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후의 타격 장면 _[게티이미지/AFP=연합뉴스 자료사진]
0.1인치(0.254cm)가 역사를 바꿨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이정후(28)가 메이저리그 한국인 타자 역사의 새 페이지를 썼다. 그 시작은 배트가 아니라 눈이었다.
이정후는 10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오라클 파크에서 열린 워싱턴 내셔널스와의 홈경기에 5번 타자 우익수로 선발 출전해 멀티히트를 기록했다. 17경기 연속 안타를 이어가며 추신수(2013년)와 김하성(2023년)이 공동 보유하던 한국인 메이저리거 최다 연속 안타 기록(16경기)을 넘어섰다.
대기록의 출발점은 3회말 두 번째 타석이었다.
2사 1루 상황. 워싱턴 선발 앤드루 알바레스의 초구가 스트라이크로 선언됐다. 하지만 이정후는 곧바로 ABS(자동 볼·스트라이크 판독 시스템) 챌린지를 요청했다. 결과는 번복. 스트라이크는 볼로 정정됐다. 단 0.1인치 차이였다.
놀라운 것은 그 다음이었다. 이정후는 상대 포수가 신청한 챌린지까지 이끌어냈다. 3볼 상황에서 워싱턴 벤치가 판정에 이의를 제기했지만 결과는 변하지 않았다. 상대는 소중한 챌린지 기회 하나를 허비했고, 이정후는 더욱 유리한 카운트에서 승부를 이어갈 수 있었다.
결국 카운트 3볼-1스트라이크. 타자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한 상황에서 이정후는 알바레스의 포심 패스트볼을 잡아당겨 우전 안타로 연결했다. 17경기 연속 안타. 한국인 빅리거 신기록이 완성되는 순간이었다.
이정후의 진가는 단순히 안타를 치는 데 있지 않다. 스트라이크존을 읽어내는 능력, 투수와의 수 싸움, 그리고 볼 하나를 끝까지 확인하는 집중력이 대기록의 바탕이 되고 있다. 이날 0.1인치 차이를 잡아낸 선구안 역시 그 연장선이었다.
기록을 세운 뒤에도 이정후의 방망이는 멈추지 않았다.
5회말 1사 1·3루에서는 바뀐 투수 브래드 로드를 상대로 우익선상 2타점 2루타를 터뜨렸다. 풀카운트에서 몸쪽 낮게 떨어지는 시속 94.6마일(약 152㎞) 직구를 절묘하게 밀어쳤다. 몸쪽 깊숙이 파고드는 공이었지만 두 팔을 최대한 몸에 붙인 채 배트 컨트롤로 공을 걷어냈다. 이정후 특유의 콘택트 능력이 돋보인 장면이었다.
이날 멀티히트로 시즌 77안타, 15번째 2루타, 22번째 멀티히트를 기록한 이정후는 타율을 0.338까지 끌어올리며 메이저리그 타격왕 경쟁도 이어갔다.
17경기 연속 안타. 기록지에는 단순히 안타 하나가 추가됐지만, 그 출발은 0.1인치를 읽어낸 이정후의 눈에서 시작됐다. 8회 후속타자의 적시타 때 득점해 채프먼과 손 마주치는 이정후 _[AP=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