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 운전이 발각된 이용규. 사진=키움 히어로즈 지난 2월 키움 히어로즈의 대만(가오슝) 스프링캠프 현장에서 만난 이용규(41)는 올 시즌을 자신의 현역 마지막으로 못박았다. 손목 부상을 다스리지 못해 1군 출전에 기약이 없었지만, 그는 "단 한 경기라도 나설 수 있다면 좋겠다"라고 했다.
2004년 LG 트윈스에서 데뷔, 이듬해 KIA 타이거즈로 이적해 주전급으로 도약하고, 2006년부터 전성기를 열었다. 이후 정근우(은퇴)와 함께 국가대표팀 테이블 세터를 맡아 국제대회를 치르는 한국 야구의 공격 선봉장을 맡았다. 노장 반열에 들어선 뒤에도 선수 생활을 이어갔고, 그렇게 지난 시즌까지 21시즌 동안 총 2035경기에 출전했다. 그게 이용규다.
6월 12일, 근성과 투지의 아이콘으로 불렸던 이용규의 야구 인생이 무너졌다. 음주 운전이 발각됐다. 오전 6시 25분께 면허 취소 수준의 혈중알코올농도가 될 만큼 술을 마시고 운전대를 잡은 뒤 다른 차를 들이받았다. 이후 경찰에 붙잡혔다.
키움 구단은 해당 사실을 인정하면서 "현장에 직원을 파견해 정확한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확인이 끝나면 조속히 공식 입장을 밝힐 것"이라고 했다. 이용규에 관한 자체 징계 결과를 말하는 것이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2022년 6월 '강정호룰'을 도입해 음주운전 관련 징계 규정을 강화했다. 면허취소는 1년 실격 처분이 내려진다. 별도의 상벌위원회를 거치지 않고, 바로 제재가 부과되는 게 음주 운전이다.
선수 생활은 사실상 끝났다. 스스로 올 시즌을 마지막이라고 했다. 이제는 지도자로서도 팀에 남기 어려울 것 같다. 그는 지난 시즌부터 플레잉코치로 선임됐고, 지난달 22일부터는 일신상 이유로 팀을 떠난 김태완 타격코치의 보직을 이어받았다. 투수와의 승부 성향, 선수로서 갖춰야 할 자세에 대해 확고한 가치관을 드러내기도 했다. 실제로 하위권에 떨어져 있는 상황에서 해이한 플레이를 하는 후배들에게 쓴소리를 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이용규는 자신의 선수 생활을 돌아보며 "이대호·김태균 선배처럼 대단한 커리어를 쌓은 건 아니지만, 매년, 매 타석 악착같이 버텼다. 그렇게 20년 넘게 프로 선수 생활을 했으니 괜찮은 인생이었던 것 같다"라고 했다.
이용규는 좋은 지도자가 될 것 같았다. 하지만 이제 현장 복귀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술을 먹었다고, 이용규가 보여준 근성과 독기, 프로의식을 모두 부정할 수 없다. 하지만 이번 음주 운전으로 동료뿐 아니라 야구 팬에게도 큰 배신감을 안겼다. 경기에 나가지 않는 상황이라고 해도 1군에서 코치 역할을 하고 있는 구성원이 새벽 6시까지 술자리를 가진 것이다. 12일에도 키움은 경기를 치른다.
이용규는 "야구 팬이 나를 '진짜 열심히 했던 선수'로 기억해 주면 좋을 것 같다"라고 했다. 하지만 음주 운전이라는 낙인이 새겨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