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철 KT 위즈 감독은 최근 세이브 순위를 보고 깜짝 놀랐다. 마무리를 맡은 지 한 달여밖에 되지 않은 손주영(LG 트윈스)이 구원 3위(17일 기준)에 올라 있는 걸 봤기 때문이다.
LG 마무리 투수 손주영. 구단 제공
지난해 11승을 올린 선발 요원 손주영은 부상으로 시즌아웃된 유영찬을 대신해 5월 중순부터 뒷문을 맡고 있다. 유영찬이 팀을 떠난 올 시즌에 한정한 ‘임시 마무리’다.
손주영의 기세가 생태 교란 수준이다. 첫 세이브를 올린 5월 13일 이후 14경기에서 13세이브를 올렸다. 나머지 한 경기도 구원승(1이닝 무실점)이다. 마무리를 맡은 15와 3분의 2이닝 동안 단 2점만 내줬다.
손주영은 선발로 활약한 자신감과 안정감으로 마무리 역할도 훌륭하게 수행하고 있다. 현재 페이스로 보면 구원 1위 김재윤(삼성 라이온즈, 16세이브) 2위 박영현(KT 15세이브)을 따라잡기 어렵지 않아 보인다.
놀라운 속도의 세이브 적립은 LG의 팀 컬러의 영향도 있다. 접전이 잦기에 세이브 기회가 상대적으로 많다. 손주영은 이를 놓치지 않고 따박따박 기록을 쌓고 있다.
17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만난 이강철 감독은 “어제(16일) 경기 같은 경우에는 4점 차(KT 6-2 두산)에 박영현이 등판했다. 세이브 요건이 아닌데도 던져서 안타깝더라”며 “세이브 조건이 충족되면 8회 2사에 내보내고 싶은 심정”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구원왕 KT 박영현. 연합뉴스 박영현은 13일 NC 다이노스전에서 세이브를 거둔 뒤 이틀을 쉬고 마운드에 올랐다. 17일 두산전에서 KT가 8-1로 대승하는 바람에 등판 기회가 없었다. 지난해 구원 1위(35세이브) 박영현으로서는 타이틀 방어가 쉽지 않다.
박영현의 페이스에는 별 문제가 없다. 블론세이브 2개, 피안타율 0.218, 이닝당출루허용(WHIP) 1.30, 평균자책점 2.93 등 세부 지표도 건실하다. 다만 올 시즌 KT가 팀 타율 1위(0.285), 팀 득점 2위(373)에 오를 만큼 공격력이 뛰어나기에 대승하는 경기가 많다. 이와 비례해 박영현의 세이브 기회는 줄어들고 있다.
이강철 감독은 “(안현민 등 주축 타자들이 빠졌을 때) 상대 선발을 잘 공략하지 못할 때도 8회 공격에서 빅이닝(3득점 이상)이 자주 있었다. 그러면 세이브 상황이 줄어든다”고 돌아봤다. ‘8회 등판이 박영현에게 부담되지 않겠느냐’는 질문에 이 감독은 “그래도 세이브를 올리는 걸 좋아할 거다. 나도 마무리를 했을 때 그랬다”고 돌아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