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라곰
SBS 간판 프로그램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의 메인 PD로 잘 알려졌던 이동원 PD가 첫 소설집 ‘남의 불행을 먹고 사는 사람들’을 펴냈다. 이 책은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인간의 욕망과 심리를 파고든 단편소설집으로, 이야기꾼으로서 그의 또 다른 출발을 알린다.
지난 25일 발간된 이 책은 입시 비리를 목격한 고등학생, 아동학대 의심 환자를 진찰한 소아과 의사, 악플러 고소에 나선 연인의 남자친구, 정규직을 앞둔 인턴 기자 등 다양한 인물들을 중심으로 펼쳐진다. 현실에서 벌어질 법한 사건들을 출발점으로 삼지만, 이야기는 점차 예상 밖의 방향으로 확장되며 독자를 사건의 한복판으로 끌어들인다.
이동원은 PD는 수많은 사건·사고를 다뤄온 경험을 바탕으로 소설을 집필했다. 그는 타인의 고통과 불행을 기록하는 일을 업으로 삼아온 자신의 직업적 정체성을 출발점으로, 인간 내면의 본능과 욕망, 죄책감 같은 감정의 층위를 탐색한다. 이 과정에서 “만약 나라면 어떤 선택을 했을까”라는 질문이 모든 이야기의 출발점이 됐다.
수록된 10편의 단편은 실화를 모티프로 삼았지만 단순 재현에 머물지 않는다. 현실을 넘어선 서사적 확장을 통해 독자를 ‘관찰자’가 아닌 ‘당사자’의 위치로 끌어들인다. 독자는 낯선 사건 속 ‘나’가 되어 인물의 선택과 감정을 직접 체감하게 되고, 그 과정에서 인간 욕망의 이면과 마주하게 된다.
책은 특히 ‘남의 불행’을 먹고 사는 사람들의 은밀한 속마음을 정면으로 응시한다. 저자는 방송 현장에서 타인의 눈물과 고통을 콘텐츠로 다뤄온 경험을 고백하며, 우리 사회 곳곳에 존재하는 ‘불행을 먹고 사는 사람들’의 모습을 포착한다. 동시에 그들을 단순한 비난의 대상으로 그리기보다, 누구에게나 내재된 욕망의 문제로 확장한다.
작품 속 인물들은 극단적인 선택과 상황에 놓이지만, 그 감정은 낯설지 않다. 불안과 이기심, 금기된 욕망은 누구에게나 존재하는 감정이며, 소설은 그 지점을 집요하게 파고든다. 독자는 불편함과 몰입 사이를 오가며, 결국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게 된다. ‘나는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라는 질문이다.
이 책은 한편으로는 사건 중심의 강한 서사를 지니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인간 심리에 대한 집요한 탐구를 담고 있다. 현실과 픽션의 경계를 넘나드는 이야기 구조는 마치 여러 편의 드라마를 연속해서 보는 듯한 몰입감을 제공한다.
추천인들도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프로파일러 표창원은 “신기하고 이상한 ‘남의 얘기’를 재미있게 읽다가 목뒤에 소름이 돋는다. 이 극단적인 욕망과 감정이 낯설지만은 않은 이유는 뭘까? 혹시…내 안 깊은 곳에도?”라고 평했다. 드라마 ‘굿파트너’ 최유나변호사는 “현실을 기반으로 이토록 흥미로운 소설을 풀어내다니. 마치 열 편의 드라마를 보는 듯한 몰입감을 느꼈다. 이 강렬한 이야기에 기꺼이 압도당하시기를”이라고 전했다.
이어 배우 신소율은 “다채로운 인물들과 흥미로운 전개로 몰입해 읽는 소설적 즐거움이 충만하지만, 가만히 보면 책 속 모든 순간이 우리 주변에 도사리고 있는 듯하다”고 했고, 코미디언 출신 작가 고명환은 “‘방송에서 할 수 없는 얘긴데 너한테만 이야기 해줄게’라며 빠져들게 하는 이야기. 이동원 PD가 이동원 작가가 되어주어 너무 감사하다”고 말했다.
한편 저자 이동원 PD는 서울대학교 정치학과를 졸업하고 SBS에서 시사교양 PD로 활동하고 있다. 다큐멘터리 ‘학전 그리고 뒷것 김민기’를 연출해 사회적 반향을 일으켰으며,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의 메인 연출자로 이름을 알렸다. ‘제61회 백상예술대상 교양작품상’, ‘제11회 서재필 언론문화상’ 등을 수상했으며, 현재 경희대학교 문화엔터테인먼트학과 겸임교수와 법무부 교정정책 자문위원으로도 활동 중이다.
현장에서 목격한 다양한 인간 군상을 바탕으로 사건과 인간의 내면에 대한 관심을 확장해온 그의 저서로는 ‘월급쟁이 이피디의 사생활’, ‘조금 다른 지구마을 여행’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