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라클. (사진=어코드엔터테인먼트 제공)
버추얼 음악 시장에선 플레이브, 이세계아이돌 등 이른바 ‘히트상품’의 독주 속 신규 그룹의 도전도 계속되고 있다. 아직까지 버추얼 아이돌 서열 구도상 ‘신(神)계’로 꼽히는 이들의 투톱 구도에 유의미한 변화가 나타나진 않고 있지만 가요계 내 버추얼 그룹에의 도전은 어느덧 하나의 흐름으로 자리매김한 모습이다.
명암도 분명하다. 특히 밀리언셀러 달성, KSPO돔에 이어 고척스카이돔까지 입성하는 등의 버추얼계 전무했던 족적을 남긴 플레이브의 대성공 여정을 롤모델로 삼아 야심차게 데뷔를 선언했으나 이렇다 할 반향을 일으키지 못한 채 소리 없이 사라진 비운의 그룹도 있다.
그럼에도 업계의 도전은 계속되고 있는데, 불과 1~2년 사이에 등장한 버추얼 그룹들 사이의 뚜렷한 차이점은 기획의 정교함이다. 시장의 명확한 성공 사례를 벤치마킹하되, 차별화된 그 자신들만의 것으로 승부수를 띄우는 모습이다. 독특한 아이덴티티와 구체적인 세계관 및 스토리텔링을 토대로, 단발성에 그치지 않을 서사를 구축해 시선을 모으고 있다. 오위스. (사진=올마이애닉도츠 제공)
잘만 키워낸다면 열 아이돌 부럽지 않은 이 버추얼 그룹이 더 이상은 실체가 없는, 애니메이션 기반의 생경한 ‘시도’가 아닌 하나의 아이돌이자 아티스트 개념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만큼 제작자들 또한 기획 단계부터 세계관과 서사 설립, 티징 콘텐츠까지 공을 들인다.
최근 데뷔했거나 데뷔를 앞둔 버추얼 그룹들은 이같은 변화를 고스란히 보여준다. 지난 1월 데뷔곡 ‘별들에게 물어봐’로 첫 선을 보인 버추얼 보이그룹 미라클은 전생에서 톱 아이돌로 활동했던 소년들이 의문의 사고 이후 영혼만 환생, 버추얼의 모습으로 다시 한 번 가수의 꿈에 도전한다는 흥미로운 세계관을 담고 있다. 데뷔부터 다시 시작하는 ‘2회차 아이돌 성장 서사’가 관전 포인트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이해인이 설립한 신생 기획사 올마이애닉도츠를 통해 데뷔한 버추얼 걸그룹 오위스 또한 흥미로운 서사를 띤다. 팀명은 ‘온리 웬 아이 슬립’의 약자로, ‘오직 꿈속에서만 만날 수 있다’는 의미다. 잃어버린 꿈을 찾아가는 소녀들의 성장 스토리를 데뷔 앨범에 담긴 8곡 안에 담아냈다. 실물 아티스트에 대한 힌트를 티징 과정에서 영리하게 흘리며 데뷔부터 화제성을 높이면서도 음악성으로 진검승부를 택해 깊은 인상을 남기고 있다.
미완소년. (사진=어비스 컴퍼니 제공) 어비스 컴퍼니가 론칭을 예고한 버추얼 보이그룹 미완소년 역시 티징 단계부터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일반 아이돌과 유사하게 프로모션 방향성을 잡되 단순 캐릭터 공개 아닌, 멤버 개인의 이야기를 ‘체인소맨’ 나카야마 류 감독이 연출한 애니메이션으로 선보여 차별화된 몰입감을 선사했다. 미(未)완에서 나아가 미(美)완으로의 성장 서사를 예고한 이들은 데뷔와 동시에 멤버 전원이 각자의 서사를 기반으로 한 솔로곡을 선보일 계획이라 관심을 모은다.
상반기 데뷔 예정인 버추얼 보이그룹 비던도 흥미롭다. 다섯 멤버 모두 운동선수로 활동했으나 아이돌에 매료돼 제2의 꿈을 꾸고 있다는 설정으로, 버추얼 아이돌계 ‘짐승돌’을 예고했다.
비던. (사진=두리엔터테인먼트 제공) 이러한 흐름에 대해 가요계 관계자는 “더 이상 버추얼 그룹은 기술만으로 되는 게 아니다. 기술에,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휴먼 정서가 필수적”이라며 “기획 자체가 실제 아이돌에 준하는 흐름으로 정교하게 변화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같은 변화는 버추얼 업계는 물론, 가요계 전반에 활력이 되고 있다. 한 버추얼 그룹 관계자는 “새로운 창작의 형태가 좀 더 폭넓게 대중에게 받아들여지는 것은 긍정적이다. 이 문화가 점점 발전할 수 있도록 더욱 창조적인 분위기가 형성되면 좋겠다”는 의견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