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 어렸을 때 형이 야구하는 모습이 재밌어 보여서 무작정 야구장을 따라다니던 게 엊그제 같은데 어느덧 형과 같은 프로 무대에 서서 공을 던지고 있네. 힘들었던 고등학교 3학년 시절부터 지금까지 형의 따뜻한 말이 없었다면 여기까지 오는 게 어려웠을지도 몰라. 항상 형에게 고마워.
프로에서 서로 상대 팀으로 만났을 때 형이 내 투구를 지켜보고 있을 때면 솔직히 의식을 조금은 하게 돼. 내가 마운드에서 잘 못 던지면 당장 형에게 전화가 와서 놀리거나 혼낼 거라고 생각하니까 더 집중해서 던지게 되더라고(웃음). 그래서 더 잘 던지게 되는 것도 있는 것 같아.
KIA 김범수. KIA 제공
사실 우리가 1군에서 같이 만난 일이 많지 않았어. 내가 팀에서 자리를 잘 못 잡고, 계속 아프다 보니까 1군에 있는 일이 많지 않았기 때문이야. 그럴 때마다 형이 내 걱정 많이 한다는 거 알고 있어. 특히 이번에 내가 수술하게 됐을 때, 나한테 찾아온 좋은 기회를 놓친 것 같아 형이 나보다 더 안타까워하고 속상해했잖아.
그런 형의 모습을 보고 더 몸을 잘 만들어서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 앞으로 더 자주 1군에서 만날 수 있도록, 앞으로 10년 동안 아프지 않고 야구만 할 수 있게 열심히 몸을 잘 만들고 있는 중이야.
우리가 마음대로 정할 수 있는 건 아니지만, 나는 언젠가 형과 같은 팀 유니폼을 입고 마운드에 같이 서는 상상을 했어. 나는 항상 선발을 꿈꿔왔고, 형은 불펜에서 자리를 잡은 상황에서, 내가 7이닝 던지고 형이 뒷문을 막아주는 짜릿한 상상을 오래 전부터 했었지.
KIA 김범수. KIA 제공
현실이 되기는 어렵겠지만 그래도 꿈꾸는 모습이 하나 있어. 한국시리즈라는 가장 큰 무대에서 함께 공을 던지는 거. 우리 둘 다 그 큰 무대에서 멋지게 공을 던진다면 부모님도 정말 좋아하실 거야.
올해 형이 자유계약선수(FA)로 KIA 타이거즈라는 새로운 팀에서 뛰게 되었잖아. FA 첫해라 부담감도 크겠지만, 형은 항상 중요한 상황에서 늘 자기 몫을 묵묵히 해내왔고, 해내고 있잖아. 형 원래 하던 대로만 씩씩하게 던지면 작년처럼 좋은 결과가 있을 거라고 믿어.
나도 빨리 재활 마치고 구위 끌어올려서 1군 마운드에서 다시 인사할게. 우리 꼭 올해 한국시리즈에서 만나. 형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