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라이온즈의 아시아쿼터 투수 미야지 유라가 조금씩 기지개를 켜고 있다. 입단 당시 받았던 강속구 투수라는 부담과 낯선 환경 속에 고전했지만, 코칭스태프와 동료들의 전폭적인 지원 속에 안정을 찾아가는 단계다.
미야지는 지난 11일 대구 NC 다이노스전에 구원 등판해 1이닝을 1피안타 2탈삼진 무실점으로 막아내며 호투했다. 10일 NC전(⅔이닝 무실점)에 이은 2경기 연속 홀드였다. 특히 10일 경기에서는 7회 2사 만루 위기를 무실점으로 막아내며 동점 위기를 지워냈다. 당시 동료들의 환호를 받은 미야지는 평소 쑥스러운 모습과는 달리 주먹을 불끈 쥐며 기쁨을 표출하기도 했다.
조금씩 적응해 가는 모양새다. 미야지는 입단 전부터 '최고 구속 158㎞/h'의 강속구를 던지는 투수로 주목받았다. 그러나 스프링캠프와 시범경기에서 시행착오를 겪으며 부진했고, 구속도 150㎞/h를 밑돌아 기대에 못 미치는 퍼포먼스를 이어갔다. 하지만 이번 두 경기 연속 홀드를 통해 구속을 다시 150㎞/h 넘게 끌어올렸고, 제구도 조금씩 안정을 찾고 있다.
박진만 삼성 감독 역시 "미야지의 구속이 계속 오르고 있다. 어제(11일)는 최고 153㎞/h까지 나오더라. 시범경기 때부터 고민이 많았는데 이제는 말끔히 사라졌다. 갈수록 좋아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날씨가 더 풀리면 150㎞/h 중반까지 충분히 나올 수 있을 것 같다. 그동안 구속이 안 나와서 밸런스가 흐트러진 상태에서 힘으로만 던지려다 제구가 흔들렸는데, 이젠 컨디션이 올라오면서 구속과 제구가 모두 잡혔다"고 분석했다.
삼성 미야지. 삼성 제공
미야지 본인도 시즌 초반의 시행착오를 인정했다. 12일 대구에서 만난 그는 "작년과는 다른 환경에 맞춰 몸을 만드는 데 시간이 걸렸다"며 "시범경기 때 공이 높게 뜨고 제구가 불안해 억지로 스트라이크 존에 밀어 넣으려다 보니 스스로를 안 좋은 상황으로 몰아갔다"고 초반 부진의 원인을 진단했다.
입단 전부터 화제가 되었던 '최고 구속 158㎞/h'라는 타이틀은 오히려 독이 되기도 했다. 미야지는 "시범경기 초반 구속이 150㎞/h까지 나오지 않아 조급함을 느꼈고, 그로 인해 투구 폼이 무너지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현재는 이러한 압박감에서 상당 부분 벗어난 상태다. 미야지는 "주위에서 구속에 대해 생각하지 않아도 된다고 조언해 줘서 마음이 편해졌다. 코치님들과 함께 좋은 느낌으로 폼을 수정하고 있다. 지금은 크게 부담을 느끼지 않고 자신감 있게 공을 던질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고참 선수들의 격려도 큰 힘이 됐다. 강민호를 비롯한 선배들이 회식 자리에 미야지를 초대해 자신감을 불어넣어 주면서 미야지의 마음도 한결 편해졌다는 후문이다. 그는 "포수들이 멘털이 흔들릴 때마다 격려해 줬고, 야수들도 먼저 다가와 말을 걸어줘 빨리 팀에 녹아들 수 있었다"며 동료들에게 공을 돌렸다.
삼성 미야지. 삼성 제공삼성 미야지. 삼성 제공
KBO리그 특유의 뜨거운 응원 열기에도 점차 적응하고 있다. 관중석을 가득 채운 팬들의 함성에 대해 그는 "마운드에 오르기 전까지 들리는 성원이 나를 고무시키고 기합이 들어가게 한다"면서 "막상 마운드에 올라가면 함성이 잘 들리지 않고, 사람이 많다고 해서 크게 위축되거나 신경 쓰지 않고 던진다"고 전했다.
부담을 덜어낸 미야지는 이제 위기를 극복한 뒤 환한 미소와 함께 주먹을 불끈 쥐는 등 감정을 솔직하게 드러내기도 한다. 이에 대해 그는 "어느 정도 팀에 스며든 것 같다"며 머리를 긁적인 뒤, "나중엔 분위기를 봐서 더그아웃 맨 앞에서 (팀원들과 함께) 환호할 수 있는 단계까지 갈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며 수줍게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