최상급 ‘호아녹차’를 비롯해 홍차·호지차·말차까지 이어지는 찻자리는 마치 인문학 강의를 듣는 듯했다. 단순한 시음을 넘어 제주의 ‘테루아’(산지 고유의 토양과 기후)를 온몸으로 느끼는 로컬 콘텐츠의 정수였다. 획일화된 여행 넘어 콘텐츠 확대
올티스의 티클래스처럼 매력적인 로컬 콘텐츠가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현재 한국인의 국내 여행은 여전히 획일화된 경향을 보인다. 에어비앤비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한국인 10명 중 7명은 호텔과 리조트에 머물며, 절반 이상(64.4%)이 ‘미식’만을 목적으로 여행을 떠난다. 또 강원·부산·제주 등 특정 지역 쏠림 현상도 뚜렷했다.
서가연 에어비앤비 코리아 컨트리매니저는 지난 5일 제주 서귀포에서 열린 비전 포럼에서 “사람들이 지역에 머물기 위해서는 분명한 이유가 필요하며, 그 이유는 머무르고 싶은 공간·콘텐츠·사람이 어우러질 때 만들어진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대전의 ‘성심당’이 20대 여행객을 움직였듯 확실한 ‘앵커 콘텐츠’는 여행의 강력한 동기가 되지만, 응답자의 13.4%는 여전히 ‘체험 콘텐츠 부족’을 여행의 걸림돌로 꼽고 있다.
이날 포럼에 참석한 유현준 건축가(교수) 역시 공간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유 교수는 “목적지가 되는 숙소는 단순한 수면 공간이 아니라 그 지역의 라이프스타일과 분위기를 압축해 체험하는 곳이어야 한다”며 “지역 여행의 경쟁력은 서울을 따라 하는 것이 아니라 그 지역에서만 누릴 수 있는 공간 경험, 즉 ‘차이와 정체성’을 설계하는 데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그는 빈집 등 유휴 공간에 기획과 스토리가 더해진다면 훌륭한 로컬 콘텐츠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어 “빈집 고치기를 하려면 나라에서 풀어줄 것들이 너무 많다. 제주도만 봐도 3년 이상 거주 같은 규제가 있다”며 “젊고 에너지와 능력이 되는 사람들 많은데 규제들이 막고 있다. 빈집을 콘텐츠로 바꾸려면 나라가 나서야 한다”고 덧붙였다. 숙소는 로컬 여행의 ‘베이스캠프’
에어비앤비는 올해를 기점으로 한국 사회의 일원으로서 지역 경제에 기여하는 통합적인 여행 생태계 구축에 본격적으로 나선다.
우선 한국관광공사 및 제주올레 등과 협력해 각 지역 고유의 매력을 담은 로컬 숙소와 체험을 발굴하고, 크리에이터들과 함께 지역의 매력을 소개하는 ‘방방곡곡 원정대’ 프로젝트를 통해 홍보를 강화한다.
에어비앤비는 숙소가 여행의 질을 결정하는 핵심 요소임에도 불구하고, 응답자의 92.5%가 예약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이에 합리적인 가격과 현지 일상을 경험할 수 있는 공유숙박을 로컬 여행의 베이스캠프로 활성화할 계획이다.
앞서 유 교수가 언급한 유휴 공간을 활용해 지역 상생 모델도 구상 중이다. 응답자의 85.7%가 빈집 리모델링 숙소가 관광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답한 만큼, 이를 통해 지역의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복안이다. 또한 ‘커뮤니티 펀드’를 통해 제주올레 등 국내 3개 단체를 지원하며, 시니어 여성 호스트의 자립을 돕는 ‘할망숙소’ 프로젝트에 숙련된 호스트가 운영을 돕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