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천을 달리던 러닝 크루들의 발길이 서촌으로 향하고있다. 러너들 사이에서 ‘시티런’과 ‘고궁 러닝’이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으면서다. 경복궁 돌담길을 따라 북촌과 서촌을 잇는 코스는 최근 러닝 커뮤니티에서 빠지지 않는 인기 코스가 됐다. 러닝 경로를 지도에 그리면 동물 모양처럼 보인다고 해서 ‘고양이런’과 ‘댕댕런’이라는 별칭도 붙었다. 러너들은 완주 기록 화면과 인증 사진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리며 코스를 공유한다. 단순한 운동을 넘어 하나의 놀이 문화처럼 자리 잡는 분위기다. 흐름 중심에는 서울 종로구 서촌 골목 안쪽에 자리한 아디다스의 러닝 특화 공간 ‘아디다스 퍼포먼스 서촌’이 있다.
서촌 골목에 생긴 러너들의 베이스캠프
봄 기운이 완연한 지난 주말 찾은 매장 앞은 러닝 크루들로 붐볐다. 운동복 차림 방문객들이 벤치에 둘러앉아 러닝 기록을 확인했다. 어떤 크루는 단체 스트레칭을 했고, 또 다른 러너들은 음료를 마시며 숨을 골랐다. 완주 직후 매장 앞에서 단체 사진을 찍는 모습도 이어졌다. 매장 앞 풍경 자체가 하나의 러닝 커뮤니티처럼 느껴졌다.
입구 한쪽에는 ‘댕댕런’ 코스 맵이 크게 붙어 있다. 처음 방문한 러너들도 동선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외국인 러너들이 지도를 찍어가거나 코스를 물어보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실제 서촌 일대에서는 러닝복 차림으로 골목을 오가는 외국인 방문객들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1층은 러닝에 집중한 공간이다. 아디제로와 슈퍼노바, 울트라부스트, 테렉스, 와이쓰리 등 러닝화 라인업이 벽면을 채운다. 반대편에는 기능성 러닝웨어와 액세서리가 이어진다. 제품군을 한눈에 비교할 수 있게 구성했다.
매장 중앙에는 협업 컬렉션도 전시됐다. 호주 브랜드 ‘송 포 더 뮤트’와 함께 선보인 러닝 컬렉션과 ‘슈퍼노바 라이즈 3’, ‘아디365’ 라인업이 대표적이다. 신발을 직접 신어보거나 거울 앞에서 착용 사진을 찍는 외국인 방문객들도 눈에 띄었다.
가장 체험객이 몰린 곳은 풋스캐너 존이었다. 발 길이와 너비, 아치 형태를 측정한 뒤 러닝 습관에 맞는 제품을 추천해준다. 측정 결과 화면을 들여다보며 직원 설명을 듣는 방문객들도 이어졌다. “평소 신던 사이즈와 다르게 나온다”며 놀라는 반응도 적지 않았다. 단순히 제품을 판매하는 공간보다 자신에게 맞는 러닝 스타일을 찾는 공간에 가까웠다.
아디다스는 풋스캐너를 서촌을 비롯해 롯데월드몰 매장에도 도입했다. 반응이 좋아 확대 적용도 검토 중이란 설명이다.
러닝에서 패션·커뮤니티로 확장
지하 공간 분위기는 또 다르다. 삼바와 슈퍼스타, 재팬, 태권도 등 라이프스타일 스니커즈와 오리지널스 의류가 공간을 채운다. 러닝을 운동에서 패션과 일상으로 확장하는 흐름이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핵심 공간은 ‘메이드 포 유’ 존이다. 서촌 러닝 코스를 모티브로 한 그래픽과 패치를 활용해 티셔츠와 에코백, 신발 등을 꾸밀 수 있다. 신발끈과 듀브레를 바꾸며 자신만의 스타일을 완성하는 방문객들도 많았다.
현장에서는 젊은 방문객들이 패치를 고르고 자수를 넣기 위해 줄을 섰다. 완성된 제품을 들고 인증 사진을 찍거나 친구들과 결과물을 비교하는 모습도 이어졌다. 특히 ‘댕댕런’ 그래픽은 러너들 사이에서 인기 아이템으로 자리 잡는 분위기다.
adidas는 매장을 중심으로 러닝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아디다스 러너스’ 세션을 통해 경복궁 시티런을 함께 뛰는 프로그램을 정기적으로 연다. 초보자용 3.4㎞ 코스부터 ‘고양이런’ 4.3㎞, ‘댕댕런’ 8.4㎞까지 다양하게 구성했다.
‘아디다스 러닝’ 앱 이용자에게는 매장 내 락커도 무료 제공한다. 최근에는 오설록과 협업한 러닝 세션도 진행했다. 러닝 후 차를 마시며 교류하는 프로그램이다.
러닝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한 공간 전략은 패션업계 전반으로 확산하는 분위기다. 온은 한남 플래그십에서 러닝 크루와 함께 도심 러닝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나이키 역시 러닝 세션과 커뮤니티 프로그램을 확대하고 있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요즘 러너들은 단순히 기록만이 아니라 어디서 뛰고 누구와 경험했는지도 중요하게 생각한다”며 “브랜드들도 매장을 판매 공간보다 커뮤니티 플랫폼처럼 운영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