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KPGA 선수권대회 우승자 문동현과 KLPGA 셀트리온 퀸즈 마스터즈 우승자 서교림. 사진=KPGA·KLPGA 제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 제네시스 포인트와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대상 포인트 최상단에 나란히 2006년생 동갑내기 친구의 이름이 새겨졌다. 인천 초은중 동창이자 어릴 적부터 함께 골프를 쳐온 문동현(우리은행)과 서교림(삼천리)이 그 주인공. 두 선수는 올해 같은 날 생애 첫 승을 달성한 데 이어 각 투어 종합 순위 최상위권을 휩쓸며 한국 남녀 골프 무대를 휘젓고 있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두 선수는 프로 무대의 높은 벽 앞에서 뼈아픈 성장통을 겪어야 했다. 서교림은 지난해 KLPGA 신인상을 거머쥐었지만, 정작 우승 트로피를 품지 못해 '무관의 신인왕'이라는 달갑지 않은 꼬리표를 달았다. 문동현 역시 작년 KPGA 14개 대회에 출전해 단 한 번도 톱10에 오르지 못하며 아쉬움을 삼켰다.
하지만 올해는 반전 드라마를 썼다. 특히 지난 7일은 두 선수 모두에게 잊을 수 없는 하루였다. 문동현이 제69회 KPGA 선수권대회에서, 서교림이 셀트리온 퀸즈 마스터즈에서 나란히 생애 첫 우승컵을 들어 올린 것이다. 코피를 쏟는 투혼 끝에 첫 승을 거둔 서교림과, 벅찬 감격 속에 우승을 차지한 문동현은 같은 날 서로에게 축하 문자를 주고받았다. 오랜 시간을 함께해 온 동갑내기 친구의 '동반 첫 승'은 단순한 우연을 넘어 두 선수가 함께 만들어가는 한 편의 성장 드라마였다.
지난 21일 KPGA 하나은행 인비테이셔널 경기 후 만난 문동현은 "(서)교림이와는 중학교 동창이자 국가대표 생활도 같이 한 돈독한 사이다. 평소에 연락도 자주 하는데, 이번에 같은 날 우승을 하게 돼 서로에게 축하 메시지를 보냈다"라고 말했다.
21일 인카금융 더 헤븐 마스터즈에서 우승한 서교림. 사진=KLPGA 제공
'절친'을 향한 진심 어린 찬사도 잊지 않았다. 문동현은 "교림이는 골프를 정말 잘 친다. 샷도 부드럽고 공의 구질이 좋다"라며 "특히 감정 기복 없이 차분하게 경기를 운영하는 플레이는 부럽고 또 배우고 싶다"라고 덧붙였다.
공교롭게도 문동현은 이번 하나은행 대회에서 크게 고전했다. 1라운드까지 3위로 순항하던 문동현은 2라운드에서 나온 2개의 OB(Out of Bounds) 이후 좀처럼 타수를 줄이지 못하면서 공동 58위로 대회를 마감했다. 시즌 전반적인 성적을 두고 매기는 제네시스 포인트도 1위에서 4위까지 내려앉았다. 그는 "(남춘천 CC) 코스가 워낙 까다로워 방어적으로 플레이를 했어야 했는데, 실수가 나오면서 조급해졌다. 멘털을 잡지 못한 것이 아쉬웠다"라고 돌아봤다.
반면 같은 날 서교림은 KLPGA 인카금융 더 헤븐 마스터즈 대회에서 최종 16언더파 200타를 기록,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을 달성했다. 2주 만에 시즌 2승이자 통산 2승째를 따내는 기염을 토했다. 서교림은 우승 직후 다승왕을 향한 숨길 수 없는 욕심을 드러내며 쾌조의 상승세를 이어갔다.
지난 18일 하나은행 인비테이셔널 1라운드에서 3위에 오른 문동현. 사진=KPGA 제공
친구의 우승 소식과 자신의 아쉬운 실수를 거울삼아, 문동현 역시 반등을 다짐했다. 그는 "사실 상반기 제네시스 포인트 1, 2위 선수에게 주어지는 미국 콘페리(2부) 투어 출전권에 욕심을 내다가 오히려 그 생각에 매몰됐던 것 같다"며 "다음 대회에서는 좋았던 흐름과 내가 준비했던 것들을 차분히 리마인딩하며 플레이하겠다"라고 마음을 다잡았다.