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라이온즈를 대표하는 응원가는 단연 '엘도라도'다. 8회 공격 이닝에 앞서 울려 퍼지는 이 음악은 삼성의 왕조 시절(2011~2014년) 승리를 상징하는 응원가로, 상대 팀을 압도하는 힘을 지니고 있다. 이와 연관된 '약속의 8회'도 삼성의 왕조 시절을 상징하는 수식어 중 하나였다. 삼성 선수들 역시 이 노래가 나오면 "소름이 돋는다"라는 말을 자주 하곤 한다.
올해에도 '약속의 8회'는 계속된다. 그리고 이 중심엔 외야수 박승규가 있다.
박승규는 지난 2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2026 신한 SOL 뱅크 KBO리그 NC 다이노스와의 홈 경기에서 8회 동점 3점포를 쏘아 올리며 팀의 8-7 승리를 견인했다. 박진만 삼성 감독은 경기 후 "소름이 돋았다"라며 박승규의 홈런을 칭찬했다.
박승규는 올해 '8회의 사나이'다. 8회에만 20타수 9안타 2홈런 11타점을 기록하며 팀 내 8회 최다 홈런과 타점을 쓸어 담고 있다. 팬들 사이에서 화제가 된 '힛 포 더 팀(Hit for the Team)'이라는 문구를 탄생시킨 10일 NC전 결정적인 3루타도 8회에 나왔고, 이날 승부를 원점으로 돌린 극적인 동점 3점 홈런 역시 8회에 터졌다. 박승규 자신이 삼성의 '약속의 8회' 그 자체가 된 셈이다.
박승규. 사진=삼성 제공
8회는 삼성을 상징하는 응원가 '엘도라도'가 울려 퍼지는 시간이다. 압박감이 극에 달하는 득점권 상황이지만 박승규는 이 순간을 피하지 않는다.
박승규는 "작년에는 득점권에서 많이 못 쳤지만, 사실 그 상황에 들어가는 것을 굉장히 좋아하는 성격"이라며 "들어가서 치면 영웅이 되고, 못 치면 다 뒤집어쓰게 되지만, 그 상황에 들어갔을 때 가슴이 떨리는 느낌이 제일 좋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타석에서는 투수와의 승부에 집중하느라 주변 소리를 듣지 못하지만, 상황 종료 후 쏟아지는 엘도라도의 함성에는 "전율과 소름이 돋는다. 우리가 야구하는 이유가 바로 이것인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날 동점 홈런 직후 베이스를 돌며 보여준 평소보다 큰 세리머니 또한 "정말 기쁘기도 했고, 분위기를 끌어올리면 팀에도 큰 도움이 될 것 같아 의도적으로 크게 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삼성 박승규. 삼성 제공
올 시즌 그를 관통하는 또 다른 키워드는 '힛 포 더 팀'이다. 사이클링 히트(힛 포 더 사이클)을 포기한 3루타에 이어, "팀보다 위대한 선수는 없다"는 인터뷰로 해당 문구가 탄생했다. 팀을 위한 헌신을 뜻하는 문구다.
이에 박승규는 "내게 상징적인 문구다. 내가 마음먹은 바를 그대로 실행에 옮겨 나온 결과이기 때문"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한편, 현재 팀 내 홈런 1위를 달리고 생애 첫 올스타 후보에 올랐음에도, 그는 개인 기록에 크게 얽매이지 않는다고 전했다. 그는 "현재 홈런 기록이나 개수에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수치가 끝까지 유지된다는 보장도 없고, 그저 눈앞에 주어진 상황에 최선을 다할 뿐"이라는 단호한 태도를 보였다. 올스타 후보 선정 역시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았던 일이라 후보에 오른 것 자체만으로도 영광"이라며 팀의 승리라는 본질에만 집중하고 있다.
화려한 조명이나 개인의 타이틀보다 팀이 가장 필요로 하는 순간에 등장해 흐름을 바꾸는 것. 스스로 야구관을 재정립하고 매 타석 주어진 상황에 최선을 다한 결과, 박승규는 웅장한 엘도라도와 함께 올 시즌 삼성의 가장 확실한 '8회의 승부사'로 자리매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